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웹툰 보러 공연장 간다

입력 : 2017.06.20 03:01

'찌질의 역사' '신과 함께'… 인기 웹툰들 뮤지컬로 제작
"젊은 층의 고민과 사랑 담은 현실성 넘치는 이야기에 공감"

"어휴~. 왜 저래." "저 답답이, 답 없네 답 없어. 이불 킥이다 이불 킥~"

지난 3일부터 창작 뮤지컬 '찌질의 역사'(연출 안재승)를 무대에 올린 서울 대학로 수현재씨어터. 평소 객석 분위기라면 숨죽이며 몰입하느라 기침 한번 하기도 미안할 정도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객석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지난 17일 현장에서 보니 장면 중간중간에도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 "저러면 안 되는데" "제발 제발, 잘하란 말이야" 하며 탄식과 응원을 함께 보냈다.

오는 8월 27일까지 무대에 오를 뮤지컬 '찌질의 역사'는 2013년부터 연재해 최근 시즌 3로 막을 내린 동명(同名)의 인기 웹툰(김풍 글·심윤수 그림)이 원작이다. 이번이 초연인 이번 작품은 1990년대를 살아간 20대 청춘들의 연애담과 성장통이 주요 내용. 주인공 서민기는 여자친구에게 스킨십을 하며 "전 남자친구랑도 했어?" "몇 번이나?"라며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를 깨는 데 '달인' 수준이다. 그를 비롯한 남자 사총사들은 서툴고 '부끄러웠던' 그 시절로 관객을 순간 이동시킨다.


 

뮤지컬 ‘찌질의 역사’ 주인공 서민기(맨 오른쪽)가 첫 사랑 권설하에게 푹 빠져드는 장면. 민기의 세 친구가 둘을 엿들으며 자체 ‘연애 해석’을 한다. /에이콤
뮤지컬 ‘찌질의 역사’ 주인공 서민기(맨 오른쪽)가 첫 사랑 권설하에게 푹 빠져드는 장면. 민기의 세 친구가 둘을 엿들으며 자체 ‘연애 해석’을 한다. /에이콤

커플 관객도 많이 보였다. 여성들은 어느덧 어른이 돼 가는 주인공을 큰 박수로 응원했고, 남자 관객들은 여자친구 얼굴을 흘깃흘깃 쳐다보며 반응을 살피기도 했다. 한 남성 관객은 "요즘 말로 '이불 킥'(부끄러움·분노 등으로 혼자 이불 속 발길질한다는 의미) 날렸던 내 과거가 생각났다"며 크게 웃었다.

당시 인기를 끌었던 스타크래프트 게임, 80바이트 문자메시지, 힙합 스타일 의상 등 디테일도 눈에 띈다. 극의 묘미는 1990년대 인기 가요들로 더해진다. 가수 김건모의 '너에게' '짱가', 솔리드의 '이 밤의 끝을 잡고' 델리 스파이스의 '챠우챠우' 등이 대사와 잘 맞물려 노래 가사가 마치 또 다른 대사처럼 들린다.

또 다른 인기 웹툰이 원작인 뮤지컬도 연달아 무대에 오른다. 오는 23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는 강도하 작가의 웹툰이 원작인 '위대한 캣츠비'가 서울 대학로 유니플렉스에서 공연된다. "내게 사랑은 종교야"라는 주인공 청춘들의 순수한 마음이 촉촉한 감성을 자아낸다. 30일부터 다음 달 22일까지는 서울 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신과 함께: 저승편'이 서울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무대에 오른다. 주호민 작가의 동명(同名) 인기 웹툰을 무대로 옮긴 것으로 한 직장인이 죽은 뒤 염라대왕 재판을 받는 과정을 그렸다. 2015년 초연 당시 전 석 매진되며 인기를 누렸다. 영화로도 제작됐던 웹툰 '은밀하게 위대하게'도 뮤지컬로 7월 14일부터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1관에서 관객을 맞는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우리네 삶의 고민과 사랑을 담은 현실성 넘치는 웹툰들이 공감대를 얻으며 드라마에 이어 영화·뮤지컬 장르로도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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