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5.20 15:37
이진우, 김택상 등… 웅갤러리 이전 기념 ‘담색물성’展
최웅철 한국화랑협회장이 운영하는 웅갤러리가 서울 홍지동으로 자리를 옮겨 재개관했다. 새로운 공간에서의 첫 전시로, 이진우, 김택상, 장연순, 구자현, 이동엽, 장광범, 윤형근 등 작가 7인이 각자의 방식으로 한국의 물성을 표현한 ‘담색물성(潭色物性)’을 마련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서양미술사를 근간으로 기존 시각을 벗어나 ‘담색’이라는 한국 고유의 관점에서의 시각을 제시하고자 한다.
담색은 단순히 한 가지 특정색을 뜻하는 것이 아닌, 반복되는 행위로 이뤄지는 한국적인 물성에 초점을 맞춘 작업을 감상할 때의 색다른 사유 방식을 일컫는다. 수행과도 같은 거듭된 행위를 통해 비로소 실체를 드러내는 한국 고유의 정서를 바탕으로 한 작품을 담색 그 자체라고 칭할 수 있다.

지속적인 행위의 반복으로 한국적 물성이 완성된다고 할 때, 재불화가 이진우는 수십 겹의 한지를 덮는 과정을 거듭하며 한지와 먹, 숯 등으로 화면에 한국의 정체성을 담아낸다. 백색 한지(화선지)와 검은 숯이라는 대조적인 매체를 사용, 숯과 한지를 번갈아 올리며 그 위를 브러시로 문지르고 갈아내어 입체감을 더한다. 수십 겹의 한지를 붙이는 반복된 노동을 통해 상념을 내려놓고 자신을 비워낸다.
김택상은 그리기보다는 담는다는 행위에 가까운 작업을 이어왔다. 한 자루의 붓 대신 물, 중력, 색, 바람, 시간을 매체로 삼아 제작에 2년에서 10년 이상 소요된다. 완성된 화면에서는 한국의 색이 뿜어져 나오는 듯하다.

장연순은 한국적인 색인 ‘쪽빛’을 아바카 섬유에 입혀 한국 고유의 천연 안료인 옻으로 색을 보호한다. 구자현의 작업은 백색 페인트로 두껍게 쌓인 질감 위에 둥그런 금지화와 백금지화를 그려낸다. 한국적인 여백의 아름다움을 드러내어 작품이 놓인 공간을 재해석한다.
아울러, 백자의 백색을 캔버스에 옮겨놓는 이동엽, 페인트를 겹겹이 올려 이를 샌딩해 깎아내는 장광범, 하늘과 땅을 표현한 단색화의 거장 윤형근의 작품도 함께 내걸린다. 6월 15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