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8.18 17:34
배윤환 개인전 ‘딥다이버’
11월 9일까지 마곡동 스페이스K 서울

어둠 속에서 신비로운 이야기가 빛난다. 배윤환(42)은 색을 배제한 검은 배경의 회화로 작가가 느낀 감정의 파편을 시각적으로 응축하는 작가다. 그 안에서는 우화적이고 상징적인 이야기가 있지만,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다.
제목부터 무거운 울림을 주는 ‘우린 잘 지내고 있어’는 삶의 균형과 불안정성을 상징적으로 다룬 작업이다. 위태로운 동굴 속 광부들이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긁고 파내고 부수는 장면으로 작가가 처한 창작의 현실과도 오버랩시킨다. 배윤환은 이를 통해 불완전한 삶 안에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추구하고 있는지 질문하고, 혼란과 균형을 오가는 삶의 진동이 살아가는 것의 본질임을 알린다.

‘오아시스 365’는 색채가 적극적으로 활용된 연작이다. 흑색을 배경으로 오징어 잡이를 묘사한 이 작품은 컬러 먹물을 난사하는 오징어와 색을 뒤집어쓴 선원들의 모습 이 등장한다. 작가는 오징어 먹물이 터질 때마다 선원의 몸이 먹물로 뒤덮이는 상상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종국에는 모든 선원이 검은색으로 뒤덮여 세상의 색(검정)과 같아지고 선원들은 사라진다는 설정이다. 다만 실제 작품에는 먹물을 오히려 풍부한 색으로 반전 시켰다. 형형색색의 먹물을 뒤집어쓴 선원의 모습이 마치 판타지처럼 펼쳐진다. 그러면서 우리가 지우고 싶을수록 더욱 도드라지는 반복된 상황을 환기한다. 실재하지도 닿을 수 도 없는 오아시스와 매일 반복되는 망상의 순환이 제목에 투영됐다.

이번 전시 ‘딥다이버(Deep Diver)’에서는 앞서 언급한 배윤환의 작품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 11월 9일까지 마곡동 스페이스K 서울에서 열린다. 층고가 높고 면적이 넓은 공간을 적극 활용한 점이 돋보인다. 이 외에도 작가의 회화적 여정을 함축하는 100여 점의 드로잉이 함께 전시된다. 앙리 마티스의 영향을 받아 단축적인 표현 방식이 두드러진 ‘마티스는 단서를 남겼다’ 연작과 특정한 사건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를 꼬집는 ‘선크림’ 연작, 경고음이 울리고 있는 와중에도 그것을 배경음으로 소비하는 인간의 모습을 담은 ‘사이렌’ 연작을 비롯해 금이 얼굴에 박힌 광부들의 초상을 통해 인간의 욕망을 곱씹어보는 ‘두 번 내려쳐’ 연작 등에 시대의 풍경을 담아낸다.



배윤환은 제주도에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서원대학교에서 수학하고 경원대학교 대학원 회화과에서 석사를 취득했다. 신화적 상상력과 사회적 현실을 결합한 서사적 회화로 주목받아 왔으며, 회화를 기반으로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작품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2023년 인천아트플랫폼과 2018년 두산갤러리 뉴욕, 2014년 스페이스몸 미술관 등이 있으며, 2025년 성남큐브미술관, 2024년 서울시립미술관, 2019년 경기도미술관 등 그룹전에 참여했다. 2024년 송은미술대상전 최종후보에 올랐으며 2014년 중앙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작가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 등 주요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