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12.27 15:15
윤한경 두아르트 스퀘이라 이사 인터뷰
2019년 탄생부터 그 이전 역사까지
최근 전시 소감과 한남동 새 공간 계획

스스로를 ‘젊은 갤러리’라고 정의하는 두아르트 스퀘이라는 논현동에서의 공간을 정리하고 내년부터 한남동으로 옮겨 관람객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두아르트 스퀘이라는 포르투갈 브라가를 기반으로 런던과 서울에도 공간을 운영 중이다.
영국, 프랑스, 스위스, 미국과 같은 국가는 역동적인 미술시장, 세계 미술계의 움직임을 주도하는 갤러리, 미술에 모든 열정을 쏟아부을 준비가 된 큰손 컬렉터를 모두 갖추고 있다. 그러나 포르투갈은 우리에게 다소 낯선 나라이며, 어떤 갤러리와 작가가 있는지 쉽게 그려지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세계 시장에서 비교적 큰 비중을 가지고 있지 않은 한국에 포르투갈 갤러리가 상륙했다는 사실은 여러모로 낯설고 놀랍다. 그들은 한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또, 포르투갈에서의 작가와 갤러리는 한국과 어떻게 다를까?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포르투갈의 미술 지형도를 그려보고자 두아르트 스퀘이라 서울의 윤한경 이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두아르트 스퀘이라는 어떻게 시작됐나요?
25년 넘게 갤러리를 운영해 온 마리오 스퀘이라(Mario Sequeira)는 포르투갈에 앤디 워홀을 처음 소개한 장본인이자 안토니 곰리(Antony Gormley), 줄리언 오피(Julian Opie), 알렉스 카츠(Alex Katz), 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 같은 작가와 협업한 갤러리스트입니다. 그러다 이제 노년에 접어들면서 갤러리 운영에서는 손을 떼고 아들인 두아르트 스퀘이라(Duarte Sequeira)에게 넘겨주려고 했죠. 그런데 아들인 두아르트는 자신이 갤러리 사업에 전면적으로 뛰어들 거라면, 아버지의 네트워크와 인적 재산을 그대로 물려받기보다는 자신만의 젊은 시각을 담아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품은 동시대 작가와 일하고 싶어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두아르트 스퀘이라 갤러리를 포르투갈 브라가에서 2019년에 시작했고요. 당시 나이는 28살이었네요.

─이후 런던과 서울까지 확장하며 국제적인 갤러리로 도약했습니다. LA나 파리 같은 곳이 아닌 지구 반대편 서울까지 오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코로나로 많은 아트페어가 중단됐을 때, 아트부산에서 참여 제의를 받았습니다. 대부분의 페어가 온라인으로만 열렸는데, 한국에서 오프라인으로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참가를 결정하게 됐다고 해요. 그런데 당시에 해외에서 입국한 사람의 경우 2주의 격리기간이 있었으니까 두아르트 스퀘이라 직원들이 오기엔 힘든 상황이었고 그래서 한국 현지에서 세일즈나 전반적인 운영을 맡아줄 사람을 찾다가 저와 연락이 닿아서 제가 합류하게 됐죠. 동시에 운 좋게 당시 미술시장이 유래가 없던 호황기여서 한국에서 좋은 성과를 냈습니다. 마침 해외로 진출하려던 두아르트 대표가 미국이랑 아시아를 고려하고 있었는데, 국내 컬렉터들의 애티튜드가 새롭고 다른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아 한국에 갤러리를 열기로 결정했다고 해요.


─한편, 서울에서 열린 전시만 봐도 젊고 새로운 시각으로 작가를 소개하려는 두아르트의 철학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합니다. 최근에 끝난 넬 브룩필드(Nell Brookfield)의 개인전도 그랬고요.
네, 넬 브룩필드 역시 1994년생 젊은 작가로 한국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자리였습니다. 많이 알려지지 않은 신진 작가라 저희도 걱정을 했는데 예상 외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특히 저희를 처음 찾아주신 신규 컬렉터의 유입이 있었고요, 대체로 나이가 젊은 분들이라는 게 특징이었습니다. 최근에는 도록도 내고 출판기념회도 런던에서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저희가 지향하고자 하는 바가 잘 전달된 결과가 아닐까 싶어요.

─포르투갈에서 두아르트 스퀘이라는 어떻게 활동하고 있나요? 갤러리가 위치한 브라가라는 도시가 포르투갈에서도 낯설게 느껴집니다.
브라가는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포르투에서 30분 정도 더 들어가면 나오는 도시인데요. 여러 명품 패션 브랜드의 원단 제작사가 있습니다. 또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던 도시라 역사적인 명소도 있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부유한 컬렉터들이 머무르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1만 3000평 부지에 수장고, 전시 공간, 조각 공원, 레지던시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설립자인 마리오 스퀘이라가 워낙 대단한 갤러리스트였다보니, 자연스럽게 미국을 비롯한 해외 뮤지엄 보드멤버나 컬렉터들이 투어로 방문하기도 합니다.


─두아르트 스퀘이라는 포르투갈에서 어떤 작가를 소개하나요?
저희는 줄리안 오피 같은 세계적인 작가도 소개하지만 동시에 젊은 갤러리니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작가와 함께 성장하려고 노력합니다. 저희도 운송비라든지 많은 비용을 들이지만 작가 역시 생업이고, 그래서 어느 정도의 성과가 있어야겠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접근하게 됩니다. 최근엔 한국의 정영도 작가를 포르투갈 공간에서 해외 유명 컬렉터들에게 소개하는 자리도 있었는데요. 그분들이 정영도 작가의 전시를 흥미롭게 보는 모습을 보고 여러모로 보람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한국 젊은 작가, 원로 작가와도 얘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포르투갈과 비교할 때 한국의 미술시장은 어떤가요?
포르투갈은 빈부격차가 심합니다. 그래서 부유층 컬렉터의 경우에는 굉장히 전통적이고 전형적인 컬렉팅을 합니다. 이를테면 알렉스 카츠, 게오르그 바젤리츠(Georg Baselitz) 같은 작가들이요. 그 작가들도 마리오 스퀘이라를 통해 구매하다 보니 저희도 자연스럽게 경향을 파악할 수 있었고요. 반면 한국은 규모가 더 큽니다. 두아르트가 말하길, 한국에 빌딩이 얼마나 많은데 저 빌딩을 가진 사람들의 숫자만 세어봐도 포르투갈보다 훨씬 크다고 해요. 규모 면에서는 그렇고, 성향에 대해서는 한국 컬렉터는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는 것 같습니다. 공부를 더 많이 하시는 것 같고 더 대중화돼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평균치 자체가 해외에 비해 높다는 인상을 받아요.

─새로운 공간인 한남동에서는 앞으로 어떻게 운영될 계획인가요?
어느 정도 공간이 확장됐습니다. 두 개 층을 사용하고요. 지금 공간은 크지 않아서 젊은 작가 위주로 선보였다면 새 공간에서는 층이 다른 공간이 두 개가 생기는 거니까 한쪽에서는 젊은 작가를 그대로 보여드릴 수도 있겠고, 반면 다른 쪽에서는 해외 유명 작가의 드로잉 쇼를 선보인다던가 하는 식으로 재미있게 구성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3월에는 페트라 코트라이트(Petra Cortright)라는 작가의 전시가 예정돼 있습니다. 미디어 기반으로 작업을 하면서 디지털로 만든 이미지를 실물로 프린팅을 해서 작품을 선보입니다. 이 밖에도 다양하고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