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1.28 15:00
미술과 금융 상품 접목해 컬렉터 이목 끌어
싱가포르 소더비 파이낸셜 서비스와 아시아 미술시장
싱가포르에서 바라본 한국 미술시장
“후보 선수가 안보인다. 후보를 키워야 판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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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 날씨 속에서 이런 날씨는 없다며 필자 스스로 날씨 요정임을 자처하는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요란스러운 빗줄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스콜 현상(대류현상에 의해 발생하는 갑작스러운 소나기)을 몸으로 맞고 있으려니 여기가 싱가포르가 맞다 싶었다. 공식 언어만 4개로,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아시아 금융의 중심 싱가포르는 그만큼 역동적이고 젊다. 영국으로부터 독립 후 천연자원이나 특별한 배후지 없이 아시아의 네 마리 용 중 하나로 자리 잡기까지는 강력한 국가 중심의 경제 정책과 함께 다양성을 인정하는 포용적 문화가 사회 전반에 자리 잡았고 이는 오늘날 1인당 GDP 약 9만1000달러(2024)로 세계에서 한 손에 꼽을 수 있는 강력한 부(富)를 이루는 나라가 됐다. 싱가포르가 갖고 있는 금융의 힘을 바탕으로 한 문화와의 연관성을 찾기 위해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아트 SG’ 기간에 Sotheby’s Financial Services(소더비 파이낸셜 서비스) 아시아 대표 송연경 디렉터를 단독 인터뷰했다.

―최근 싱가포르에서는 아트페어 ‘아트 SG’가 3회째 열리며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앞으로 싱가포르는 세계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나요?
잠재력이 풍부합니다. 싱가포르 자체가 워낙 다양한 문화가 섞인 멜팅 팟(Melting Pot : 인종 문화 등 여러 요소가 하나로 융합 동화되는 현상. ‘인종의 용광로’라고도 한다.) 같습니다. 인종도 다양하고, 언어도 공식 언어가 중국어, 영어, 타밀어, 말레이어로 총 4개입니다. 과거에는 인도네시아 출신 분들은 인도네시아 작품을 선호하고, 말레이시아 출신 분들은 말레이시아 작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점점 더 다양화, 국제화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컬렉터가 싱가포르라는 미술 시장을 통해 교류하는 느낌이랄까요. 제가 싱가포르에 살면서 느낀 점은 한국 사람들은 대체로 시선이 저 멀리 미국이나 유럽 같은 곳을 향해 있는데, 싱가포르는 동남아시아 쪽 미술에 대한 교류가 풍부해요. 그쪽 이민자들도 많고요. 컬렉터들도 보면 컬렉팅 자체를 사회 기여나 문화 지원으로 보는 일종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본인이 이 작품을 구매하고 컬렉션을 구성해서 박물관에 기증하고, 그런 행동을 애국 내지는 문화에 대한 지원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싱가포르가 역사가 짧다 보니, 최근에는 문화적 기반을 양성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갤러리와 국립 미술관 같은 기관이 아주 관리가 잘 되고, 지원이 활발합니다.(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싱가포르 내셔널 갤러리는 싱가포르의 국가 기념물인 구 대법원과 시청 건물을 개조한 것으로, 다양한 전시를 선보인다.)
―디렉터님은 주로 금융(은행)에서 근무를 하다가 미술 옥션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한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은행을 다니다가 우연히 비즈니스 스쿨을 뉴욕으로 가게 됐어요. 그러다 정말 개인적인 관심으로 비즈니스 스쿨 2학년 때, 뉴욕 크리스티에서 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1년 수강하게 되었습니다. 프로그램을 1년 수강 후 은행으로 다시 돌아왔죠. 그런데 제가 소속되어 있는 부서 아시아 대표께서 싱가포르에서 아트 쪽 상품을 시작해보자는 의견을 주셨어요. 은행에서는 VIP고객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을 하거든요. 미술을 바탕으로 금융과 접목시키는 프로그램은 이미 뉴욕에서는 거의 30년이 넘었는데 아시아에서는 시행하지 않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회사 정책으로 시작을 하게 됐고, 지원자를 받길래 제가 지원해서 담당하게 됐죠.
