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에도 세력이 있다

입력 : 2018.12.24 09:30

김유정展 덩굴 등 식물 소재로 프레스코 신작 선봬
내달 19일까지 소피스갤러리

<세력도원> Tillandsia, Painter's Furniture, Net, Variable installation 2018 /소피스갤러리
<세력도원> Tillandsia, Painter's Furniture, Net, Variable installation 2018 /소피스갤러리
김유정은 회칠한 벽체를 일일이 긁어내야 하는 까다로운 프레스코 작업을 오랫동안 고수하며 인간의 트라우마와 그 극복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왔다. 프레스코는 기법 특성상 특수 제작된 벽체에 초지(Arriccio)와 화지(Intonaco)를 바르고, 화지가 마르기 전 작업을 끝내야 해 숙련된 세밀함이 요구된다. 또한 화지를 긁어내며 완성하는 회화로서 조각적인 성격을 내포하기도 한다.
작가가 식물을 활용해 흥미로운 프레스코 신작을 내걸었다. 개인전 <식물에도 세력이 있다>가 1월 19일까지 소피스갤러리에서 열린다. 식물에 고전적인 프레스코 기법을 사용한 평면 작업과 사진을 비롯해 작가의 작업실을 전시장으로 옮긴 설치 작업 등을 선보인다.
<세력도감> 70x70cm Pigment print 2018 /소피스갤러리
<세력도감> 70x70cm Pigment print 2018 /소피스갤러리
특히 기존 설치 작업에서 더 나아가, 작업실에서 실제 사용하던 침대와 소파 등 일상 사물을 전시장으로 갖고 와 '틸란드시아'란 덩굴에 의해 잠식된 현장을 연출한다.
이를 통해 평면 속의 식물과 그 바깥의 식물을 병치시킴으로써 다층적인 장면을 구현하며 살아있는 생명, 즉 식물을 인간이 일방적으로 돌본다는 것에 어떤 무게와 의미가 있는지 작가가 스스로 묻고자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연약하지만, 무리를 이루며 힘을 가진 존재인 식물이 자아내는 집단적 세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김유정은 현재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머물며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백남준과 진영선이 공동으로 작업한 해인사성보박물관과 경기 광주 조선관요박물관(現 경기도자박물관)에 설치된 미디어아트와 프레스코 벽화 프로젝트에 참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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