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울린 그 이름 '엄마'

입력 : 2017.05.11 03:01

['모성애' 다룬 연극 세 편]

엄마와 '죽음' 함께 다룬 이야기… 유명 중견 배우들 출연도 화제
어머니의 강요된 희생 그려 일각선 "시대와 맞지 않다" 지적

'엄마'는 가장 보편적 소재 중 하나지만, 신파로 흐르기 쉽다. 특히 헌신과 희생이 주제라면 더욱 그렇다. 이달 선보이는 '엄마' 주인공 연극 세 편 역시 마찬가지다. 특징은 우리에게 친숙한 '스타'들이 엄마 역을 맡는다는 것. 새롭지는 않지만, 그래서 더욱 편안한 장점도 있다.

이들이 보여주는 '엄마'는 어떻게 신파를 답습 혹은 극복하고 있을까.

21일까지 서울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되는 연극 '하늘로 가지못한 선녀씨 이야기'(연출 이삼우)엔 선우용여와 최수종, 윤해영, 한갑수 등 브라운관에서 자주 보던 스타들이 주연을 맡았다. 집을 나간 종우(최수종)가 어머니 선녀씨(선우용여·윤해영)의 장례식장에 오면서 어머니의 지난한 삶에 대해 알게 되는 이야기다. 경남 거제 연극단체인 예도의 창작품으로 구수한 사투리가 매력적이다. 딸부잣집 막내딸로 구박데기 신세였던 어머니. 의처증 남편(한갑수)에게 사사건건 핍박받고, 자녀 뒤치다꺼리에 평생을 바쳤지만, "느그들만 있으면 된다. 내 새끼들이 엄마 앞에 서 있기만 해도 내 인생은 봄이었다"고 말하는 어머니다. 지난해 뇌경색이 발병했던 선우용여는 힘들수록 오히려 웃는 엄마 역할을 담담하게 해낸다.

연극 ‘선녀씨 이야기’에서는 집 나갔던 아들이 어머니의 장례식장을 찾으면서 엄마의 힘겨웠던 인생을 알게 된다. 아들 종우역을 맡은 배우 최수종과 어머니 선녀씨의 선우용여, 젊은 선녀씨 역할의 윤해영. /PS엔터테인먼트
연극 ‘선녀씨 이야기’에서는 집 나갔던 아들이 어머니의 장례식장을 찾으면서 엄마의 힘겨웠던 인생을 알게 된다. 아들 종우역을 맡은 배우 최수종과 어머니 선녀씨의 선우용여, 젊은 선녀씨 역할의 윤해영. /PS엔터테인먼트

역시 21일까지 종로 아이들극장에서 열리는 '엄마이야기'(연출 한태숙)는 '죽음'(박정자)이 데려간 아홉 살 아들을 찾아가는 엄마(전현아)의 강한 모성애를 그렸다. 덴마크 동화작가 안데르센의 '어머니 이야기'를 각색한 작품으로 36개월 이상이면 볼 수 있는 '아동극'이지만, 극장 밖으로 눈물 훔치며 나오는 어른을 여럿 볼 수 있다. 아들을 데려간 죽음을 만나러 가면서 엄마는 목소리를 뺏기고, 자신의 눈과 젊음까지 내주면서도 포기하지 않는다. 연극 평론가 허순자 서울예대 교수는 "시각적 무대 미학과 예술적인 캐릭터 구성이 어린이 극의 수준을 끌어올렸다"며 "어미 본성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눈물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절로 뭉클하게 해주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강부자·전미선이 8년째 호흡을 맞춘 '친정엄마와 2박3일'(연출 구태환)은 중병에 걸린 딸과의 마지막 순간을 보내는 엄마 이야기가 담겨 있다. 19일부터 28일까지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선보이는데 서울 공연은 3년 만이다. 이미 700회 이상 공연된 '스테디셀러'지만 여전히 관객의 관심이 높다.

보편적인 정서를 자극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강요된 희생이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명화 연극 평론가는 "'엄마 신드롬'은 사회 변화의 시기에 지속적으로 반복됐다"면서 "가족관계 변화상에 대한 적극적 해석 없이 박제된 모성애를 재현하는 데 그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고 말했다. 반면, 세대 간 단절이 모성애를 소환했다는 해석도 있다. 연출가 구태환은 "한국 사회가 급속하게 변화하면서 세대 간 단절이 사회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누구나 공감을 나눌 수 있는 소재가 엄마와 모성애인 듯하다"면서 "삶에 치여 놓치고 있었던 정서를 일깨워준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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