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화면, 수많은 빛깔

입력 : 2019.04.08 15:57

김승현, 완전한 色 구현 위해 여러 빛깔의 물감 중첩한
미니멀 색면 회화 작업 이어와…
12년 만의 개인전, 13일까지 대구 을갤러리

/을갤러리
/을갤러리
김승현(50)은 물감층을 균일하게 중첩하는 미니멀 색면 회화를 지속해왔다. 일견 단색화로 보이지만, 하나의 색만이 칠해진 것은 아니다. 캔버스 표면에 차곡차곡 쌓인 물감의 더께, 즉 발색은 그의 작업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이는 작가가 빨강, 노랑, 파랑, 녹색 등 강렬한 원색을 반복적으로 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같은 붉은색이라도 작가가 임의로 칠한 밑색에 따라 결과는 달라지는데, 이를 두고 그는 ‘정신적인 차원의 것’이라고 설명한다. 스스로의 사념(思念) 속에 존재하는 색을 실재하는 색으로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색에 깃든 감정이 관객에게 전달되길 바란다. 물감과 물감과의 관계와 상호작용을 통해 얻은 캔버스 위의 최종적인 색깔은 작가와 관객과의 상호 소통과 공감을 전제로 한다.
아크릴 물감을 묽게 희석해 넓은 붓으로 작업한 대작은 별다른 꾸밈없이도 그 거대한 사이즈에 압도당한다. 숭고미마저 느껴지는 작품들은 천천히 다가가고 점점 멀어지길 되풀이하며 들여다봐야 제대로 볼 수 있다. 애써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는 김승현의 작품은 오랜 기간 이어온 ‘기본색으로 시작해서 기본색으로 끝난다’는 그의 고집과 무관하지 않다.
< Untitled > 145x97cm Acrylic on Canvas 2019 /을갤러리
< Untitled > 145x97cm Acrylic on Canvas 2019 /을갤러리
< Untitled > 227x181cm Acrylic on Canvas 2016(왼쪽), 2019 /을갤러리
< Untitled > 227x181cm Acrylic on Canvas 2016(왼쪽), 2019 /을갤러리
작가가 12년 만에 개인전을 열었다. 전시장에 있는 묵직한 150호 사이즈의 캔버스가 머금은 물감을 통해 작가가 창작에 기울이는 마음가짐이 어떤 것일지 일말이나마 짐작해볼 수 있는 자리다. 벽에 걸린 그의 회화가 그저 빨강, 파랑, 초록의 단일 물감으로 뒤덮인 듯 보이지만 화면 가까이 다가가면, 빨강, 노랑, 파랑, 녹색 네 가지 색상의 미묘한 혼합물임을 관람객은 인지할 수 있다. 특히 캔버스 옆면을 본다면 작가가 사용하는 4원색의 물감이 흘러내린 무수한 자취가 보인다. 전시는 13일까지 을갤러리에서 열린다.
윤진섭 미술평론가는 전시 서문을 통해 “김승현은 작가의 길로 들어선 지 20년이 넘었지만, 아직 이름이 널리 알려지진 않았다. 그의 작업실을 방문했을 때 대작 위주의 작품을 둘러보면서 그림에 대한 그의 내공이 상당함을 느꼈다. 단색의 작품들은 침잠한 듯 가라앉아 보였지만, 오래 응시할수록 강한 힘이 느껴졌다. 단순함에서 오는 그 느낌은 역설처럼 보이는 아주 강렬한 체험이었다. 그의 작품은 침묵의 바다와도 같다.”라고 평한 바 있다.
한편, 대구에 위치한 을갤러리는 지난해 1월 개관, 리차드 필립스(Richard Phillips), 하인츠 마크(Heinz Mack), 에키포 57(EQUIPO 57) 등 아직 아시아 미술시장에서는 생소한 해외 작가를 처음 소개해왔다. 김을수 을갤러리 대표는 “올해에는 대중에게 낯선 지역 작가를 발굴하고 지역 미술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작가를 재조명하는 전시를 개최하고자 한다”며, “이번 전시도 그 일환으로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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