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심고리키 원작의 창작 뮤지컬 <밑바닥에서>
요즘 눈을 돌리면 어디든 가벼운 웃음과 밝고 상큼한 사랑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이 가운데 한 편의 비극이 서있다. 순수 창작 뮤지컬로 '막심 고리끼' 의 원작 "Na Dne - 밑바닥"을 새롭게 개작해 극본을 만들어 2005년 6월부터 지금까지 달려오고 있는 ‘밑바닥에서’가 바로 그 작품이다.
허름한 술집, 힘든 인생들이 술잔을 들며 입을 연다. 까스트일로프 백작(김승환) 대신 감옥에 갔던 페페르(이동수)의 출소를 환영하는 자리. 미혼모임을 숨기고 언니인양 아픈 딸 안나(강초롱)를 보살피는 타냐(문희경)와 몸 파는 나스쨔(지현)의 화려한 노래가 시작된다. 페페르를 버리고 백작과 결혼한 바실리사(백은혜)의 불행한 결혼 생활과 싸친(박윤희), 죠프(강일생)의 고달픈 삶이 보여 지는 가운데 한 줄기 빛처럼 나타샤(홍민희)가 나타난다. 페페르와 나타샤는 사랑에 빠지지만 바실리사의 음모가 그들을 가만두지 않는다.
빠르게 전개되는 각자의 이야기는 쫓아가기 숨이 가쁠 정도다. 익숙하지 않은 이름들과 답답한 인생 역전을 따라가기 힘들 수도 있다. 가뜩이나 팍팍한 삶인데 왜 비극을 봐야 되나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비극은 눈을 잡아끄는 마력이 있다. 바로 희망이다. 다시 그들이 사랑하고, 다시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되길, 다시 행복해 지길 간절히 희망하게 만든다. 내가 아닌 ‘그들의 삶’이 행복해지길 바라는 스스로를 보면서 자신의 힘든 모습과 바람도 생각하게 한다. 가볍게 웃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먹먹한 가슴 속에 담은 그들의 이야기를 보며 자신도 돌아보게 된다.
이 6차 공연 ‘밑바닥에서’를 놓치지 말아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문희경이다. 영화 <좋지 아니한가>를 찍고 다시 소극장으로 돌아온 뮤지컬의 대모 문희경은 ‘밑바닥에서’에 대한 깊은 사랑을 나타냈다. 그녀는 “영화에서 채울 수 없는 연극과 뮤지컬만의 매력이 있다”며 “2006년 ‘밑바닥에서’를 공연 하고 1년 만에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온 느낌이다”라고 아트센터의 독자들에게 말문을 열었다.
‘맘마미아’, ‘유린타운’ 등 대작을 했던 그녀는 “타냐의 젊은 시절의 아련한 회상곡과 함께 딸에 대한 애정이 담긴 노래까지 아끼지 않는 곡이 없다”며 “이 세 곡을 부르고 싶어 이 작은 무대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 뮤지컬의 매력을 꼽으라는 말에 문희경은 “창작 뮤지컬은 저작권이 외국에 있는 대형 뮤지컬과 달리 부족한 점을 채우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수정을 할 수 있다”며 “8번이나 대본이 달라졌지만 그 달라짐이란 완성도를 한 단계 높인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으로 ‘밑바닥에서’는 2005년 11회 한국뮤지컬대상 최우수작품상(창작, 초연 대상) 작사, 극본상, 연출상, 음악상 등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다.
문희경은 “맘마미아와 같은 대형 뮤지컬은 쇼 같이 무엇인가 보여 주는 것에 주력하지만 이런 소극장 뮤지컬은 관객과의 소통에 중점을 둔다”면서 “거대 뮤지컬의 화려함은 없지만 커튼콜까지 연극의 연장선상에서 배우와 관객이 소통하고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말 극에서 원하던 바람이 극을 마치고 인사하는 배우들의 맞잡은 손에서 이뤄진 듯 느껴졌다.
블라디보스톡의 봄. 극의 마지막에서 ‘정말로 봄이 왔으면 좋겠다.’라는 타냐의 한 마디는 모든 사람들의 바람이다. 폭력, 도박, 매춘으로 살아가는 밑바닥 인생도 봄을 꿈꾸고 행복을 바란다. 나타샤의 페페르의 소식을 들으면 연락을 달라는 편지. 그녀의 가녀린 목소리가 언젠가 돌아올 봄을 기약한다. ‘밑바닥에서’ 바라는 그 봄은 6월 24일 까지 열린 극장에서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