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2.08 09:27
도쿄대 경제학과 출신, 돌연 도예가로 전향
높은 백색도 지녀 별 문양 없지만 독자적 분위기 특징
14일까지 소울아트스페이스서 개인전 개최
고전 배우 이미지 차용한 존 아브람스의 회화도 함께 걸려
부산 소울아트스페이스가 14일까지 일본 도예 작가 아키야마 준과 캐나다 작가 존 아브람스의 개인전을 각각 개최한다. 정적이고도 차분한 백자 작품과 화려하고 강렬한 색감이 돋보이는 회화 작품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아키야마 준(Akiyama Jun·49)은 본래 도쿄대 경제학도였으나 1999년 돌연 도예가의 길로 들어서며 세계적인 전위도예가 코이에 료지(Koie Ryoji)에게 사사받았다. 이후 한국으로 이주해 경북 청도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현재까지 꾸준히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의 백자는 다른 도자에 비해 백색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높은 백색도를 얻기 위해서는 물레성형이 어려운 슈퍼화이트라는 흙을 선택해야 하고 그만큼 실패 확률도 높아 상당부분 폐기하기 마련이다. 이에 대해 작가는 “기술이 좋으면 실패하지 않을 수 있지만 나 역시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라며 겸손의 말을 덧붙였다. 제한된 재료와 환경에서 만들어지는 준의 도자는 과감한 조형적 요소와 화려한 문양 없이도 독자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도자의 본질에 충실한 모습이다.
작가는 지금까지 일본과 한국에서 30회 이상의 개인전을 가졌다. 이번 전시에서는 식기, 다기, 화기 등 백색 외에도 원색 작업을 포함해 도자작품 40여 점이 걸린다.

캐나다 토론토를 중심으로 북미에서 작업 활동 중인 존 아브람스(John Abrams·60)는 근현대의 영화, 미술, 소설 등으로부터 차용한 이미지를 전략적으로 사용한다. 예술작품과 대중문화에서 통용되는 상징을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한 그의 회화를 시리즈별로 나열하면 마치 한 편의 영화를 오롯이 감상하는 듯하다.
작가는 주로 인물에 집중하는데, 알프레드 히치콕의 영화 <나는 결백하다(To Catch A Thief)>에 출연한 캐리 그랜트, 그레이스 켈리 등에 주목한다. 히치콕 영화의 배경과 앤디워홀의 작업을 교차한 작품에서는 예술에 대한 감성적 동경을 자극하는 트렌드를 떠올리게 한다.
구상회화의 영역뿐만 아니라 대중문화와 일상의 영역을 흡수하며 과거를 현재로 옮겨와 기억을 재생시킨다. 냉소적 비틀기나 전복, 반전을 꾀하기 위해 사용되던 차용의 전략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구축해가고 있다. 이번 전시는 국내 최초로 마련되는 그의 개인전으로 회화 20여 점을 비롯해 창작 과정을 담은 영상이 걸리며, 최근 종영한 인기 드라마 ‘스카이캐슬’에 등장한 작품 <Grace Kelly Warhol>도 함께 출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