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7.05.04 23:32
| 수정 : 2007.05.05 03:24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경희궁 최초 공연
4일 밤 9시쯤 밖에서 본 서울 경희궁 숭정전(崇政殿·서울유형문화재 제20호)은 불이라도 난 것 같았다. 정조(正祖·1752~1800)가 주인공인 사극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연출 이윤택)가 이날 저녁 마침내 고궁에 입성했다. 국내에서 뮤지컬의 고궁 공연은 처음이다. 40대 여성 관객 박희숙씨는 “공연이 주변 분위기와 어울리니 집중이 더 잘 됐다”고 말했다.
경희궁의 정전(正殿)인 숭정전은 정조를 비롯해 경종, 헌종이 즉위했던 곳이다. 국왕은 여기서 신하들과 조회(朝會)를 했고 궁중 연회나 사신 접대 같은 행사를 열었다. 정조 역을 맡은 배우 민영기는 “실제 궁에서 왕을 연기할 줄은 몰랐다.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이 제작한 ‘화성에서 꿈꾸다’는 개혁군주 정조와 여성 실학자 장덕이(임강희)의 러브 스토리, 사도세자(정조의 아버지)의 묘가 있는 수원 화성(華城)으로의 천도 등을 뼈대로 18세기 조선시대를 그린다. 고궁으로 들어간 이 뮤지컬은 숭정전과 바로 앞쪽을 무대로 썼고, 관객 1700여 명은 회랑으로 둘러싸인 넓은 마당에 간이의자를 깔고 앉았다. 공연은 숭정전의 용상(龍床)을 소품으로 쓰고 내부에도 조명을 설치했으며, 자막까지 쏘는 등 숭정전 전체를 무대 세트로 활용했다.
고궁 뮤지컬은 저녁 8시를 넘겨 어둠이 짙어질수록 운치를 더했다. 정조가 ‘달의 노래’를 부를 때, 정조와 장덕이가 ‘사랑의 힘으로’를 합창할 때 박수와 환호성이 번졌다. 정조가 장덕이의 도움으로 등창을 치료하는 장면에선 폭소도 터졌다. 연출가 이윤택은 “회랑과 돌 바닥 때문인지 소리 전달이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보다 낫다”며 “사극 뮤지컬의 내용과 형식에 딱 맞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관객 김근홍(38)씨는 “우리나라에서도 고궁을 문화적으로 활용한 이런 뮤지컬을 더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시가 관리 중인 경희궁은 규제가 덜하고 주변에 역사박물관-시립미술관-정동극장-덕수궁 같은 ‘문화 벨트’가 있어 고궁 뮤지컬 공연의 최적지로 꼽힌다. 안호상 서울문화재단 대표는 “올해 안에 사극 뮤지컬을 공모, 내년부터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정기적인 고궁 뮤지컬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하이서울페스티벌 참가작인 ‘화성에서 꿈꾸다’는 무료 공연으로, 3000장의 표가 인터넷 접수 2시간 만에 동났다. 이 뮤지컬은 5일과 6일, 하루 1회씩 더 공연한다.
서울시가 관리 중인 경희궁은 규제가 덜하고 주변에 역사박물관-시립미술관-정동극장-덕수궁 같은 ‘문화 벨트’가 있어 고궁 뮤지컬 공연의 최적지로 꼽힌다. 안호상 서울문화재단 대표는 “올해 안에 사극 뮤지컬을 공모, 내년부터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정기적인 고궁 뮤지컬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하이서울페스티벌 참가작인 ‘화성에서 꿈꾸다’는 무료 공연으로, 3000장의 표가 인터넷 접수 2시간 만에 동났다. 이 뮤지컬은 5일과 6일, 하루 1회씩 더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