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 닮은 공간, 예술이 됐네

입력 : 2018.03.04 23:58

미술관 공간을 작품 재료로 활용… 젊은 작가 5인의 설치 작품전

서울 삼청동 아트선재센터는 케이크 조각처럼 생겼다. 땅에서 올려다보면 건물의 곡면만 보이지만,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사분원 모양이다. 아트선재센터가 이 독특한 공간의 2, 3층을 젊은 작가들에게 작품의 재료로 내줬다. 김동희, 김민애, 오종, 이수성, 최고은 등 30대 작가 다섯 명은 아트선재센터의 공간과 건축 재료를 활용한 전시 '카운터 포인트 카운터'를 선보인다. 전시 제목은 독립적인 선율을 병치하는 작곡법을 뜻하는 대위법(counterpoint)에서 가져왔다.

건축 외장 재료로 쓰이는 청동 거울을 곡면의 벽에 비스듬히 세워놓은 김동희의‘볼륨: 타입 2’. /아트선재센터
건축 외장 재료로 쓰이는 청동 거울을 곡면의 벽에 비스듬히 세워놓은 김동희의‘볼륨: 타입 2’. /아트선재센터
2층에 전시된 오종의 '방 드로잉(모노크롬) #4'는 가까이서 봐도, 멀리서 봐도, 한참을 본 뒤 다시 봐도 질리지 않는다. 천장과 두 개 벽을 모두 흰색으로 칠하고 흰색 실을 매달았다. 이 실 끝에 검은색 가느다란 쇠사슬, 쇠구슬 등을 달아 선과 점을 표현했다. 작품 한가운데 서 있으면 3차원 공간이 2차원 평면처럼 느껴져 혼란스러워진다. 작품의 규모를 키워봐도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든다.

3층 김동희의 '볼륨: 타입2'는 아트선재센터의 공간적 특징을 가장 잘 활용한 작품이다. 건축물 외장으로도 쓰이는 동경(銅鏡)을 전시장 곡면을 따라 비스듬하게 세워놨다. 아트선재센터를 밖에서 보면 맨 위층에 건물의 곡면을 따라 창이 여럿 나 있는데, 이를 전시장 안에서 표현한 작품이다. 거울 가까이에 다가가 이리저리 움직이면 자동차나 비행기를 타고 지나가면서 고층 빌딩의 외관을 보는 듯한 착시가 일어난다. 발길을 떼기 힘든 작품이다. 4월 8일까지. (02)733-8949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