그렇게 은행에서 금융을 접목시킨 미술파트 일을 하던 중 영국에 헤드헌터로부터 소더비에서 아시아를 총괄할 사람을 찾는다는 소식을 전해왔고 자세한 정보를 들어보니 제가 은행에서 하는 일과 거의 비슷하더라고요. 비슷한 비즈니스 안에서 환경을 옮겨보는 것도 재미있고 의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은행을 다니다가 우연히 비즈니스 스쿨을 뉴욕으로 가게 됐어요. 그러다 정말 개인적인 관심으로 비즈니스 스쿨 2학년 때, 뉴욕 크리스티에서 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1년 수강하게 되었습니다. 프로그램을 1년 수강 후 은행으로 다시 돌아왔죠. 그런데 제가 소속되어 있는 부서 아시아 대표께서 싱가포르에서 아트 쪽 상품을 시작해보자는 의견을 주셨어요. 은행에서는 VIP고객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을 하거든요. 미술을 바탕으로 금융과 접목시키는 프로그램은 이미 뉴욕에서는 거의 30년이 넘었는데 아시아에서는 시행하지 않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회사 정책으로 시작을 하게 됐고, 지원자를 받길래 제가 지원해서 담당하게 됐죠.
그렇게 은행에서 금융을 접목시킨 미술파트 일을 하던 중 영국에 헤드헌터로부터 소더비에서 아시아를 총괄할 사람을 찾는다는 소식을 전해왔고 자세한 정보를 들어보니 제가 은행에서 하는 일과 거의 비슷하더라고요. 비슷한 비즈니스 안에서 환경을 옮겨보는 것도 재미있고 의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일을 해보니까 어떻던가요? 잘 맞던가요?
저는 너무 재미있었어요. 일이야 뭐 크게 달라진 게 없으니까 숫자만 보고 그러는데, 어쨌든 환경이 달라졌잖아요. 은행에서 아트 옥션으로. 그러다보니 작품도 좀 보고, 미술 관련해서 새로 배우는 것도 있고 하죠. 배우고 성장하는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비즈니스 방식은 같았지만 인더스트리(산업)가 달라지니까 여기서는 이렇게 비즈니스가 되는구나, 이런 특성이 있구나 하면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저는 너무 재미있었어요. 일이야 뭐 크게 달라진 게 없으니까 숫자만 보고 그러는데, 어쨌든 환경이 달라졌잖아요. 은행에서 아트 옥션으로. 그러다보니 작품도 좀 보고, 미술 관련해서 새로 배우는 것도 있고 하죠. 배우고 성장하는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비즈니스 방식은 같았지만 인더스트리(산업)가 달라지니까 여기서는 이렇게 비즈니스가 되는구나, 이런 특성이 있구나 하면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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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게 어떤 업무를 맡고 계신가요? 그림을 담보로 대출을 하는 업무인가요?
간단하게 답하자면 그림을 담보로 다양한 유동성을 제공하는 일입니다. 주택 담보 대출에 비유해 보면 비슷할 거예요. 작품을 구매할 때 대출을 제공할 수도 있고, 고객이 작품을 가지고 있는 동안 제공할 수도 있죠. 고객이 필요한 시점에 대출을 제공해서 사업 자금, 상속 등 다양한 곳에 쓰실 수 있게끔 하는 게 목적입니다.
―이러한 상품을 이용하는 고객 수나 규모가 어떻게 될까요?
시계, 명품 같은 귀중품 분야와 아트를 같이 포함한다면 2023년 기준 30빌리언(billion)달러 내외, 한화 약 43조 정도로 추정을 하고 있고 2024년과 2025년에는 이 규모보다 매년 10퍼센트 정도는 성장할 것으로 마켓에서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시계, 명품 같은 귀중품 분야와 아트를 같이 포함한다면 2023년 기준 30빌리언(billion)달러 내외, 한화 약 43조 정도로 추정을 하고 있고 2024년과 2025년에는 이 규모보다 매년 10퍼센트 정도는 성장할 것으로 마켓에서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기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나 상품을 이용할 수 있는 건 아닐 것 같은데
일단 저희가 얼마나 오랫동안 알았던 고객인지, 또는 저희와 거래 기록이 없더라도 얼마나 재정적으로 신용이 있는 지도 기준이 되고요. 소더비의 경우 전세계 고객들이 소더비에서 거래를 하신 데이터 풀이 있어서, 컬렉팅 사이즈도 저희 소더비에서 잘 파악할 수 있으니까 좋은 고객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저희는 보통 한 작품만을 담보 대상으로 하는 경우는 드물고요, 적어도 서너 작품 정도로 다양한 케이스를 선호합니다. 이유는 작품도 마찬가지로 가치에 대한 변동성이 있기 때문에, 한 작품만 받았을 경우에는 리스크가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저희가 얼마나 오랫동안 알았던 고객인지, 또는 저희와 거래 기록이 없더라도 얼마나 재정적으로 신용이 있는 지도 기준이 되고요. 소더비의 경우 전세계 고객들이 소더비에서 거래를 하신 데이터 풀이 있어서, 컬렉팅 사이즈도 저희 소더비에서 잘 파악할 수 있으니까 좋은 고객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저희는 보통 한 작품만을 담보 대상으로 하는 경우는 드물고요, 적어도 서너 작품 정도로 다양한 케이스를 선호합니다. 이유는 작품도 마찬가지로 가치에 대한 변동성이 있기 때문에, 한 작품만 받았을 경우에는 리스크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구조를 설계하셨겠네요. 디렉터님이 입사 후 하신 일이?
