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미소’, 알렉스 카츠의 정수

입력 : 2019.03.13 18:00

60년 작업세계 총망라… 5월 26일까지 대구미술관
출품작으로 손수 고른 아내 초상화 ‘The Red Smile'도 걸려

< Oona in Blue Jumper > 167.6x121.9cm Oil on Linen 2008 ⓒAlex Katz/VAGA at ARS, NY/SACK, Seoul
< Oona in Blue Jumper > 167.6x121.9cm Oil on Linen 2008 ⓒAlex Katz/VAGA at ARS, NY/SACK, Seoul
지난 60년간 구상과 추상, 전통과 아방가르드를 아우르고 넘나든 현대미술의 산증인이자 가장 미국적인 화가로 손꼽히는 알렉스 카츠(Alex Katz·92). 일찍이 자신만의 독창적인 회화 스타일을 구축한 작가는 아흔을 넘긴 지금도 여전히 젊고 세련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사실주의적 회화에 매료돼 195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몰두한 초상화 작업은 그의 시그니처로 자리 잡았다. 당시 추상 표현주의가 대세였지만 작가는 인물 초상을 선보이며 현대미술의 주류로 부상했다. 주로 아내나 친구, 뉴욕의 동료 예술가들을 우아하고 개성적으로 그리곤 했는데, 전통적인 개념의 초상화이지만 거대한 스케일로 보는 이를 압도하는 것이 특징이다. 마치 대형 광고판이나 영화 스크린 화면의 등장인물과 같이 대상을 클로즈업해 그려낸다. 특히 몇 가지 색채로만 구성해 단조로운 색면이나 원근감이 느껴지지 않는 공간성, 혹은 절제된 윤곽선으로 채워지는 카츠만의 표현방식은 화려하고도 밝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1960년대 후반부터는 인물뿐만 아니라 꽃과 풍경도 캔버스에 담기 시작했다. 울타리에 가득 핀 장미와 흐드러지게 핀 봉선화 등 꽃으로 대상을 옮겨온 카츠는 꽃을 자의식 강한 고독한 존재로 봤다. 이후 나무와 들판, 대륙과 바다와 같은 야외풍경 역시 주요 소재로 다뤘는데, 있는 그대로의 풍경을 재현하기보다 대상이 지각되는 순간 자체를 포착하는 데 관심을 뒀다.
< Red Smile > 200x292cm Oil on Canvas 1963 /Collection of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 ⓒAlex Katz/Licensed by VAGA at Artists Rights Society(ARS), New York, NY
< Red Smile > 200x292cm Oil on Canvas 1963 /Collection of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New York ⓒAlex Katz/Licensed by VAGA at Artists Rights Society(ARS), New York, NY
거장의 작품 100여 점이 한국을 찾았다. 대규모 개인전이 5월 26일까지 대구미술관에서 열린다. 인물 초상화 43점, 풍경화 20점, 컷아웃 13점, 드로잉 36점 등 카츠의 초기작부터 근작까지 작업세계 전반을 아우르는 전시로 아시아 최대 규모다.
작가가 이번 전시에 출품해야 한다며 특별히 지목했다는 <Red Smile>(1963)이 눈길을 끈다. 뉴욕 휘트니미술관 소장품으로, 아내 에이다의 얼굴을 그린 초상화다. 작가 스스로 자신의 작업의 정수를 담고 있다고 꼽은 대표작이며 이번 전시에 해당 작품이 꼭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 한 점에 지난 60여 년의 작업세계가 함축돼 있는 셈이다. 이외에도 1959년부터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는 컷아웃 시리즈도 볼 수 있다. 평면 금속판에 그림을 그린 뒤 윤곽을 따라 잘라낸 조각으로, 배경을 제거해 조각이 설치된 공간을 작품 속으로 개입시켜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넘나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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