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초자연적인 운명의 요지경

입력 : 2007.05.03 23:39

연극 ‘임대아파트’

“싸고 물 좋은 오징어. 꽁치. 갈치. 이면수. 고등어. 도다리. 우럭. 금붕어가 왔어요~”

연극 ‘임대아파트’(김한길 작·연출)는 청각에 민감하다. 저런 잡음들을 자꾸만 무대로 밀어넣는다. 뜻모를 일본어를 한참 들어야 하고, “또르르르르~” 오줌 누는 소리까지 귀를 파고든다. 그런데 객석엔 웃음이 번진다.

‘임대 아파트’라는 제목의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 데뷔를 꿈꾸는 재생(임학순)과 옷가게를 하는 정현(이지현), 배우를 지망하는 정호(지우석)와 세상을 뜬 애인 선영(김선미), 대학생 정수(김강현)와 배낭여행 중 만난 일본 여자 유까(조하연) 등 남녀 세 쌍의 사랑 이야기다. 정호·정현·정수 삼남매가 사는 임대아파트와 재생의 임대아파트를 한 공간처럼 쓰고, 시간은 과거와 현재 사이를 경쾌하게 오간다.

극중엔 ‘초자연적’이라는 단어가 여러 번 등장한다. 정현에게 다른 남자가 생겼다는 걸 초자연적으로 알고, 죽은 선영이가 초자연적으로 들어왔다 사라지고, 다 정전인데 정호네 집만 초자연적으로 불이 들어와 있고….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정수와 유까는 덜컥 결혼을 선언한다. ‘춘천거기’ ‘장군슈퍼’로 자유로우면서도 섬세한 감각, 오락성을 보여준 김한길은 이 요지경을 그저 운명으로 정리해 버린다. 가난한 공간을 따뜻한 눈으로 비추는 화법은 여전하지만 여운은 짧다.

아주 심각할 때 불쑥 들이미는 잡음이 드라마 흐름을 헝클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마지막 순간, 관객은 다시 듣는다. “싸고 물 좋은 오징어. 꽁치. 갈치. 이면수. 고등어. 도다리. 우럭. 금붕어가 왔어요~” 먹는 생선들과 금붕어의 초자연적 조합에 또 한번 웃는다. ▶5월 27일까지 대학로 쇼틱씨어터1관. 혜화역 1번 출구에서 70m. (02)762-9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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