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3.29 09:43
대담한 성적 표현 그린 작품 우손갤러리서 선봬

칠레 출신 산드라바스케즈 델라 호라(Sandra Vásquez de la Horra·52)는 현재 베를린에 거주하며 국제적인 작업 활동을 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 라틴 아메리카 등 세계 곳곳에서 수 많은 전시와 각국의 주요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으며 아트바젤과 프리즈 등의 국제 아트페어에서도 빠지지 않고 매년 그의 작품이 출품되는 등의 세계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작가의 국내 첫 개인전이자 아시아에서 최초로 마련된 전시 가 6월 8일까지 대구 우손갤러리에서 열린다.
작가는 정치, 종교, 성(性), 사회적 현실, 민속과 문화, 질병, 죽음 등 인간 사회에서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지속해 온 인류의 근본적이고 해결되지 않는 난감한 문제를 주로 다룬다. 이러한 어젠다는 작가 특유의 블랙 유머를 통해 표현되는데, 원시적이고 야만스러운 인간의 욕망을 다소 과격하게 그려낸다. 그러나 산드라의 작품을 처음 마주 할 때 수치심을 유발할 정도로 표현 방법이 어린아이 같은 악의와 장난기로 가득하지만 사실은 지극히 일상적인 인간 삶의 평범함과 진지함을 자신의 경험을 통해 매우 솔직하고 꾸밈없이 담아낸 작품에서 우리는 이내 인간을 향한 깊은 애정과 연민을 자극하는 아주 익숙한 무언가와 마주하게 된다.

모국인 칠레 남미의 과도한 종교적 문화와 토속 신앙과 주술 등의 풍속에서 끌어낸 요소들을 시각적으로 결합한 산드라의 작품은 천국과 지옥을 가로지르는 삶과 죽음의 극단적이고 추악한 순간들이 고대 그리스의 비극처럼 광적이고 드라마틱하지만 동시대에서도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러한 인간의 비극을 보편적인 신화와 전설, 우화 등을 통해 희극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우리 안에 잊혀진 무의식의 경험을 통해 묘한 인간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현대 과학과 인공 지능의 발달이 마치 인간의 감각보다 우월한 위치에서 인간을 통합시키고 과학이 모든 것을 해결 해줄 것이라고 믿는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산드라 바스케즈 델라 호라는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이 존재한다는 것과 그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원시적이지만 인간적인 방법으로 일깨워 주고 있다.
그는 각양각색의 다른 종이 위에 흑연으로 드로잉하는 방식을 초기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지속하고 있으며 1997년부터는 완성된 드로잉을 왁스를 녹여 만든 액체에 담가 내어 작품을 마무리하기 시작했다. 이 방법은 고대 그리스의 성서나 철학 논문 등의 기록을 보존하는 방법으로 사용되었으며, 다양한 종이에 그려진 드로잉들은 왁스에 담겨 나오면 종이의 재질마다 서로 다른 표면에 생기를 불어넣은 듯한 투명한 피부와 같은 독특한 물성과 모호한 시간의 깊이가 느껴진다.
산드라바스케즈 델라 호라 작품은 뉴욕 현대 미술관 MOMA, 프랑스 국립 퐁피두 센터, 필라델피아 미술관, 프랑스 쌍떼띠엔 근현대 미술관 등 세계적 주요 미술관에 소장 되어 있으며, 2009년에는 게를랑 파운데이션에서 매년 열리는 Drawing Prize of Daniel and Florence Guerlain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