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괴하게 때론 기발하게… 약진하는 청년 작가들

입력 : 2019.02.25 18:44

박주애, 오제성, 젠박 등
참신한 작업 이어가는 국내 30대 작가들 주목
 

<라쿤> 265×90×60cm Mixed Media 2018(왼쪽), <티벳여우> 125×40×40cm Mixed Media 2018 /갤러리2
<라쿤> 265×90×60cm Mixed Media 2018(왼쪽), <티벳여우> 125×40×40cm Mixed Media 2018 /갤러리2
 
─정체 불분명한 반인반수 인형… ‘Yourself, Yours’展
 
박주애(30)는 자신 또는 지인을 모델로 삼아 반인반수 인형을 만든다. 동물의 모습을 빌림으로써 정체성을 규정하지 못하는 갈등을 드러낸다. 온전한 인간 형상으로 성장하지 못한 이들은 이질적이기도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작가는 먼저 평면에 형상을 그린 다음 그 안을 솜으로 채워 인형으로 만든다. 아이가 애착을 갖고 인형을 아끼듯 작가는 특별한 감정을 담아 평범한 솜 주머니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인형 작업은 타지 생활에서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시작됐다. 뉴욕에서의 레지던시 때, 향수병에 걸린 작가는 그리운 사람을 인형으로 만들어 소환했다. 작가의 인형에는 현존이자 부재, 즉 보이지 않는 것을 곁에 붙들어놓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있다. 3월 16일까지 갤러리2.
 
<노광, 미노광_도깨비 바늘> Single Channel Video, 8min38sec 2018(위), <피와 뼈가 에이는 밤> Three Channel Video 20min 2019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노광, 미노광_도깨비 바늘> Single Channel Video, 8min38sec 2018(위), <피와 뼈가 에이는 밤> Three Channel Video 20min 2019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and the Artist
 
─작품과 관람객 사이의 균열… 'The Motion Lines‘展
 
오제성(32)은 일상에서 경험하는 공간, 시간, 기억과 그 안에서 총체적으로 형성되는 관계들을 탐구한다. 실제로 작가가 사는 동네나 주변의 학교가 촬영의 배경이 되고 오랜 친구, 학교 후배 등을 주인공으로 삼는다. 그는 개인적이고도 작은 경험을 감각적으로 재구성하고 은유를 통해 하나의 새로운 서사로 시각화하는 영상 작업에 몰두한다.
 
작가의 작업실이 위치한 갈현1동 재개발 지역을 중심으로 도시의 생태와 지역민들의 생활사를 담은 <노광, 미노광>(2018)에서는 재개발에 의해 쫓겨나다시피 하는 지역민의 삶을 1인칭 시점으로 담담하게 서술해나간다. 3개의 연작물로 구성된 이 시리즈를 통해 한 지역의 사회, 역사, 경제적 맥락을 되짚으며 소외된 개인의 삶을 돌아보고자 한다.
 
특히 장면마다 세부적인 상황을 완벽히 통제하려하기보단 연출의 물리적 한계나 편집에 있어 불가피한 미완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이를테면 <피와 뼈가 에이는 밤>(2019)에서 삼발이 찜기를 시간 여행 장치로 등장시키는 등의 엉성한 연출이 펼쳐질 때면 관람객은 작품에 몰입하지 못하고 현실로 튕겨 나온다. 이렇듯 작품과 관람객 사이의 균열을 유도해 그 틈 사이에서 현실의 지각을 다층화할 수 있게 한다. 3월 20일까지 송은아트큐브. 
 
< Legoscape > 73x61cm Acrylic on Canvas 2019(왼쪽), < Legoscape > 117x91cm Acrylic on Canvas 2018 /아르세갤러리
< Legoscape > 73x61cm Acrylic on Canvas 2019(왼쪽), < Legoscape > 117x91cm Acrylic on Canvas 2018 /아르세갤러리
 
─질서 안의 불안심리… ‘Legoscape’展
 
레고를 반복적이고 질서정연하게 쌓으며 자신만의 이상세계를 구축하는 젠박(34)은 레고라는 작은 단위로 세상을 조립하고 구축하며 해체하기도 한다. 이상적 공간을 꿈꾸며 건물을 설계하듯 질서정연하게 쌓아가지만 완벽한 공간은 존재할 수 없다는 작가의 생각이 표출돼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심리를 느낄 수 있다.
 
작가는 구조적인 형태에 근간을 두고 단순화해 미니멀리즘적이고 기하 추상적인 색면 구성이 두드러지는 연작을 이어왔다. 분할된 색면은 조화로우면서도 서로 충돌하며 질서 안의 불안심리를 조성한다. 그는 “새로운 빌딩을 올리고 오래된 건물을 무너뜨리는 것처럼 나는 나만의 도시를 캔버스 안에 적립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3월 22일까지 아르세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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