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9.01.31 16:24
독특한 콘셉트의 5인전, 韓·中 작가전 등 그룹전
어렵사리 돌아오는 주말은 매번 짧기만 하다. 작품 감상을 즐기는 미술 애호가들에겐 더더욱 그럴 터. 한정된 시간에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보고 싶다면 그룹전을 공략하자. 국내 젊은 작가 3인전, 한·중 신진작가 6인전 등이 열리고 있다.

─‘2030 작가’ 송수민·이피·황도유 3인전
풍부한 상상력과 개성적인 표현방식으로 활발한 활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는 젊은 작가 3인이 모인 전시 <In White Space>가 3월 3일까지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열린다.
인터넷, 신문 등 매체를 통해 직접 경험하지 못한 사건과, 주변 풍경, 사물 이미지를 수집해 이를 재해석하고, 감추고 드러내는 과정을 거치며 다의적인 회화로 연결하는 송수민, 현실 속 경험을 토대로 수많은 이야기를 드로잉으로 담아내고 이를 확장, 변용해 일상과 상상의 세계를 무한히 표현하는 이피, 감각적인 선과 색채로 자신의 경험과 기억이 어우러진 비현실 세계를 회화 형식으로 보여주는 황도유의 회화가 내걸렸다.
전시장의 빈 공간(White Space)에 세 작가의 감각과 상상력이 펼쳐지며 관람객과 소통을 꾀한다. 단순히 물리적 차원을 넘어 신선한 발상과 감성의 공간으로 변화됨을 보여준다. 그간 개성적인 작업을 이어온 젊은 작가 세 명의 가능성과 열정을 엿볼 수 있는 실험의 장이 될 것이다.

─한·중 작가 5인, 개방성과 현재성을 논하다
한국과 중국의 작가들이 모여 서로의 예술세계를 견준다. 중국 작가 지엔처(Ce Jian), 친쥔(Qin Jun), 시에판(Xie Fan), 국내 여성 작가 김나율, 국동완의 작품이 2월 15일까지 갤러리수에서 전시된다.
이 전시에 참여하는 중국 작가들은 ‘바링허우’라는 고유명사로 칭해지는 1980년대 이후 출생으로, 개혁개방 이후 급성장한 경제적 혜택을 누리며 자신들만의 사유 체계와 방식을 바탕으로 국제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엔처는 도상학적 관점에서 이미지를 해체하고 재조립하며 연대기적 서술을 하거나, 시공간을 넘나드는 동시대적인 주제를 다룬다. 친쥔은 축적된 공간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사각형, 원형, 삼각형과 같은 기본적인 기하학 형태를 평면에 모듈화한다. 반투명의 비단에 그림을 그리는 시에판은 빛, 비단, 유화 안료, 프레임이 어우러지는 새로운 물성의 난반사공간을 만들어 회화가 가진 보편적인 물리적 구도를 넘어서는 작업을 선보인다.

김나율은 크리스티 홍콩 옥션과 전시를 통해 알려진 작가로, 실제 옥션에서 높은 가격에 낙찰돼 국제 미술계에서 인지도를 높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시각적 경험과 상상을 바탕으로 추상과 형상, 아날로그와 디지털 이미지를 여러 레이어로 중첩시켜 복합적인 구조의 회화를 내보인다. 국동완은 꿈으로 대표되는 존재의 무의식에 닿는 과정을 그려왔다. 작가 특유의 세밀한 드로잉을 900배 확대해 그림 밖으로 끄집어내 무의식에 한 발 더 가까워진 회화를 전시한다.
─가상 행사장이 된 전시장, ‘내 손 안의 리서치 서비스’展
플랫폼 자본주의 사회의 현재와 청년 세대의 미술을 고민하는 <유어서치, 내 손 안의 리서치 서비스>가 2월 20일까지 두산갤러리 서울에서 열린다.
기획자가 일종의 기업운영자로서 리서치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상의 플랫폼 ‘유어서치 YourSearch’를 설립한다는 설정으로 시작된다. 전시장은 새롭게 론칭하는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한 홍보 행사장으로 탈바꿈하고, 참여 작가 김대환, 김웅현, 이동근, 이윤서, 정유진은 회사에 고용된 인력으로 분한다.

작가들은 클라이언트로부터 리서치 서비스를 의뢰받아 리서치를 수행해 결과물을 제공한다. 관람객은 잠재적인 클라이언트이자 회사에 투자할 광고주로 설정되는 등 독특하고 흥미로운 콘셉트가 눈길을 끈다. 출품작은 리서치 의뢰 전 예상해 볼 수 있는 샘플 결과물로서 전시된다.
이윤서는 웹 환경에서 이미지의 빠른 확산과 증가를 다급하게 좇아 캔버스에 재현한다. 기존 작품에 더해 전시 기간 3회에 걸쳐 새로운 신작이 추가된다. 이동근은 앎에 대한 작가 자신의 의지를 낭만적일 만큼 명료한 수학, 과학적 언어에 빗댄 신작을 선보인다. 현실의 사건·사고를 만화나 미디어를 통해 접한 비현실적 이미지와 서울의 흔한 건축자재를 활용한 조형물을 선보여 온 정유진은 이번 전시에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사건과 문어 파울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을 공개한다.

김웅현은 리서치를 바탕으로 가상의 태국여행 패키지 상품을 제작한다. 작가가 설정한 세계관과 현실이 교묘하게 중첩, 직조되면서 만들어지는 내러티브와 이미지를 관람객이 일종의 체험공간 속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제안한다. 김대환은 조각의 스케일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전시 공간과 출품작에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동선과 여백, 작품과 조응하는 작품을 전시장 곳곳에 설치함으로써 관객의 동선과 색다른 전시 경험을 유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