이제야 제게도 배역 복 찾아왔네요

입력 : 2007.05.09 00:10   |   수정 : 2007.05.09 06:53

늘‘야성녀’역 맡던 혼혈배우 소냐, 뮤지컬‘웨스트 사이드…’여주인공
작년 美 브로드웨이 공연갔을땐 “서양외모에 동양감성 갖춰” 호평

“내가 마리아예요? …왜?”

뮤지컬 배우 소냐(본명 김손희·28)는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5월 26일부터 충무아트홀)의 ‘청순가련형’ 여주인공 마리아 역을 처음 제안받았을 때 잠깐 얼어붙었다가 이런 혼잣말을 흘렸다고 했다. 1999년 데뷔해 ‘렌트’의 클럽댄서 미미, ‘지킬 앤 하이드’에서 창녀 루시까지 소냐는 늘 무대에서 ‘거칠고 야성적인’ 여자였기 때문이다.

소냐는 “뉴욕을 배경 삼은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 열여섯 살 소녀를 맡으라는 말에 당황했었다”면서도 “그만큼 얻어갈 것도 많은 배역이라 도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을 눈앞에 둔 그녀 얼굴엔 약간의 근심도 비친다. “대본을 받아 읽는데, 평소 제가 안 쓰는 말 천지예요. ‘엄마를 닮아 말랐쥐~’ 같은 ‘닭살’ 대사들요. 제가 하도 난감해 하니까 연출(이원종)님이 ‘그런 대사 싹 뺄까?’ 했지만 오기로 ‘제대로 한번 해보겠다’고 했거든요.” 소냐는 5집까지 낸 가수이기도 하지만 “이번 뮤지컬에서 마리아의 노래들은 소프라노 음역인데 나는 목소리가 굵어 고민”이라며 엄살을 부렸다.

혼혈 가수인 소냐가 경북 김천에서 보낸 어린 시절은 어두웠다. 외할머니 품에서 자랐고, 소녀시절엔 봉제공장에서 일하며 야간고등학교를 다녔다. 고등학교 음악 교사의 권유로 가수가 됐고 뮤지컬 배우로 살고 있다는 그는 “이국적인 외모 때문에 배역 복은 많지 않았다”며 “작년에 ‘마리마 마리아’로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했는데, 거기선 내 서양적인 외모와 동양적인 감성을 좋아하더라”고 말했다. 미국 시카고에 살고 있는 아버지와는 가끔 전화 통화를 한다고 했다.

“시골을 좋아하는데 갑갑한 도시에서 살다 보니 비염이 생겼다”는 이 배우는 “해외 작품을 공연할 땐 내 비염이 적당한 콧소리를 만들어 준다”며 웃었다. 소냐에겐 좋은 소식이 또 하나 있다. 국내 배우들로 캐스팅해 9월 공연할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여주인공 에스메랄다로 뽑힌 것. 소냐는 “주인공을 뽑는 오디션에 장안의 내로라하는 뮤지컬 배우들이 거의 다 지원했는데, 제가 가창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쁘다”고 했다.

마을에서 고디(다슬기)를 가장 잘 잡았고, 눈물 날 땐 뜀박질을 했다는 소녀는 이제 뮤지컬 배우로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리고 있다. “내 인생/ 보잘것은 없다 해도 내 삶/ 내 스스로 감당해야 할 내 삶/ 쓰러지진 마 버텨야 해~”로 흐르는 ‘지킬 앤 하이드’의 ‘새 인생(A New Life)’이 그의 18번이었다. (02)3141-1345
뮤지컬 배우 소냐. 5월 말 개막하는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 청순가련형 열여섯 살 소녀 마리아를 맡았습니다. / 박돈규 기자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여주인공 소냐. 뉴욕을 배경삼은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에서 열여섯 소녀를 맡으라는 말에 당황했었다. 그만큼 얻을 것도 많은 배역이라고 생각해 도전했다. / 최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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