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동명 명작 무대로 옮겨… 브로드웨이 대본·음악 그대로
영상과 조명 최대한 활용, 옥주현·박은태의 합 볼만

많은 이의 기억 속에 남은 명작을 무대로 옮긴다는 건 그만큼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2014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그해 토니상 최우수 작곡상(제이슨 로버트 브라운)과 편곡상을 받으며 화제가 됐지만, 비판도 있었다. 주인공을 맡을 당시 서른여덟 동갑내기였던 켈리 오하라와 스티븐 파스퀄은 외모·연기력·노래 모두 브로드웨이 최고 스타로 꼽히는 이들이었지만, 영화가 주는 중년의 아련한 로맨스를 품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이 많았다.
국내 무대에서 가장 우려됐던 부분도 이 대목이다. 옥주현·박은태 모두 관객 동원력이나 실력 면에서 국내 최고 수준으로 꼽히지만, 메릴 스트리프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풍긴 분위기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그런데 '의외로' 잘 어울렸다. 37세 옥주현은 중·고등학생 나이 아이를 둔 어머니 프란체스카 역할치고는 '젊어' 보이긴 했지만, 세월에 흐트러지고 한층 넉살스러워진 주부 역에 모자라지 않아 보였다. 1965년 미국 중서부 아이오와를 배경으로, 청바지에 굽 낮은 신발을 신고 카우보이 스타일 셔츠에 대충 머리 묶어 올린 프란체스카. 아이 뒤치다꺼리하다 지쳐 진력이 난 모습이다. 그런 그녀에게 찾아온 낯선 사랑,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 기자인 로버트 역의 박은태는 첫 등장부터 셔츠 단추 세 개를 풀어헤치며 야성미를 자랑한다.
이번 작품은 브로드웨이 대본과 음악만 가져왔다. 퓰리처·토니상 수상자인 마샤 노먼의 대본은 훌륭하지만 대극장 무대에 올리기엔 구성이 상대적으로 평이한 게 아닌가 하는 지적도 있었다. 연출가 김태형이 대본을 받고 가장 고민했던 부분도 이 지점이다.
대신 영상과 조명을 최대한 이용했다. 둘이 차를 타고 움직이는 장면에선 대지를 가르는 영상이 속도감 있게 펼쳐져 마치 관객들도 차 안에 함께 타고 있는 듯하다. 동틀 때부터 어스름과 땅거미가 지는 장면까지 파스텔톤으로 처리한 조명도 매력적이다. 연출가 김태형은 "지난해 가을 대본을 받은 뒤 무대·영상 디자이너, 조명·기술 감독 등과 수시로 회의를 하며 시대적 배경에 맞는 예스러운 느낌을 추구했다"고 말했다. 원종원 뮤지컬 평론가는 "소설과 영화에선 아이들이 엄마의 과거를 정리하면서 이야기를 알게 되지만, 뮤지컬에선 마치 '있었을 법한' 이야기로 꾸며 일탈이나 불륜보다는 어른들을 위한 한 편의 판타지 동화를 본 느낌"이라고 말했다. 6월 18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1588-5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