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2.07 20:22
삼청로 갤러리로드 따라 ‘사진’ 산책 가볼까…
회고전 연 프랑스 사진작가 베르나르 포콩,
사진 콜라주 작업 국내 첫선 보이는 제이알,
삶의 이면 발견하고 읽어내는 사진작가 이지선

─차창 밖 풍경에 인생이… ‘베르나르 포콩’展
1970년대, 사진에 미장센 개념을 도입한 베르나르 포콩(Bernard Faucon·69)은 연출 사진의 선구자로 꼽힌다. 자연 풍경 혹은 있는 사실 그대로만 찍을 줄 알던 시대에 작가는 원하는 장면을 인위적으로 연출해 촬영하기 시작했다. 이때 <여름방학> <사랑의 방> <우상과 제물들> 등의 연작을 발표하며 현대미술사에서 사진의 의미를 높였다고 평가받는다.
어느덧 일흔을 목전에 둔 작가가 자신의 지난 예술세계를 돌아보고 신작을 공개하는 자리를 국내에 마련했다. 개인전 ‘나의 길(Mes Routes)’에서 포콩은 영상 설치 작품과 영상의 배경이 된 프랑스, 페루, 볼리비아, 태국의 풍경을 촬영한 사진을 전시한다.
최신작 <나의 길>은 작가의 인생을 회고하는 내용의 단편 영화로, 스쳐 지나가는 차창 밖 풍경에 작가의 내레이션을 겹쳐 지나간 세월에 대한 단상을 표현했다. 그의 상념은 느릿느릿 흘러가는 사진들 혹은 재빨리 지나가는 영상 이미지를 타고 자유롭게 떠다니는 듯하다. 사진과 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노장의 자연스럽고도 노련한 작업을 확인할 수 있다.

오늘날 포콩을 있게 한 대표작 <여름방학> 시리즈 중 <Le Banquet>(1978)의 빈티지 에디션도 공개됐다. 훨훨 타오르며 번져가는 불 앞에 당혹스러워하는 아이들과 그마저도 마냥 신나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에 눈길이 사로잡힌다. 태국 바닷가에서 촬영한 파도를 헤치며 수영하는 이들을 담은 <Mer Tsunamis Thailand>(2018)도 주목할 만하다. 24일까지 공근혜갤러리.
─제이알 “숨겨놓은 ‘비밀장치’ 찾는 묘미”
프랑스 작가 제이알(JR·36)은 다수의 시선이 미치지 않거나 대중이 눈치채지 못한 이면과 그늘을 조명하는 데 몰두해왔다. 세계 도시와 자연경관 속에 사진 콜라주를 설치하며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린 그가 파리, 베를린 등 대도시의 명소와 인적이 드문 오지를 배경으로 한 장소 특정적인 작품을 들고 한국 관람객들과 처음 마주했다.
프랑스 작가 제이알(JR·36)은 다수의 시선이 미치지 않거나 대중이 눈치채지 못한 이면과 그늘을 조명하는 데 몰두해왔다. 세계 도시와 자연경관 속에 사진 콜라주를 설치하며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린 그가 파리, 베를린 등 대도시의 명소와 인적이 드문 오지를 배경으로 한 장소 특정적인 작품을 들고 한국 관람객들과 처음 마주했다.

국내에 첫선을 보이는 그의 사진 콜라주 10여 점이 페로탕갤러리에 내걸렸다. 작가에게 결과물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작업 과정이다. 그의 사진에는 현장에 설치한 모습, 창작 과정 등이 기록돼 있다.
작가는 자세히 보지 못하면 쉽사리 알아채기 힘든 작은 수수께끼거리를 심어 놓는다. 예컨대,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인 루브르박물관 시리즈 <JR at the Louvre, La Pyramide> 속의 조각상이 한 손에 창문 청소도구(Squeegee)를 슬쩍 들고 있는 식이다. “말해주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저만의 비밀의 장치를 넣어두는 거죠. 작은 비밀을 찾아보는 묘미가 있을 거예요.” 3월 9일까지.

─삶의 이면 속 ‘뒤틀림’을 찾아서… ‘이지선’展
사진작가 이지선(34)은 산책하며 마주친 ‘뒤틀린’ 이미지를 포착하곤 한다. 작가가 뜻하는 뒤틀림이란 물리적으로 어그러진 장면이 아닌, 상징이나 비유를 통해 삶의 속성을 드러내는 순간을 의미한다. “그 이미지를 바라보는 제 시선과 의식을 통해 삶의 이면을 비추는 것일 뿐, 이미지 자체에는 별 뜻이 없어요.”
작가는 스스로의 경험에서 출발해 삶을 통찰하고 나아가 가치의 의미에 대해 의문하고 재고한다. 우리가 가치 있다고 여겨온 것들이 진정 그러한 것인지 묻고 그 가치에 기인한 진정한 삶을 다루고자 하는 것.
길거리에 나뒹구는 메마른 낙엽을 찍은 <Heritage>에서 작가는 ‘유산(遺産)’이란 뜻의 제목을 통해 이러한 생각을 은유적으로 전한다. 나뭇가지를 뚫고 나온 봄의 기운은 여름의 뜨거운 볕을 견디며 빨갛게 물들고 결국은 땅으로 떨어지지만 이는 걸러지고 남은 유산과도 같다고 이지선은 말한다. 낙엽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오랜 인고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17일까지 갤러리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