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4.06.26 16:15
뮤지션과 미술 작가의 협업


최근 뉴진스는 더블 싱글 앨범 ‘Supernatural’을 발매하며 세계적인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Murakami Takashi)와 협업해 화제다. 무라카미는 이번 앨범을 위해 뉴진스와 뮤직비디오 삽화, 앨범 커버 아트, 굿즈 디자인 등 여러 작업물을 선보였다. 26일에는 무라카미와 협업한 굿즈를 판매하는 팝업스토어를 7월 10일까지 명동 라인프렌즈 스퀘어에서 연다.

평소 뉴진스의 열렬한 팬이라고 밝힌 무라카미 다카시는 전후 일본 애니메이션과 함께 성장한 세대로, 일본의 서브컬처를 세계의 중심이 된 서구 미술에 편입시키고자 하는 전략으로 일찍이 국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특히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서구와 일본’ 등을 평평한 구조로 해석한 ‘슈퍼플랫(Superflat)’이란 독자적 개념을 창안했으며, 미술계는 물론 패션 등 대중문화에도 깊숙이 안착한 작가다.

대중음악과 미술이 협업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밴드 아도이(ADOY)는 2017년에 발표한 첫 데뷔앨범 ‘CATNIP’부터 꾸준히 작가 ‘옥승철’의 작품을 앨범 커버 아트로 활용해 왔다. 옥승철은 여러 애니메이션과 만화 속 인물들의 클로즈업 장면들을 캡처하고 이를 재조합해 새로운 얼굴을 만든 후, 이를 다시 캔버스로 옮기는 작업 방식을 선보이는 작가다. 원본에 대한 기존의 정의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과 회화, 원본과 밈(meme)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관계망을 시도하며 독자적인 작업세계를 구축하며 ‘핫한 작가’로 떠올랐다. 그 기반에는 아도이 앨범 아트에 참여하며 대중적 관심을 쌓아나간 영향도 있다. 아도이 역시 옥승철과 작업한 이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록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는 등 상업적 성공과 음악적 성공을 모두 이뤘다.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밴드 혁오도 마찬가지다. 데뷔 앨범 ‘20’부터 최근 작업물까지 작가 노상호가 앨범 아트 디렉팅을 맡았다. 노상호는 혁오와 대학교에서 인연을 맺은 뒤, 현재까지도 친밀한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노상호는 디지털과 현실의 경계를 오가며 얻게 되는 오류와 비현실적인 감각을 바탕으로 작품을 그려 나간다. 노상호는 지난 4월 아라리오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가지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잔나비의 앨범 커버에서는 작가 콰야의 작품을 발견할 수 있다. 콰야는 서정적이면서도 레트로적 감상을 자아내는 특유의 작업 분위기와 화풍으로 미술애호가부터 대중의 마음까지 폭넓게 사로잡는 작가다. 콰야의 작품 속에는 표정을 읽을 수 없는 몽환적인 얼굴의 인물이 등장해 보는 이의 호기심과 감정을 자극하며 묘한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특징이다. 잔나비 역시 레트로적 분위기를 기반으로 동화적 상상력을 접목해 음악 활동을 이어간다. 잔나비와 콰야는 비슷한 작업관을 공유하며, 앨범 커버만 봐도 노래의 분위기를 유추할 수 있을 정도로 잘 어우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