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토크] 해방 직후 격동의 시대… 민초들이 사는 모습

입력 : 2017.06.29 11:27

국립극단 연극 '1945'

배삼식 극본, 류주연 연출
1945년 만주, 극한의 상황 그려내

국립극단(예술감독 김윤철)은 오는 7월, 우리 시대의 대표 극작가 배삼식의 신작 '1945'<사진>를 선보인다. '하얀 앵두' '3월의 눈' '먼 데서 오는 여자' 등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을 담은 일련의 작품으로 따뜻한 감동과 잔잔한 웃음을 선사해온 그는 이번 작품에서 1945년 만주를 배경으로 결코 평범하지 않은 시대를 살아낸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배삼식 작가, 새로운 시대극을 그리다

흔히 시대극은 역사 속에 이름이 남은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배삼식 작가는 민초들의 삶에 주목했다. 살아남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들의 극단적인 선택과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피어나는 인간애가 뒤섞여 커다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배삼식 작가는 "'먼 데서 오는 여자'가 고단한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기억과 망각에 대한 저항의 이야기였다면, '1945'는 조금 더 멀리 간 해방 원년을 배경으로, 구체성을 결여하고 있는 역사의 공백을 새로운 관점에서 복원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1945년 해방 직후, 죽을 고비를 함께 넘기며 위안소를 탈출한 명숙과 미즈코를 중심으로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조선행 기차를 타기 위해 전재민 구제소에 오게 된 인물들이 작품을 끌고 나간다.

류주연 연출의 명동예술극장 데뷔작

지난 해 '12인의 성난 사람들'로 인간 본성을 찌르는 통찰을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던 류주연 연출이 이번 공연으로 명동예술극장에서 데뷔한다. 그는 첫 연습에서 "그간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던 민초들을 다뤘다는 점에서 바로 작품을 연출하기로 결심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각각의 인물들이 정말 잘 그려졌다. 배우들 역시 희곡을 읽으며 매력을 느꼈을 것"이라고 참여 소감을 밝혔다.

김정민, 박상종, 박윤희, 김정은, 백익남, 주인영, 이봉련 등 우리 연극계 대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인다. 국립극단 김윤철 예술감독은 "배삼식 작가는 그간 지속적으로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에 천착해 왔으며, 그의 작품에서는 인물에 대한 깊은 애정이 매번 강하게 드러난다. 증오가 만연한 이 시대에 귀한 작가"라고 말했다.

7월 5일부터 30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되며, 티켓가격은 R석 5만원, S석 3만5000원, A석 2만원. 영어자막 매주 목, 일요일. 예매 및 문의는 1644-2003로 하면 된다.

[배삼식 작가 미니 토크]

―작품을 집필하게 된 계기와 1945년이 갖는 의미는?

“국립극단이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있는 ‘한국인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과 국립극단의 2017년 기획 주제인 ‘기억과 욕망’을 생각했을 때, 한국인이 아직 뚜렷한 정체성을 갖추지 못했던 경계로서의 1945년이 떠올랐다. 그 시기에 대한 우리의 공동체로서의 기억은 거의 공백상태에 가깝다. 관념화된, 추상적인 개념으로만 머물러 있고, 그 전대로부터 구체적인 경험이나 기억을 전혀 물려받지 못하고 있다. 예전부터 그 시절의 구체적인, 생생한 삶의 모습을 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크게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인물들을 구체적으로 그려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연극을 비롯해서 예술은 옳고 그름을 가리거나 옳은 소리를 하는 분야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쉽게, 즉각적으로, 논쟁의 여지없이 옳고 그름이 내려지는 상황 그 자체를 문제 삼아야 하는 게 예술인 거다. 나는 기본적으로 어떤 존재를 비난하거나 옹호하려고 이 작품을 쓴 것이 아니다. 어떤 대상이나 삶에 대해서, 우리가 쉽사리 하나를 긍정하거나 부정할 수는 없다. 알면 알수록, 구체적으로 들여다 볼수록 그렇다. 관객들도 판단을 정지시킨 상태에서 사람들의 애달픔을 있는 그대로 봐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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