그렇죠. 고객들 만나서 수요 파악을 하고 잠재 고객을 찾는 게 하나이고, 그 구조를 짜고 금액과대출 조건을 설정하는 것도 또 하나의 일입니다.
그렇죠. 고객들 만나서 수요 파악을 하고 잠재 고객을 찾는 게 하나이고, 그 구조를 짜고 금액과대출 조건을 설정하는 것도 또 하나의 일입니다.
―앞으로 확장될 싱가포르 시장에 대해 소더비 내부에서 지향하고자 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파이낸셜 서비스 같은 경우 과거에는 저희도 작은 규모로 옥션에 한 파트로 작은 규모로 진행했다면, 저희 오너쉽이 바뀌면서 모건스탠리, JP모건 등 다양한 은행 출신의 전문 경영인과 신규 인력을 채용해 더 전문적인 팀이 구성됐습니다. 그래서 최근 2년, 3년 전부터는 적극적인 확장을 이뤄내고 있죠. 싱가포르의 경우 파이낸셜 서비스의 아시아 중심지로 전략적 중요성이 있습니다. 소더비 전체적으로도 싱가포르는 동남아시아 시장의 중심지로 잠재력을 크게 보고 있어서 다른 옥션 하우스들과는 다르게 선제적으로 라이브 옥션도 매년 진행하고 있습니다.
파이낸셜 서비스 같은 경우 과거에는 저희도 작은 규모로 옥션에 한 파트로 작은 규모로 진행했다면, 저희 오너쉽이 바뀌면서 모건스탠리, JP모건 등 다양한 은행 출신의 전문 경영인과 신규 인력을 채용해 더 전문적인 팀이 구성됐습니다. 그래서 최근 2년, 3년 전부터는 적극적인 확장을 이뤄내고 있죠. 싱가포르의 경우 파이낸셜 서비스의 아시아 중심지로 전략적 중요성이 있습니다. 소더비 전체적으로도 싱가포르는 동남아시아 시장의 중심지로 잠재력을 크게 보고 있어서 다른 옥션 하우스들과는 다르게 선제적으로 라이브 옥션도 매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미술시장은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글로벌 마켓은 작년보다는 좀 나아진 것 같은데, 아시아는 아직 힘든 상황인 것 같습니다. 결국 중국 자본이 유동성이 있어야 아시아 마켓이 돌아가는 구조인데 지금 중국 쪽 자본이 너무 막혀 있습니다. 이런 영향으로 아시아 쪽에서 수요가 있던 중국 작가들의 가치가 2022년까지 엄청 올라가던 것에 비해 지금은 가치가 많이 떨어진 상황입니다.
글로벌 마켓은 작년보다는 좀 나아진 것 같은데, 아시아는 아직 힘든 상황인 것 같습니다. 결국 중국 자본이 유동성이 있어야 아시아 마켓이 돌아가는 구조인데 지금 중국 쪽 자본이 너무 막혀 있습니다. 이런 영향으로 아시아 쪽에서 수요가 있던 중국 작가들의 가치가 2022년까지 엄청 올라가던 것에 비해 지금은 가치가 많이 떨어진 상황입니다.
―해외에서 바라보는 한국의 아트마켓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나요?
고객들 얘기를 들어보면 프리즈가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맞는 듯합니다. 어제도 빅 컬렉터 한 분을 만났는데 싱가포르의 페어 ‘아트 SG’ 얘기를 하면서 프리즈 얘기를 하더라고요. 프리즈에는 정말 다 있었대요. 로비에만 가도 중요한 컬렉터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아트 SG는 아직 그 규모는 아닌 듯하다, 동남아에서 워낙 한국을 좋아하니까 한국 시장이나 작가에 대한 관심은 지속되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아직 옥션 출품작이나 다른 환경적인 요소들을 보면 조금 더 발전해야 할 부분이 있는 것 같기는 해요.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나오는 건 아닌 것 같고, 항상 아는 작가, 익숙한 작품이지요. 한국 시장 자체가 더 국제화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고객들 얘기를 들어보면 프리즈가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맞는 듯합니다. 어제도 빅 컬렉터 한 분을 만났는데 싱가포르의 페어 ‘아트 SG’ 얘기를 하면서 프리즈 얘기를 하더라고요. 프리즈에는 정말 다 있었대요. 로비에만 가도 중요한 컬렉터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아트 SG는 아직 그 규모는 아닌 듯하다, 동남아에서 워낙 한국을 좋아하니까 한국 시장이나 작가에 대한 관심은 지속되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아직 옥션 출품작이나 다른 환경적인 요소들을 보면 조금 더 발전해야 할 부분이 있는 것 같기는 해요.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나오는 건 아닌 것 같고, 항상 아는 작가, 익숙한 작품이지요. 한국 시장 자체가 더 국제화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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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봤을 때 스타라고 할만한 작가는 누가 있을까요?
