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일러 화이트의 이상한 집

입력 : 2023.04.07 18:00

개인전 ‘하우스 마인드’
청담동 지갤러리 29일까지

테일러 화이트 개인전 ‘하우스 마인드(House Mind)' 전경. /윤다함 기자
테일러 화이트 개인전 ‘하우스 마인드(House Mind)' 전경. /윤다함 기자
A Night Light, Acrylic, spray paint, graphite and sewing on canvas, 183x213cm, 2022. /윤다함 기자
A Night Light, Acrylic, spray paint, graphite and sewing on canvas, 183x213cm, 2022. /윤다함 기자
A Party Maximum, Oil and oil stick on canvas, 162.56x137.16cm, 2022. /윤다함 기자
A Party Maximum, Oil and oil stick on canvas, 162.56x137.16cm, 2022. /윤다함 기자
 
뒤틀리거나 기울거나. 테일러 화이트(Taylor Anton White·45)의 집은 이상하다. 한쪽으로 쏠려 서 있는가 하면, 불에 휩싸인 듯 새빨갛거나 혹은 다소 성글게 엮여 엉성한 모양인 식이다. 이들 집은 다양한 세상사만큼이나 각기 다른 형상을 지닌다. 작가는 집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왜곡된 형상으로써 표현해 보는 이에게 도리어 질문을 던진다. “집은 제 자신이 가장 진실되고 편안한 상태로 존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곳이죠. 사람마다 집에 대해 느끼는 감상은 다를 거예요. 당신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가요?”
 
몇몇 집들은 마치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위태롭지만 이는 오히려 강인한 힘과 굴하지 않는 자세를 뜻한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집들이 거센 폭풍과 화염 따위에 맞서 똑바로 서 있기 위해 애쓰는 모습으로, 부서지지 않고 외력에 마주 겨루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셈이다. 
 
A House on Fire at Night, Oil, oil stick, wax crayon and pastel on canvas, 86.4x71.1x3.8cm, 2023. /윤다함 기자
A House on Fire at Night, Oil, oil stick, wax crayon and pastel on canvas, 86.4x71.1x3.8cm, 2023. /윤다함 기자
A Yellow House in Daylight, Oil and oil stick on canvas, 183x213cm, 2022. /윤다함 기자
A Yellow House in Daylight, Oil and oil stick on canvas, 183x213cm, 2022. /윤다함 기자
 
화이트 특유의 즉흥적인 감각과 풍부한 상상력은 그의 작업에 있어 주요한 원동력인데, 밑작업 등을 따로 준비하지 않은 채, 한번 붓을 들고 몰두하기 시작하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집중력 있게 그려내는 것이 특징이다. “그림을 그리기 전에 무언가를 계획하거나 스케치하지 않아요. 그저 제 몸이 움직이는 순간, 작업에 임할 뿐이죠.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다가는 그 자체를 너무 깊게 생각하게 되는 패러독스에 빠질 수 있거든요. 하하”
 
작가는 자칫 골치 아플 수 있는 사회문제나 서로 상충하는 개념을 특유의 해학적인 방식으로 유쾌하게 통합하고 해체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이는 화이트가 다채로운 기법과 재료를 동시다발적으로 활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성질이 다른 것들을 섞었을 때 문제가 발생되는데 이를 해결하는 과정이 즉 작업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테일러 화이트 개인전 ‘하우스 마인드(House Mind)' 전경. /윤다함 기자
테일러 화이트 개인전 ‘하우스 마인드(House Mind)' 전경. /윤다함 기자
The Interior of a House with Nuclear Exterior(2022) 디테일. /윤다함 기자
The Interior of a House with Nuclear Exterior(2022) 디테일. /윤다함 기자
 
미국 작가인 그가 한국에서 두 번째 전시를 가진다. 개인전 ‘하우스 마인드(House Mind)'가 서울 청담동 지갤러리(G Gallery)에서 열린다. 2019년 이후 국내에서의 두 번째 개인전이다. 특정한 주제나 매체에 얽매이지 않는 강렬한 미감이 담긴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는 그가 이번에는 집을 소재로 한 신작을 다수 내걸었다. 오일이나 아크릴 외에도 오일 파스텔, 스프레이 페인트 등 여러 재료로써 가지각색의 집을 그려냈다.
 
지난해부터 실험적 성향이 강한 기존의 추상화풍의 작업에서 잠시 벗어나 자동차, 집 등과 같은 소재를 테마로 구상적인 회화를 선보이고 있다. 이 중에서도 ‘집’ 시리즈는 누구나 단박에 알아볼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집의 형태를 지닌다. 창문과 문과 굴뚝 등 유년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그려봤을 법한 평범한 집의 모습이다. 화이트의 캔버스 위에 조금은 거칠고 조금은 엉뚱하게 표현된 이들 집으로부터 누구는 안식을, 누구는 혼란을 발견한다. 모순적 감성을 유머러스하고 위트 있게 풀어낸 테일러 화이트의 작품은 이달 29일까지 볼 수 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