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하자마자 ‘빨간딱지’… 이진우 개인전 개막

입력 : 2019.10.02 20:07

2년 만에 국내 전시, 손꼽아 기다려온 컬렉터들로 ‘문전성시’
‘Art Chosun on Stage’ 조선일보미술관 기획
<玄 : 깊다, 고요하다, 빛나다> 20일까지

 
검은색은 품고 있는 색이 많기에 그 색을 온전히 담을 수 없고 이를 다 표현할 수 없기에 검은 것일 테다. 이진우(Lee JinWoo·60) 개인전 ‘玄(검을 현)’이 2일 서울 광화문 조선일보미술관에서 개막했다. 한지와 숯으로 작업하는 그의 작품은 마니아층이 두텁다. 2년 만에 국내에서 마련되는 개인전인 만큼 그의 새로운 작업을 기다려온 컬렉터들로 미술관이 붐볐다. 전시가 오픈하자마자 출품작 29점 중 일부가 바로 판매되며 여기저기 ‘빨간딱지’가 붙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새슬 큐레이터는 “이진우의 작품은 언뜻 보면 온통 검어 회화적 요소가 눈에 띄지 않는 것 같지만, 검고 거친 화면을 마주하고 있자면 내면 깊은 곳에서 고요하며 빛나는 찰나의 순간이 스쳐 가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전시타이틀에 ‘깊다, 고요하다, 빛나다’란 부제가 붙은 이유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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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전시장을 찾은 한 20대 여성 관람객은 “추상화는 공감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이진우의 작품은 보면 볼수록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묵직한 무언가에 압도되는 기분이 들며 자꾸만 들여다보게 된다”고 감상했다. 이진우의 작품을 이미 소장하고 있는 컬렉터들도 작가의 신작 쇼핑에 나섰다. 50대 컬렉터는 “이번 출품작들은 3년 전 구입한 소장품과는 또 다른 느낌이라 흥미롭다. 독창적인 작업세계를 꾸준히 발전시켜가는 작가의 열정에 매료됐다”고 말했다. 
 
이진우는 한국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뒤, 1983년 도불해 파리 8대학과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에서 미술재료학을 공부했다. 이후 회화의 겉모습이 아닌 내면에 천착하기 시작한 그는 자신의 예술세계를 구현하는 데 있어 한지만한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때부터 한지와 숯을 재료로 삼아 고유의 작업세계를 구축해왔다. 한지 위에 잘게 부순 숯 조각을 얹고 그 위에 다시 한지를 겹겹이 발라 쇠솔질하기를 수십 번 반복하는데, 쇠솔을 두드릴수록 숯 조각이 모여 이룬 돌밭의 윤곽이 드러나게 된다. 이를 통해 단순히 거친 표면을 평평하게 만든다기보다는 궁극적으로는 끊임없이 버려내고 비워내기를 실현한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미술 저술가 케이트림 아트플랫폼아시아 대표는 이번 전시 서문을 통해 “이진우의 작품은 분명히 서구 미술의 궤도로부터 다른 길을 택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이탈하는 정신’으로 다수가 걸어가던 길에서 빠져나와 남이 걷지 않는 자신만의 길로 방향을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휴관일 없이 20일까지 10:30~19:00 운영된다. (02)724-7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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