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범 'CANVAGRO'

입력 : 2025.06.26 16:32
●전시명: 'CANVAGRO'●기간: 6. 14 ─ 7. 12●장소: 어컴퍼니(중동 1520-28)
Canvagro-flower, 2025, oil on Canvas, 227x182cm. /어컴퍼니
Canvagro-flower, 2025, oil on Canvas, 227x182cm. /어컴퍼니
사각의 심장, 2025, oil on Canvas, 53x45cm. /어컴퍼니
사각의 심장, 2025, oil on Canvas, 53x45cm. /어컴퍼니
 
전시 제목 <CANVAGRO 캔바그로> 는 ‘캔버스(Canvas)’와 ‘농사(Agro)’를 결합한 김기범 작가의 조어로, 회화의 전통적인 지지체인 캔버스를 하나의 경작지로 삼아 농부처럼 노동하고 수확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작가에게 있어 회화란, 단순한 이미지의 생산을 넘어서 흰 땅 위에 씨를 뿌리고 땀을 흘리는 노동의 시간이며, 자연과 몸의 리듬 속에서 자라나는 과정 그 자체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먼저 유화 특유의 기름 냄새가 공간을 채운다. 이는 오랜만에 마주하는 회화의 물리적 존재감을 상기시킨다. 사각형의 캔버스 위에 펼쳐진 작품들은 어두운 톤을 바탕으로 다양한 색들이 중첩되어 깊이 있는 레이어를 이루며, 표면은 긁히고 밀린 자국들로 인해 거칠고 육중한 질감을 드러낸다. 화면을 덧입히고 다시 지우는 반복 속에서 작가의 신체와 감각이 개입하고, 붓질의 리듬은 마치 밭을 가는 농부의 손길처럼 치열하다. 농사의 시간성과 회화의 시간성이 서로 겹쳐지며, 그 속에서 생겨나는 색채의 흔적은 작가의 일상과 존재의 기록이기도 하다.
 
사각의심장, bride, 2025, oil on paper, 38x38cm. /어컴퍼니
사각의심장, bride, 2025, oil on paper, 38x38cm. /어컴퍼니
 
김기범 작가는 영남대학교 서양화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흔히 작가들이 택하는 대도시로의 이주 대신 고향인 경주에 정착하여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남들보다 이른 결혼과 생계에 대한 책임감 속에서 본격적인 작품활동은 잠시 미뤄졌지만, 생계를 위한 방편으로 시작한 캔버스 틀 제작은 그에게 회화의 ‘바탕’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게 해주었다. 손수 제작한 틀과 천, 그리고 그 위에 얹히는 물감과 시간들은 결국 그만의 회화 세계를 구성하는 재료이자 철학이 되었다.
 
Untitled, 2025, oil on paper, 38x38cm. /어컴퍼니
Untitled, 2025, oil on paper, 38x38cm. /어컴퍼니
 
사각의 캔버스 안, 또 다른 사각의 프레임 속에서 우리는 작가의 자유로운 붓질과 두터운 표면, 색채의 층위가 만들어내는 깊은 사유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작가가 선택한 ‘틀을 만드는 삶’은 그 자체로 또 다른 형태의 창작이었으며, 그것이 회화로 전이되며 지금의 ‘CANVAGRO’라는 작업 세계로 결실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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