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1.24 15:30
1월 16일부터 19일까지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컨벤션 센터
피카소 한화 17억원 작품 판매 성과
메가 갤러리 불참 등 규모 축소
판매 예상치 하회 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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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가포르 아트페어, ‘아트 SG(ART SG) 2025’는 지난 1월 16일부터 19일까지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컨벤션 센터(Marina Bay Sands Convention Centre)에서 열렸다. 아트 SG는 동남아시아의 대표적인 아트페어로 자리 잡았지만, 글로벌 경제의 둔화와 국제적 정치적 갈등 등 여러 어려운 상황 속에서 기대보다 다소 저조한 성과를 기록했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은 아트 SG에는 전세계 30개국의 105개 갤러리들이 참가했다. 처음 시작 당시 큰 기대를 모았지만, 글로벌 경제 불안정과 미술 시장의 변화로 많은 참가 갤러리들이 어려움을 겪은 가운데, 예상보다 낮은 거래 성과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서양 컬렉터들의 발걸음이 뜸해지면서 고가 거래가 감소한 점이 주요한 이슈로 꼽혔다. VIP 개막 첫날, 피카소의 ‘파이프를 든 남자’(Buste d'Homme à la pipe, 1969)가 120만 달러(한화 약 17억)에 팔린 사례와 같은 주목할 만한 판매가 있었으나, 이는 일부에 불과했다. 많은 갤러리들은 예상보다 낮은 매출을 기록했으며 문의가 거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아트 SG의 갤러리 부스는 갤러리스(GALLERIES), 포커스(FOCUS), 퓨처스(FUTURES) 세 가지 부문으로 나뉜다. 지하 2층에 위치한 갤러리스 부문은 다소 예측 가능한 작품들이 주를 이룬 반면, 1층의 포커스와 퓨처스 부문은 신선하고 도전적인 작품들로 관람객에게 풍성한 볼거리와 새로운 인사이트를 선사했다. 올해 디지털 스팟라잇(Digital Spotlight) 부문에서는 총 10개의 부스가 선정되었고, 그 중 9개의 부스가 포커스 부문에 위치했다. 디지털 스팟라잇은 AI, 가상 현실, 디지털 미디어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혁신적인 작품을 선보이며, 현대 미술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부스를 선정한다.

아트 SG에는 13개(333갤러리, BHAK, Gallery H.A.N, 가나아트, 더컬럼스 갤러리, 더페이지갤러리, 리앤배, 백아트, 서정아트, 선화랑, 원앤제이 갤러리, 조현화랑, 표갤러리)의 한국 갤러리가 참여했다. 그중에서 조현화랑은 이배의 ‘불로부터’ ‘붓질’ 등 7점을 모두 판매하는 성과를 올렸다. 또한, 리만머핀(Lehmann Maupin) 부스에 출품된 김윤신의 조각 ‘합이합일 분이분일’ (合二合一分二分一) 시리즈의 2013년 작품이 싱가포르아트뮤지엄(Singapore Art Museum)에 영구 소장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1, 2회 아트 SG에 참여한 바 있는 한국의 국제갤러리와 더불어, 데이비드 즈위너(David Zwirner), 페이스(Pace Gallery)와 같은 대형 갤러리의 부재와 중견 갤러리들의 신중한 접근은 전반적인 시장 불확실성을 반영했다. 많은 갤러리들이 가격이 5만 달러 이하(한화 약 7,200만원)인 작품들을 중심으로 전시했으며, 이는 시장의 신중한 태도를 보여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트 SG는 싱가포르의 전략적 위치와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 컬렉터 시장 덕분에 글로벌 미술 시장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의 경제 성장과 함께 컬렉터들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이에 맞춘 맞춤형 전략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타데우스 로팍(Thaddaeus Ropac)의 던 주(Dawn Zhu) 아시아 디렉터는 “아트 SG의 개막일은 많은 방문객과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으며,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홍콩 등 다양한 지역에서 주요 컬렉터들이 참석했다”라고 전했다. 다양한 지역에서의 참여는 싱가포르 미술씬이 앞으로 더욱 많은 기회를 맞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싱가포르는 아트 SG를 비롯해 여러 미술 행사들로 급성장하는 동남아시아 미술 시장의 중심지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싱가포르에서 미술 후원 재단들이 증가하며 미술 문화와 컬렉터의 기반이 더욱 확장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를테면, 탄오토 미술 재단(Tanoto Art Foundation, 싱가포르의 탄오토 그룹이 2013년 설립한 재단으로, 동남아시아 현대 미술의 발전과 지역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함)의 설립과 같은 여러 민간 재단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으며, 이들은 동남아시아 현대 미술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문화 정책도 미술씬의 확장을 촉진하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는 미술 시장에 대한 지역적 접근과 함께 싱가포르가 미술 허브로서 글로벌한 위상을 더욱 강화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아트 SG의 공동 창립자는 매그너스 렌프루(Magnus Renfrew), 팀 에첼스(Tim Etchells), 샌디 앙거스(Sandy Angus)다. 그 중, 매그너스 렌프루는 2013년 홍콩 아트 바젤(Art Basel Hong Kong)을 시작으로, 2019년 타이페이 당다이(Taipei Dangdai), 2022년 도쿄 겐다이(Tokyo Gendai)를 세우며 아시아 미술 시장의 확대를 주도해 왔다. 그리고 가장 최근인 2023년 아트 SG를 창립하며 아시아 주요 아트페어들을 잇따라 설립했다. 각 도시에 설립한 배경에는, 중국의 미술 시장 영향력이 점차 약화되는 가운데, 홍콩, 도쿄, 싱가포르가 새로운 아시아 미술 시장의 중심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트 SG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설립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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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술 시장의 흐름은 예측하기 어려운 변화의 연속이다. 글로벌 경제 불안과 정치적 변수로 인해 미술 시장의 방향성은 점차 불확실해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아트 SG가 미술 시장의 핵심적인 변화 주체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싱가포르가 아시아 미술 시장의 중심지로 확고히 자리 잡기 위해서는 향후 몇 년간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지속적인 혁신과 계획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새로운 컬렉터 층의 확대와 더불어 다양한 지역에서의 참여는 긍정적인 신호일 수 있으나, 이는 동시에 경쟁의 심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싱가포르의 미술 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려면 다양한 외부 요인을 고려한 전략적 대응이 필수적이다. 아트 SG가 글로벌 미술 시장에서 그 역할을 제대로 다할 수 있을지, 그 미래는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