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다 관람객 다녀간 아트바젤 홍콩… 작품 수준은 “글쎄?”

입력 : 2019.04.02 19:39

아트바젤, 유행에 휩쓸린 불안정한 작품 구성… “실망이다”
복병으로 떠오른 아트센트럴 “기대 이상”
 

미디어 아티스트 로양(Lu Yang)의 작품 /ArtBasel
미디어 아티스트 로양(Lu Yang)의 작품 /ArtBasel
 
매해 3월 마지막 주면 전 세계 곳곳에서 몰려든 미술애호가와 관계자들로 홍콩 전역이 가득 찬다. 아트바젤 홍콩(이하 ABHK)을 비롯한 아트페어를 보기 위해서다. 고상한 미술품 거래 장터는 아수라장을 방불케 할 만큼 셀 수 없이 수많은 인파로 박 터졌다. 지난달 27일부터 31일까지 닷새간 열린 ABHK에 8만8000명이 다녀가며 역대 최다 관람객 수를 기록했다. 총매출액은 별도로 공개되지 않았으나 1조원을 기록했던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VIP만 입장할 수 있는 27일과 28일 양일간 도떼기시장을 연상하는 인산인해를 이뤄 VIP라는 말을 무색하게 했다. ABHK 창설 이래 7년째 참가하고 있는 한 갤러리스트는 “VIP 프리뷰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린 것은 처음이다. 오히려 일반 입장일보다도 더 복잡했던 것 같다”고 했다. 입장이 시작됐던 27일 오후 2시, 입구부터 기나긴 줄을 세우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매출액의 상당 부분 역시 이날 발생했다. 데이비드 즈워너(David Zwirner)는 프리뷰 첫날 부스에 걸린 전 작품을 팔아치웠고, 화이트큐브(White Cube)가 들고 나온 앤디 워홀의 <Campbell’s Elvis>(1962)도 개막 직후 285만달러(32억원)에 팔렸다. 이 작품은 살바도르 달리가 소장했던 작품으로도 알려진다. 이외에도 TV·라디오로 만든 백남준의 로봇 작품 <Columbus (Eco-Lumbus)+Columbus Boat>(1991)가 60만달러(6억8000만원)에 판매됐다. VIP 프리뷰에 만난 대다수의 참여 갤러리스트들은 “작년보다 분위기가 좋다”라며 밝은 표정을 보였다.
 
/홍콩=윤다함 기자
/홍콩=윤다함 기자
 
─“1층은 선정적이기만… 3층은 ‘안전빵’ 작가들로”
 
갤러리와 출품작 선정에 엄격해 ‘물관리’에 열을 쏟기로 유명한 아트바젤이지만 올해 ABHK은 다소 아쉬웠다는 의견도 들려온다. 국내외 미술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1층 작품들은 겉보기에 화려하고 요란해 눈요깃감은 돼 주지만 막상 구매할 만한 작품은 없더라. 소셜미디어에 올릴 법한 촬영용 작품만 넘쳐났다. 작품 선정이나 전시 구성에 점차 안일해져가는 것 같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작품 구매를 위해 5년째 홍콩을 찾고 있다는 60대 한국인 남성 관람객은 “올해 ABHK는 김이 좀 샜다. 기대를 많이 하고 왔는데 생각보다 좀 허망하다. 소문난 잔칫상에 먹을 거 없다는 말이 어울린다. 1층에는 언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질지 모르는 불안정한 작품들이 대다수인 반면, 3층은 살 수만 있으면 사고 싶은 작품이 몇몇 있었다”라고 했다.
 
관람객으로 온 50대 중견작가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1층 작품들은 알록달록해 선정적인 반면, 3층은 안정적인 작품군으로 구성됐다. 1층에 걸린 게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인가 본데, 그게 마음에 썩 들지 않는 걸 보니 내가 나이가 들었다는 뜻인지도 모르겠다”라며 멋쩍게 웃었다. 3층에는 피카소, 바스키야, 알렉스 카츠, 데이비드 호크니 등 이미 작품과 예술세계가 검증된 작가들의 작품이 걸려있었다. 그중 현재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이 열리고 있는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이 지난해보다 자주 눈에 띄었다. 아쿠아벨라(Acquavella)는 1억1500만달러(170억원)짜리 1985년작 <Henry Reading>을 선보였으며, 앤리 주다 파인 아트(Annely Juda Fine Art)는 아이폰/아이패드 그림을 포함해 호크니의 작품 수 점을 내걸었다.
 
위와 같은 시각이 주관적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도 전문가와 컬렉터 다수가 입을 모은 것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두 층으로 나눠 열리는 페어를 두고 아트바젤 측은 두 전시장의 볼거리를 고르게 분포했다고 설명했지만 1층 전시장이 3층보다 접근하기 용이하고 두 전시장이 물리적인 거리를 두고 있어 1층이 메인 전시장으로 인식되는 실정이다. 지금껏 전시 구성이 비엔날레급 수준으로 일컬어졌기에 ABHK에 바라는 기대치가 매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점 또한 사실이다. 이를 두고 한 미술계 종사자는 “어떤 해에는 ABHK보다 홍콩 갤러리들의 전시가 훨씬 좋을 때도 있다. 다들 홍콩 아트주간의 메인 행사라고 여기는 ABHK보다도 오히려 같은 기간 갤러리들이 어떤 전시를 하는지 눈여겨보곤 한다”고 귀띔했다.
 
한발 가까이 다가서 작품을 감상하거나 사진 촬영하는 데 여념 없는 관람객으로 아트센트럴 또한 북새통을 이뤘다. /홍콩=윤다함 기자
한발 가까이 다가서 작품을 감상하거나 사진 촬영하는 데 여념 없는 관람객으로 아트센트럴 또한 북새통을 이뤘다. /홍콩=윤다함 기자
 
─‘다크호스’ 아트센트럴
 
ABHK에서 도보로 10여분 거리에 위치한 ‘천막’에서 열리는 아트센트럴도 북새통이었다. ABHK보다 하루 일찍 개막하거나 행사기간 한 시간씩 더 늦게 운영하는 등의 전략으로 ABHK 관람객을 끌어들였다. 올해 아트센트럴에 첫 출사표를 던진 대구 피앤씨갤러리는 윤형근, 이준, 이배, 앙드레 막팡, 장재민, 야노스 베르의 작품을 내걸었다. 이중 50~80호 크기의 윤형근 작품이 해외 컬렉터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으며 실제 판매로까지 이어졌다. 지금껏 아트센트럴은 ABHK에 출전하지 못한 곁다리 갤러리들이 모이는 페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올해 5회차에 들어서며 출품작의 질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최웅철 화랑협회장은 “아트센트럴이 올해 독기를 품고 나왔는지 지난해 대비 확연히 나아진 작품군을 보여줘서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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