김환기 선생님, 박서보 선생님, 이우환 선생님 같은 분들이겠죠? 국내 마켓에 가면 이거는 다 거품이다, 문제가 많다 항상 말이 많잖아요. 근데 그건 항상 나오는 얘기이고요, 어느 순간에는 작품 가격이 올라가고, 떨어질 때 있고 한 거죠. 대신 전체적인 틀에서 보면 이미 어느 궤도에 올라선 분들이 조금 더 올라가야 그 밑에 형성된 작품들이 따라갈 것 같습니다. 시장의 관점은 그렇고, 작품 내적인 관점에서는 보면 프리즈 같은 글로벌 페어도 보면 작품 세계가 다 다르고 다양하잖아요. 근데 한국 같은 경우에는 다양성이 많이 아쉽습니다. 특히나 옥션에는 팔릴만한 작품만 나오다 보니 정말 단색화 외의 작품들은 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축구로 예를 들자면, 후보 선수들도 훌륭하게 준비돼야 주전 선수 한 명이 다치게 되더라도 다음 후보가 출전해서 주전 선수 못지않은 활약을 하면 좋은데, 그 선수 층이 얇으면 아무래도 어렵죠.
―미술을 사랑하는 많은 고객을 만나보셨을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고객이 있나요?
제가 만난 첫 고객이 기억에 남아요. 8년 넘은 지금까지도 관계가 유지되고 있는데 동남아를 비롯한 수백억 규모의 컬렉션을 가지고 계신 분이에요. 그분의 메인 비즈니스는 미술과 아예 상관없이 오로지 열정으로만 어마어마한 작품들을 컬렉팅하고 계세요. 이분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본인이 저렇게 사업을 해서 성공을 했겠구나, 하는 게 컬렉팅을 하는 데서도 보입니다. 사람을 고용하고 활용하는 것만 봐도 본인의 컬렉팅을 도울 어드바이저를 잘 구하고, 신뢰하고, 호흡을 맞춰가면서 잘하시더라고요. 이 고객은 투자 목적으로 작품을 모으시는 게 아닌데도 불구하고, 컬렉팅의 가치도 엄청나게 상승을 해요. 또, 위험성 관리나 판단을 내리는 그런 부분을 보면 아, 이분이 정말 괜히 성공한 게 아니다 싶어요. 사람의 정체성이 컬렉팅을 하는데서도 드러나죠.
제가 만난 첫 고객이 기억에 남아요. 8년 넘은 지금까지도 관계가 유지되고 있는데 동남아를 비롯한 수백억 규모의 컬렉션을 가지고 계신 분이에요. 그분의 메인 비즈니스는 미술과 아예 상관없이 오로지 열정으로만 어마어마한 작품들을 컬렉팅하고 계세요. 이분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본인이 저렇게 사업을 해서 성공을 했겠구나, 하는 게 컬렉팅을 하는 데서도 보입니다. 사람을 고용하고 활용하는 것만 봐도 본인의 컬렉팅을 도울 어드바이저를 잘 구하고, 신뢰하고, 호흡을 맞춰가면서 잘하시더라고요. 이 고객은 투자 목적으로 작품을 모으시는 게 아닌데도 불구하고, 컬렉팅의 가치도 엄청나게 상승을 해요. 또, 위험성 관리나 판단을 내리는 그런 부분을 보면 아, 이분이 정말 괜히 성공한 게 아니다 싶어요. 사람의 정체성이 컬렉팅을 하는데서도 드러나죠.
곧 출산을 앞둔 송연경 디렉터는 무거운 몸에도 불구하고 2시간에 가까운 인터뷰 내내 다양성과 문화 공존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인종의 다양성을 넘어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새로운 관점에서의 문화 공존의 모색이 문화로 어떻게 꽃피울 수 있을지 인터뷰를 마치고 길에서 들려오는 4개의 언어 그 이상의 소리도 전혀 이상하게 느끼지 못하게 하는 그곳에서 막연하게나마 답을 찾을 수 있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