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5.15 14:05
화폭에 담은 딸의 표정
7월 13일까지 장충동 조현화랑 서울

최근 아트페어에서 사실적인 초상 대작으로 관계자들에게 화제가 된 작가가 있다. 인물의 명확하지 않은 표정, 매력적인 색감, 과감한 구도와 소재의 사용은 많은 사람에게 매력을 끌기에 충분했다. 바로 작가 강강훈의 작품이다.
강강훈의 화면에는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작가의 자녀다. 작가는 개별적인 존재를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상의 존재론적 상태를 포착하기 위해 인물의 정서적 움직임과 생명의 에너지를 담아낸다. 이러한 시도는 딸의 사진을 수백 장 촬영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 과정은 계산적으로 접근할 수 없기에, 감정적 교감을 바탕으로 하며 자연스러운 소통을 하게 된다. 작가는 2016년부터 딸을 등장시켜 가족 초상화를 그려오고 있다.


강강훈의 개인전이 5월 16일부터 7월 13일까지 조현화랑 서울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2022년 이후 2년 반만에 선보이는 것으로 작가의 인물화와 목화 모티브가 내포하는 세대간 흐름의 메타포를 추상과 구상을 넘나들며 고유한 회화적 표현으로 드러내는 신작을 소개한다. 올해 제작된 200호 사이즈 대작 4점과 목화 소품이 전시 공간을 밀도있게 구성한다. 이를 통해 실재와 재현에 대한 작가의 깊은 사유를 몰입감 있는 경험을 선사한다.
작가의 화면에 등장하는 목화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존재를 상징한다. 자연적 오브제에 내포된 초월적 존재성을 함축하는 소재다. 작가가 목화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2022년으로, 돌아가신 어머니의 부재 이후 목화의 부드러운 솜털과 솜을 받치고 있는 잎사귀가 어머니의 흰머리와 손을 연상시키면서다. 목화의 솜은 생기가 깃들지 않은 꽃의 형상을 하고 있으면서도, 새로운 생명의 온기를 품는 이중적 특성을 지닌다. 세대 간의 흐름과 변화하는 존재를 은유하는 동시에, 존재와 부재, 유형과 무형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형성하는 목화와 인물의 대비는 바니타스 회화 전통의 유한성과 영속성에 대한 주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목화를 화면 곳곳에 인물과 함께 배치해 독특한 구도와 그에 따른 비례미를 전달하고 가족 초상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관람객에게 입체적인 전시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목화의 묘사에서 과감히 생략된 디테일과 두꺼운 물감이 만들어내는 강한 마티에르, 그리고 절제된 색감이 형성하는 독특한 시각적 언어를 제시한다.

한편, 강강훈은 어떤 대상을 단순히 재현의 차원에서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 내면의 세계로 진입하게 하여 관람자를 진정한 자아와 대면하도록 유도한다. 제주도립미술관, 우양미술관, 클레이 아크 김해미술관, 경기도박물관, 제주 현대미술관, 경남도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의 기관에서 그룹전을 가졌고, 국립현대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