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아닌 원본, 복제 아닌 복제… 옥승철 ‘프로토타입’

입력 : 2025.08.21 15:09

초기작부터 신작까지 회화, 조각 80여 점
비선형적 동선으로 관람객이 주체가 되는 경험
10월 26일까지 롯데뮤지엄

ID picture, 2021, acrylic on canvas, 220x180cm. /롯데뮤지엄
ID picture, 2021, acrylic on canvas, 220x180cm. /롯데뮤지엄
Prototype, 2025, acrylic on canvas, 210x240cm. /롯데뮤지엄
Prototype, 2025, acrylic on canvas, 210x240cm. /롯데뮤지엄
 
AI와 과학기술로 수없이 재구성되고 복제된 이미지가 범람하는 오늘날, ‘원본’의 개념은 흐릿해져가고 있다. 이에, 작가 옥승철은 전시 ‘프로토타입(PROTOTYPE)’을 통해 원본성과 실재성, 디지털 이미지와 물성을 가진 작품 사이에 형성되는 관념을 탐구한다.
 
전시 제목 프로토타입은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시험용으로 미리 만들어보는 테스트 용도의 시제품을 의미한다. 이는 작품이 완성된 원본이 아닌, 미래의 변형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전시는 10월 26일까지 롯데뮤지엄에서 열린다.
 
‘프로토타입’ 전시 전경. /아트조선
‘프로토타입’ 전시 전경. /아트조선
‘프로토타입’ 전시 전경. /롯데뮤지엄
‘프로토타입’ 전시 전경. /롯데뮤지엄
‘프로토타입’ 전시 전경. /아트조선
‘프로토타입’ 전시 전경. /아트조선
 
이번 전시에서 옥승철은 현대 시각문화 속에서 이미지가 소비되고 유통되는 방식에 주목한다. 전시장 벽면에 걸린 작품은 어디서 본 듯하고, 대중문화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를 닮기도 했다. 그러나 어디서부터 작품이 시작됐는지, 그 근원을 찾으려는 시도는 미궁에 빠지게 된다. 어딘가 닮은 듯한 이미지를 그리지만, 사실 작가는 구체적인 복제 대상을 삼지 않고 순수하게 창작해낸 화면이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공간 구성도 돋보인다. 디지털 환경에서 이미지는 실체 없는 상태로 복제, 소비되며 인쇄물이나 전시 공간 같은 유통을 위한 물리적 매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작가는 이러한 구조에서 착안해 전시 공간을 소프트웨어 유통 방식인 ‘ESD(Electronic Software Distribution)’를 모델로 설계해 전체 전시장을 하나의 가상 공간으로 연출했다.
 
 
전시장은 세 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각 섹션은 독립된 비선형적 동선을 구축하면서도 십자 복도를 매개로 서로 연결돼 관람객이 주체적으로 각기 다른 경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의도했다. 하나의 섹션을 관람한 관람객은 다시 시작지점으로 돌아와 다음 경로로 감상을 이어나가며 이미지의 호출, 변형, 유통이 끊임없이 이뤄지는 디지털 환경을 감각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각 섹션을 잇는 복도의 녹색 조명은 크로마키의 초록색에서 모티프를 따왔다.
 
Tylenol, 2025, acrylic on canvas, 80x160 cm. /롯데뮤지엄
Tylenol, 2025, acrylic on canvas, 80x160 cm. /롯데뮤지엄
 
작가 옥승철은 “점차 시리즈와 작업 방식이 다양해지는 시점에서 지금까지의 작업을 정리하는 계기가 되는 전시”라며, “대중적으로 알려진 회화 작업 외에도 조각처럼 다양한 작업 방식을 구체적으로 선보이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티켓가는 성인 2만원, 청소년과 어린이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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