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봄날의 연애 <듀엣>

입력 : 2007.05.07 18:03

뮤지컬 <듀엣(원제: They`re playing our song)>

어느 햇살 따사로운 봄 날 아침, 출근을 하다가 떡볶이나 팔 것 같은 트럭에 아직 다 피우지도 못한 프리지아 꽃송이들이 올망졸망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그래도 향기만큼은 너무 싱그러워서 무심히 우직한 얼굴을 하고 있는 주인에게 세 묶음이나 덥석 샀다. 반딱반딱 꽃종이도 없이 맨들맨들 비단 끈도 없이 세 묶음의 프리지아는 신문지에 빨간 색 나이롱 끈에 메어졌다. 꽃을 들고 사무실까지 걸어서 오 분. 누군가에게 선물 받은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건넬 것도 아니지만 마음이 봄만 같아서 심장이 콩닥콩닥. 바람 끝이 아직은 조금 차지만 봄이다. 연애해야지.
참으로 봄스러운 뮤지컬 <듀엣>의 세 번째 공연이다. 무대가 서너 번은 새 옷을 갈아입듯 변신하지도 않고, 스무 명도 넘는 배우의 군무도 없고, 제목만 말하면 누구나 무릎을 탁 치게 하는 거대한 뮤지컬도 아니지만 지금은 봄이니까 봄에 딱 걸맞는 뮤지컬, <듀엣>을 소개한다.

긴가민가 조금씩 마음에 서로를 담고, 마음 속에 서로가 꽃봉우리 피울 때쯤 그레미 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경력의 유명 작곡가 버논과 이제 막 작사를 시작한 소냐의 사랑이 시작된다. 음반사의 소개로 버논에게 신참 작사가 소냐를 붙여준 것이다. 정신없고 산만한 소냐를 만나면서 버논은 자신의 정신마저 쏙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만 어쩐지 이 여자가 싫지 않다.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서로가 가진 어떤 것은 버리고, 어떤 것은 주워 담아 서로에게 길들여질 즈음 다툼도 시작되고 아직 사랑을 다 보여주지도 못했는데 사랑은 급작스럽게 끝나버린다. 사랑은 욕심이 많아서 모든 것을 갖고 싶어 하고, 모든 것을 제 멋대로 만들고 싶어 한다. 하지만 사람이란 그리 쉽사리 변할 수 없다. 사랑하는 상대에게 맞추어 줄 수만 있다면 못할 것이 무엇이랴, 그러나 버려지지 않는다. 내가 가지고 있던 것을 버리면 이미 내가 아닌 것만 같아서 그렇다. 버논과 소냐의 사랑도 우리의 사랑과 다르지 않아서 안타깝고 그래서 또 설레고 기쁘다.

최정원이 산만하지만 똑 부러진 여자 소냐를 세 번째 연기하고 <맘마미아>, <아이다> 등으로 이름을 알린 성기윤이 까탈스럽고 별로 인간관계가 매끄럽지 못한 버논을 연기한다. 두 사람 모두 이전 작 <맘마미아>에서 불혹을 훌쩍 넘는 나이를 연기하다가 서른 즈음의 역할로 돌아오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단다. 하지만 성숙한 역할을 하고 돌아와 조금은 연기에 느긋함도 생겼다고. 두 배우의 의뭉스러운 연기와 노래를 보는 것도 앵콜 공연의 맛을 살리겠다.
시들고 나면 버리고 말 것을 어째서 꽃을 선물하는지, 꽃을 사들고 다니는지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손에 든 꽃의 향기는 코 속으로 솟아올라 들고다니는 내내 즐거운 마음이 된다. 그래서 꽃을 바라보는 마음이 그러한가 보다. 이제 막 꽃들이 앞다투어 그 향과 색을 뽐낼 시절, 프리지아 한 다발을 안고 마음이 설렌다. 다행히 올해는 아직 봄이 천천히. 이제 시작하면 늦지 않다. 서둘러 봄이 오지 않은 것을 감사하며, <듀엣>과 함께 싱그러운 봄날의 연애가 누구에게나 찾아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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