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5.24 10:42
인간에 던지는 질문… ‘전신(傳神), 인간을 바라보다’展
7월 21일까지 갤러리세줄
전신(傳神)은 창작의 대상이 되는 인물의 정신과 마음을 중시해 형(形)과 신(神)이 겸비돼야한다는 중국 회화 용어로, 형상으로 정신적 내면을 전해야 하는 것을 뜻한다. 구체적 형상을 통해 시각화된 이미지는 인식의 통로이고 주어진 세계에 대한 사유이며 발언이어야 한다는 것.

서용선, 안창홍, 정원철 3인이 <전신(傳神), 인간을 바라보다>라는 타이틀로 전시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를 통해 인간이라는 원초적이고 방대한 화두를 두고, 단순히 주제를 위한 방식적인 접근을 피해 인간을 담고 기억하고 나누는 시선의 힘에 집중하고자 한다.
이들 작가3인은 특정 혹은 익명 인물을 작가적 노동의 결과물에 담아 인간이란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죽음과 삶, 전제된 시간의 유한함 속에 새겨진 인간의 이야기를 서로 다른 울림으로 전한다.
서용선은 거친 붓 터치와 원색으로 한 인간으로서의 작가 스스로를 끊임없이 탐구한 자화상을 내건다. 작품에 등장하는 붉은 선들은 마르지 않는 혈류처럼 난무하는 혼돈 속에서도 지각하는 존재를 각인시킨다. 갈라지고 깨어져 덩어리가 된 인물의 몸을 응시하는 두 눈은 결코 잠들지 않겠다는 작가의 의지를 드러내는 듯하다. 그 눈은 자신과 인간과 세상을 향한 관찰자의 시선이다. 서용선의 자화상 연작은 여느 인물화와 달리 작가 고유의 확고하고 강렬한 조형어법이 두드러진다.

안창홍은 미발표작품 ‘아리랑’을 공개한다. 2014년과 2017년 제작한 것으로, 흑백사진 위에 회화 작업이 이뤄졌다. 작가의 다른 연작 <봄날은 간다>나 <얼굴>과 같이 작품의 근간이 된 오래된 흑백사진은 과거의 시간을 안고 현재에 근접한 시점으로 기억이란 장치를 작동시킨다. 기억은 현재의 시선에서 과거를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작가는 긴 시간과 거리를 두고 관조해온 빛바랜 인물의 이야기를 풀어내어 <아리랑>을 완성했다. 시간을 봉인한 듯 사진 속 인물의 감은 눈은 무수히 반복되는 색의 흔적 뒤에서 망각된 존재성을 묵시한다.

정원철은 지난한 노동과 냉철한 사고가 녹아든 대형 판화 신작을 출품한다. 흑색 잉크의 리노컷으로 표현해낸 노모의 초상들에는 강 끝자락에 쌓인 퇴적물처럼 어머니의 얼굴에 고단한 세월이 켜켜이 쌓여 간직돼 있다. 생명력이 약화되고 때론 병마에 혼란한 삶을 살아내야 하는 한 인간, 그 유한한 일생을 노모의 초상을 통해 먹먹하게 들여다보게 한다. 정원철의 작업이 집요하게 사실에 기반해 서술되고 초상이라는 다소 경직된 형식을 취하는 것은 작가가 선택하고 품은 대상을 온전히 힘 있게 전달하려는 의지다.
전시는 7월 21일까지 서울 평창동 갤러리세줄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