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훈 '유빙'

입력 : 2025.02.06 13:54
●전시명: '유빙'●기간: 2. 6 ─ 2. 28●장소: 아트사이드 갤러리(자하문로6길 15)
한강 #03, 2025,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202x160cm. /아트사이드 갤러리
한강 #03, 2025,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202x160cm. /아트사이드 갤러리
'유빙' 전시 전경. /아트사이드 갤러리
'유빙' 전시 전경. /아트사이드 갤러리
 
아트사이드 갤러리는 2월 6일부터 2월 28일까지 이창훈(b.1971)의 개인전 ‘유빙’을 진행한다. 찰나의 시간을 감각의 차원에서 경험하게 하는 이창훈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공간으로 하여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삶의 이야기로 치환해왔다. ‘시간’을 기반으로 하는 이창훈의 예술적 담론은 결국 그 공간과 시간을 점유하고 살아가는 ‘사람’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시공간 속에 흡수되어 있는 인간의 삶,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나 의미들을 반추하고자 관념적인 시간을 가시화하고, 삶의 서사를 모아 재구성한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사진 작품과 함께 영상, 조각, 사운드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인생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자 한다.
 
전시 ‘유빙’은 사진연작 ‘한강’을 중심으로, ‘한강’ 제작 과정을 담은 아카이브 영상 ‘봄, 여름, 가을, 겨울’과 사운드 ‘빙렬氷裂’, 도시에 내린 눈을 캐스팅한 ‘눈’ 4개의 작품 형식으로 구성된다. 각 작품은 독립적이지만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의 의미를 돕는다. ‘한강’ 시리즈는 한강을 비롯한 그 주변의 도시와 자연,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중요한 소재로 삼고 있다. 한강은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세대를 이어가며 역사와 이야기를 불러오는 동시에 인간의 욕망을 상징한다. 이창훈은 사계절 동안 강변에서 길은 물을 수석 모양의 틀에 담아 얼음으로 만들어 박제하는 작업을 통해 시간의 유한성과 인간 욕망의 덧없음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이 작업은 인간이 추구하는 욕망이 결국 시간의 흐름 속에서 허무해지고, 물질적 가치가 무상함을 깨닫게 한다.
 
한강 #01, 2022, C-프린트, 180x275cm. /아트사이드 갤러리
한강 #01, 2022, C-프린트, 180x275cm. /아트사이드 갤러리
'유빙' 전시 전경. /아트사이드 갤러리
'유빙' 전시 전경. /아트사이드 갤러리
 
전시장에는 사운드 작품 ‘빙렬’이 울려 퍼진다. 이는 사진 연작 ‘한강’의 작업 중, 차가운 얼음이 더운 대기와 만나는 순간에 금이 가는 소리를 녹음·편집한 것으로 각 채널에서는 각기 다른 빙렬음이 간헐적이고 불규칙적으로 들린다. 간혹 그 소리는 자연스럽게 겹치기도 하며 공간을 채운다. 또한, 전시장 곳곳에 놓인 작품 ‘눈’은 겨울 도심에 내린 눈을 모아 만든 눈덩이들을 석고로 캐스팅한 작업으로 녹아 없어질 눈덩이를 영원히 보존하려는 태도가 인간의 욕망을 상징하는 작품 ‘한강’과 내용적으로 이어진다.
 
전시는 인간의 모든 감각을 일깨우고자 한다. 작품은 단순히 시각적 경험을 넘어서, 관객의 청각, 촉각을 자극하며 다채로운 감각적 차원으로 다가간다. 이창훈은 사진, 영상, 조각, 사운드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간'과 '삶'을 성찰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에 시간의 흐름과 인간 존재의 무상함을 담은 작품들은 관객에게 깊은 성찰을 유도하고, 욕망의 본질과 삶의 진정한 가치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눈, 2021~2022, 석고, 가변크기(각 ca.7x7x7cm). /아트사이드 갤러리
눈, 2021~2022, 석고, 가변크기(각 ca.7x7x7cm). /아트사이드 갤러리
 
이창훈은 단순한 시간의 흐름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의 예술적 담론은 시간과 공간을 점유하고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다. 그가 시공간 속에서 포착하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보편적인 삶의 서사이며, 그 안에서 인간의 욕망과 가치, 의미를 반추하려는 노력이 드러난다. 또한, 인간 욕망을 넘어, 궁극적으로 존재의 근원을 자각하게 만들며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확장시키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단순히 허무적인 태도에 빠지지 않고,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물음과 함께 물질적 가치를 벗어나 더 나은 삶을 향한 열망을 촉발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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