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4.22 15:35
낚싯줄 위에 물감 얹은 신작 선봬
올해 ‘아트조선 온 스테이지’ 첫 전시… 28일까지
조선일보미술관 기획전 시리즈 ‘아트조선 온 스테이지(Art Chosun On Stage, ACS)'의 2019년 첫 전시인 김태혁의 ‘네트워크 아트(Network Art)’가 19일 개막했다.
일본을 기반으로 전시 활동을 이어온 김태혁 작가가 점·선·면이 서로 조응하는 신작을 들고 9년 만에 국내에서 여는 개인전이다. 화면 위에 펼쳐진 그물망, 즉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오프와 페이스 시리즈 등 신작 30여 점을 내걸었다.


본래 판화를 전공한 김태혁은 평면에서 표현되는 물감의 층을 무중력 공간에서의 물성을 살려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수많은 작은 물감덩이들이 낚싯줄 위에 하나하나 자리 잡아 완성된 화면이 옅은 바람결에도 살아있는 듯 일렁인다.
시각적 회화의 경계와 한계를 두지 않고 물감의 특성과 중력의 현상을 바탕으로 해 작가는 회화의 근원적 물음에 관해 신선한 방향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 격자무늬 그물망과 그 위에 자리 잡은 물감덩이는 소통의 공간이자 메타포(Metaphor)를 품은 세계인 셈이다.

김영호 미술평론가는 “공간탐구의 미술사적 성취라는 측면에서 김태혁의 작품은 루치오 폰타나의 작품을 떠오르게 한다. 캔버스라는 2차원의 평면 위에 3차원의 실재 공간을 표상함으로써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무너뜨린 폰타나의 조형실험은 각국으로 퍼져나갔고 우리나라에도 상륙했다. 김태혁의 조형실험은 루치오 폰타나 이후 한동안 정체되어 있던 캔버스 기반의 공간 확장에 새로운 물꼬를 트고 있다”고 평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 대해 “판화로부터 비롯된 작업이 자연스레 변화해온 궤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전시장 입구에 걸린 오늘날 낚싯줄 작업 이전의 구작 판화 <무제>(1993)를 통해 작가의 작품 세계가 어떻게 변모해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더불어 3차원적 공간에서 공기의 흐름에 따라 다각화로 보이는 거대한 설치 신작도 눈여겨봄직하다. 판화, 회화, 설치 등 매체는 달라도 근간은 같은 김태혁의 다채로운 작품은 28일까지 볼 수 있다. 월~일 10:00~17:00, (02)724-78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