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11.07 17:24
이중섭미술상 수상 기념전 ‘네 아니요’
대표작 ‘흑백 연습’ 포함한 작품 내걸려
18일까지 서울 광화문 ACS(아트조선스페이스)
‘네 아니요’. 전시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전시장에 내걸린 곽남신의 작품은 흑과 백, 입체와 평면, 빛과 그림자 같은 상반된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긴장감과 위트를 담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곽남신은 캔버스에 주름이지도록 구기거나, 또는 구긴 것처럼 캔버스 위에 생생한 음영 효과를 더해 관람객의 시선을 혼동시키고 일종의 놀이적 시각 경험을 선사한다.
그뿐만 아니다. 까만 도형 사이로 떨어지고 있는 그림자 인물을 담아낸 작품 ‘흑백 연습’은 인물의 윤곽을 구성하고 있는 막대가 입체적으로 표현돼, 배경의 평면적 요소와 대조를 이룬다. 관람객들이 유독 시선을 떼지 못하는 이유다. 곽남신은 미니멀한 구조 위에 간단한 역설을 제시하고 나머지는 관람객의 감상에 작품을 맡긴다. 놀이터의 시소처럼. 관람객은 작품 위에서 떠오르기도 하고 가라앉기도 하며 자유롭게 스릴을 느낀다.
곽남신은 홍익대학교와 파리 국립 장식미술학교를 졸업했으며 토포하우스, 금산갤러리, 성곡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국립현대미술관, 브루클린 뮤지엄(Brooklyn Museum) 등 세계 유수의 기관에서 기획전을 가졌다. 작가의 작품은 대영박물관(The British Museum), 필라델피아 프린트센터(The Print Center), 타이페이 관두미술관(Kuandu Museum of Fine Arts) 등을 비롯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등 국내외 여러 기관에 소장돼 있다.
‘곽남신: 네 아니요’는 제37회 이중섭 미술상 수상기념전이다. 11월 18일까지 서울 광화문 ACS(아트조선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이중섭 미술상은 이중섭 화백 30주기를 맞아 제정됐으며 1989년 제1회 수상자를 배출했다.
곽남신은 45년 이상 그림자를 핵심 조형 언어로 탐구하며 한국 현대미술의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해 왔다.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표현 영역을 확장해 온 작가는 거대 담론을 벗어나 보편적 휴머니즘에 집중하며 삶의 부조리한 단면을 유머와 위트로 승화시켜 관객과 소통한다.
6일 ACS(아트조선스페이스)에서는 제 제37회 이중섭 미술상 시상식이 열렸다. 이날 대표로 심사평을 발표한 정일주 퍼블릭아트 편집장은 “곽남신의 예술이 걸어온 행보는 요란하지 않고 품위가 있다. 당대를 주도했던 모더니즘 미술의 근엄주의와 형식주의에 눌리거나 치우치지 않았고, 그럴싸하게 들리는 ‘후기’나 ‘해체’ 운운하는 담론에 편승하지도 않았다”며 “무겁지 않지만 진지하고, 선언하거나 설득하려 들지 않지만 메시지와 진정성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점에서 이중섭과 교차한다”고 밝혔다.
이중섭 미술상을 수상한 곽남신은 “자본의 힘이 모든 가치를 좌지우지하는 세상에서 올바른 예술은 무엇일까 고민하다 보면 종종 남들이 보기에 맥락에서 동떨어진 일들을 시도하기도 한다”라며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여러 작업을 이어왔다. 상으로 격려해 주셨으니, 이 기회에 저도 더 이상 회의하지 않고 제 나름대로 추구해 오던 생각들을 더 열심히 밀고 나가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수상소감을 남겼다.
이날 시상식에는 축사를 맡은 진휘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이지영 유족 대표 조카 손녀, 김종규 박물관 협회 명예회장 등의 관계자가 참여해 자리를 빛냈고 4회 권순철, 9회 오원배, 20회 정경연, 24회 오숙환, 28회 배병우, 30회 김을, 31회 정복수, 35회 윤동천, 36회 김봉태 참석 등 역대 이중섭미술상 수상 작가가 참석해 축하인사를 건넸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2000만원과 상패가 주어진다. 미술상 수상을 기념하는 작가의 개인전은 이달 18일까지 열린다. 무료.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