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3.05 13:33
여러 재료 뒤섞고 재봉틀로 이어 붙여 재기발랄한 작업 눈길
국내 첫 개인전 ‘Zap-zap, Explosion Sound, Fish’, 6일부터 지갤러리
테일러 화이트(Taylor White·41)는 자칫 골치 아플 수 있는 사회문제나 서로 상충하는 개념을 특유의 해학적인 방식으로 유쾌하게 통합하고 해체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그의 작업은 인간에 대한 관찰과 고찰에서 시작된다. 재단되지 않은 거칠고 불특정한 기억과 인간의 모순적 감성, 마니아적인 요소를 유머러스하고 위트 있게 풀어낸다. 광적으로 몰입하는 사회적인 현상을 심각하지 않도록 재치 있게 재구성하고자 함이다.
흡사 어린아이의 낙서를 연상하는 에스키스 같은 작품은 스스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데, 여러 이미지가 중첩되며 어지러움과 혼란스러움을 자아낸다. 어릴 적 아지트라든지 상상만으로도 기대감에 부푸는 아이스크림과 같이 동심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차용하면서도 동시에 인간의 앞뒤 안 맞는 심리를 뒤섞는다. 표면적으론 서로 이질적인 개념을 내세우는 듯하나 그 둘 사이의 뜻밖의 연결고리가 읽히며 밝고 역동적인 화면으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작가는 뒤엉킨 실타래를 풀어가듯 기존의 관념적인 방식과 틀을 거부하고 인간과 인생의 양면성을 표현하는 데 몰두해왔다. 자신의 목소리와 색깔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며 나뭇조각, 캔버스 천, 목탄, 아크릴, 스테이플러, 플라스틱, 오일 등 유대가 없는 다양한 물성의 재료를 사용함으로써 작품의 색깔을 다채롭게 한다. 특히 기존 작업을 재봉틀로 이어 붙이거나 접목해 또 다른 조화로운 관성과 예술적 해석의 합치점을 찾는 실험을 내보이곤 한다. 이러한 방식을 두고 혹자는 콜라주라고 부를 수 있지만 작가는 “콜라주가 아닌 이미지를 편집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테일러 화이트가 즉흥적인 감각과 풍부한 상상력이 엿보이는 작품을 들고 국내 관람객과 처음 마주한다. ‘Zap-zap, Explosion Sound, Fish’란 전시 타이틀이 눈길을 끈다. 의도를 알 수 없는 단어를 조합해 지은 제목이 마치 여러 재료를 자르고 이어 붙여 완성되는 그의 작품 같다. 한편, 작가는 미국을 비롯해 유럽에서 활발히 전시 활동 중이다. 지난해 브뤼셀과 베를린에서 열린 개인전 오프닝에 대부분 작품이 판매되는 등 세계 미술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전시는 6일부터 4월 12일까지 지갤러리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