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싼 한지 물들인 기억… 그곳에서 시간이 피어난다

입력 : 2025.05.21 16:24

전광영 개인전 ‘타임 블러섬’
7월 5일까지 신사동 페로탕 서울

Aggregation 24-NV151, 2024
Mixed media with Korean Mulberry paper, 131x163cm. /페로탕 서울
Aggregation 24-NV151, 2024 Mixed media with Korean Mulberry paper, 131x163cm. /페로탕 서울
Aggregation 25-AP033, 2025
Mixed media with Korean Mulberry paper, 117x91cm. /페로탕 서울
Aggregation 25-AP033, 2025 Mixed media with Korean Mulberry paper, 117x91cm. /페로탕 서울
 
삼각형 조각을 논어, 맹자, 법전이나 소설 같은 내용이 담긴 한지로 감싸 자신만의 내러티브로 선명한 미학적 감각을 선사하는 전광영의 개인전 ‘타임 블러섬’이 7월 5일까지 페로탕 서울에서 개최된다.
 
전광영은 오랜 시간 한국적 재료와 기억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구축해 온 작가다. 1970년대 미국 필라델피아 유학 시절, 한 때 추상표현주의에 심취해 있던 작가는 자신의 경쟁력을 한국 고유의 정신과 문화에서 찾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고 1982년 귀국했다. 작가는 곳곳의 미술관, 박물관, 민속촌 등을 다니며 영감을 얻고자 노력했다. 그러던 중 불현듯 떠올린 것은 어린 시절 큰아버지의 한약방에서 보았던 풍경과 물건을 보자기로 감싸는 우리의 문화였다. 두 소재 모두 전광영에게 한국의 정(情)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한약방 천장에 빼곡히 달린 약재 봉투는 전광영의 화면에서 삼각형의 구성 요소로 새롭게 태어났고, 이를 하나하나 한지로 감싸는 작업 방식은 보자기 문화를 떠올리게 한다.
 
Aggregation 25-AP031, 2025
Mixed media with Korean Mulberry paper, 117x91cm. /페로탕 서울
Aggregation 25-AP031, 2025 Mixed media with Korean Mulberry paper, 117x91cm. /페로탕 서울
 
감물, 먹, 황토, 쑥, 인디고, 홍화, 울금, 석류 껍질, 연지 등 자연에서 채취한 천연염료는 고서와 한지의 물성과 결합하며, 색 그 자체가 시간과 기억의 물질로 전환된다. 파스텔 계열의 색조는 여린 감정과 부드러운 시간의 결을, 강렬한 색조는 기억의 응축과 정서의 깊이를 시각화하며, 각각이 서로 다른 감각의 시간성을 화면 위에서 피워낸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대표작인 ‘접합’ 시리즈와 새로운 신작 ‘품’ 시리즈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다층적인 텍스처와 색감, 그리고 조각들이 만들어내는 밀도 높은 구조를 통해 전광영이 탐구해 온 철학적·미학적 사유를 엿볼 수 있다.
 
‘타임 블러섬’ 전시 전경. /페로탕 서울
‘타임 블러섬’ 전시 전경. /페로탕 서울
‘타임 블러섬’ 전시 전경. /페로탕 서울
‘타임 블러섬’ 전시 전경. /페로탕 서울
‘타임 블러섬’ 전시 전경. /페로탕 서울
‘타임 블러섬’ 전시 전경. /페로탕 서울
 
수십 개, 때로는 수백 개의 삼각형 조각들이 집합해 이루는 전광영의 작품은 개인과 집단,  전통과 현대,  혼돈과 질서 사이의 관계를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또한, 우리 주변의 여러 색채에서 영감받아 다양한 자연 재료로 천연 염색되어, 다채로우면서도 수수한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전광영은 뉴욕 브루클린 미술관, 도쿄 모리 아트 센터 갤러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과천, 모스크바 현대미술관 등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전시를 개최했으며, 그의 작품은 영국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 홍콩 M+뮤지엄, 호주 국립미술관 등 유수의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2001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었고, 2009년에는 제41회 대한민국문화예술상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으며 현대 미술계에서 공로를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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