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탱 콤비' 지이선·김태형 "연극 '모범생들' 10주년, 저희도 변했어요"

입력 : 2017.06.09 10:15
10주년 기념공연 연극 '모범생들'
10주년 기념공연 연극 '모범생들'
"김태형 연출과 저하고는 믿고 싸우는 관계예요. 편하고 즐거운 것만 아닌데 좋아하는 코드가 맞고, 제가 무엇을 하면 더 얹어주고 하나를 이야기해주면 즐겁게 선택을 하고 그렇게 10년이 쌓이게 된 것 같아요."(지이선 작가)

"지이선 작가에게 지기 싫다는 것이 있어요. 하하. '써서 온 글이 좋은데, 내가 더 좋은 장면 보여줄 거야라는 마음이죠."(김태형 연출) "서로에게 호승심 있는 거죠."(지이선 작가)

대학로에서 '지탱' 콤비로 통하는 지이선 작가와 김태형 연출의 찰떡궁합 콤비는 연극 '모범생들'에서 비롯됐다.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특목고 고3 학생들을 통해 비뚤어진 교육 현실과 비인간적인 경쟁 사회의 자화상을 그린 '모범생들은' 2007년 초연 이후 640회 이상의 공연, 7만명 이상 관객을 끌어모으며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잡았다.

지이선 작가는 8일 오후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4관에서 열린 '모범생들' 프레스콜에서 "김태형 연출과 앞으로 무슨 작업을 함께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작업을 같이 하게 되는데는 이유가 있겠죠"라고 말했다.

지이선 작가와 김태형 연출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선후배 사이다. 두 사람은 '모범생들' 외에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와 '벙커 트릴로지' 그리고 씨어터 RPG ver.1과 ver. 1.7 '내일 공연인데 어떡하지'를 함께 작업하며 탄탄한 호흡을 보여줬다.

지이선 작가는 "이 작품(모범생들)이 사실 대학로 최고의 악연의 시작이고 잘못된 만남의 10주년"이라고 너스레를 떨며 애정을 드러냈다. "'모범생들'은 이곳(대학로)에서 처음 우리라는 사람을 드러낼 수 있게 한 기회이자 서로 만나게 작업을 할 수 있게 만든 작품이에요."

지이선 작가는 김태형 연출에 대해 "치밀하고 치열하게 접근하는 스타일이에요. 그 부분 때문에 항상 긴장하고 더 잘하게 되죠"라며 "서로에 대한 기대치가 더 잘하게 만든 '10년의 파트너 힘'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김태형 연출은 지이선 작가와의 관계에 대해 "경쟁과 적의로 시작을 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는 적의를 드러낼 만한 파트너가 많지 않다는 알게 됐다"며 그녀에 대한 애정을 돌려 표현했다.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는 두 사람은 서로에게 전우라는 표현을 썼다. 지이선 작가는 "서른 때 만나 10년이 지나 마흔이 됐는데 좋은 의미도 있었고, 나쁜 의미도 있었는데 올해 내년 앞으로의 작업도 즐거운 작업을 기대한다"고 했다.

'모범생들'은 소위 '모범생'으로 통하는 명문 외고 3학년 학생들을 통해 사회가 가지고 있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그 속에서 그들이 겪는 열등감과 강박관념을 세련되게 풀어낸다.

'백색 느와르'를 표방하는데 실제 물리적인 폭력이 아닌, 사회에게 강요받은 욕망인지도 모른 채 신분상승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주인공들은 '백색 전쟁'을 치르는 듯 보인다.

김태형 연출은 여전히 사회에 유효한 질문을 던지는 이 작품이 "초연 당시 정말 10년 후에도 공연을 하면 슬플 거 같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 작품에서 이야기하는 바가 촌스럽고 사회에서 일어나지 않거나 통하지 않는 이야기기 됐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하지만 현 사회에서 용납 가능하고 그럴 법하죠. 아직도 경쟁과 학교 교육에 매달려 점수를 잘 받기 위해 영혼을 팔고, 학교 성적이 사회 성과와 연결되는 것이 아님에도 나쁜 짓도 마다하지 않은 점이 슬펐어요. 빨리 이 공연을 하지 않았으면 해요."

10년 간 대학로에서 모범생으로 살아온 김태형 연출과 지이선 작가의 앞날은 어떤 모습일까. 과학고와 카이스트 출신인 김태형 연출은 "어릴 때부터 모범생으로 살았고 10년 간 상업극 판에서 일을 해왔다"며 "엉뚱한 일을 하기는 했지만 그 판에서 웰메이드 드라마 연극, 뮤지컬을 만들려고 했죠"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중간에 다른 시도는 했지만 문제적인 작품은 아니었죠. 연극사에 길이 남을 작품을 빨리 하고 싶다"며 "내년에는 쉴 예정인데 이미 예정된 작품만 최소로 하고 나머지는 육아에 집중하겠다"고 전했다.

뮤지컬배우 이영미가 아내인 그는 "와이프와 아이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양육을 하면서 아이도 사랑해보고 그런 걸 바탕으로 문제적인 작품을 만들고 싶다"며 "나머지 10년은 '모범생들' 같은 작품도 하겠지만 희한한 작품도 더 만들어야 하지않나"라고 말했다.

동성애를 다룬 연극 '프라이드', 안락사와 장애 등의 문제를 다룬 '킬미나우' 등 꾸준히 사회적 이슈를 다룬 작품을 만들어온 지이선 작가는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약자를 다루는 작품에도 꾸준히 관심을 갖는 동시에 '연극계 탕아'로서 문제 아이가 아니라 문제 어른으로서 열심히 영감을 줄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했다.

"저희가 '모범생들' 처음에 할 때 사회에 화가 많이 나 있었어요. 너무 감사하게도 제작사 관계자들, 관객들, 배우들을 만나고 여러 일을 겪으면서 제가 달라진 것이 사실이에요. 김태형 연출도 '모범생들' 하면서 달라졌고요. 남녀공학의 학교가 배경인데 왜 남자만 등장하는지에 대해서 스스로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혼자 쓴 작품이 아니라 새로운 스타일과 정리된 것이 많아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배우 이호영, 김대종, 홍승진, 홍우진, 김슬기, 박은석, 김도빈, 조풍래, 문태유, 권동호, 정휘 등이 나온다. 오는 8월2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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