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3.13 03:02
[연극 '카라마조프家의 형제들']
11일 첫 공연, 500여 객석 꽉 차… 이순재·박정자·손숙 등도 관람
배우들 열연에 '브라보' 쏟아져… 1인 4역 넘나든 정동환 놀라워
"이건 노동이지요. 이렇게 긴 작품은 우리 모두 처음일 텐데, 여전히 긴장됩니다. 20여분간 혼자 '대심문관' 대사를 하니까 무얼 (몰래) 보고 읽는 거 아니냐고 더러 묻기도 합니다. 그럴 수 있다면 그게 천재죠. 배우란 '이런 일을 왜 하는가' 싶은 곳에 뛰어들기 때문에 의미있는 직업 아니겠습니까."(정동환·1인 4역)
"오늘 7시간짜리 극을 한꺼번에 하고 나니까 각각 다른 팀이랑 야구 더블헤더 뛴 느낌입니다. 1부와 2부 나눠 절반씩 했던 평일 공연과는 완전히 다른 도전이었습니다."(김태훈·드미트리 역)
"오늘 7시간짜리 극을 한꺼번에 하고 나니까 각각 다른 팀이랑 야구 더블헤더 뛴 느낌입니다. 1부와 2부 나눠 절반씩 했던 평일 공연과는 완전히 다른 도전이었습니다."(김태훈·드미트리 역)

'7시간짜리 연극'으로 화제가 된 도스토옙스키 원작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1, 2부가 연달아 무대에 처음 오른 11일 밤. 배우들의 열연에 500여석을 꽉 채운 객석에서 '브라보'가 연신 쏟아졌다. 출연한 배우도, 이를 보는 관객도 '실험'이자 '도전'의 날이었다. 이날 이순재(82), 박정자(75), 손숙(73), 윤석화(61) 등 내로라하는 원로·중견 배우들이 관객으로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연극계 최고 배우와 관객이 한자리에
"행복했어요. 요즘은 말초적 자극만 꾀하는 작품이 많은데, 작품에서 말하는 것처럼 행복의 의미를 깊게 생각하는 시간이 됐습니다." 이날 7시간 공연을 지켜본 배우 박정자의 평이다. 온몸이 쑤신다며 푸념하는 30~40대 팬들 앞에서 그는 "무릎은 거뜬하다"며 앉았다 섰다를 해 보였다. 몇몇 관객은 "인터미션 때 스트레칭을 했다" "영양제를 먹고 왔다"고 말했다. 배우 이순재는 "연출이 배우를 너무 돌렸다(고생시킨다)"며 웃음지으면서도 "정동환이기에 (전달력이 필요한) 대심문관 역할 등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공연은 오후 2시에 시작해 3시간 40분짜리 1부를 마친 뒤 1시간 여 각자 식사하거나 쉬고 저녁 7시부터 2부 공연으로 이어졌다. 분장실엔 도시락이 배달됐는데, 배우들은 2부를 준비하느라 대부분 한술도 뜨지 않았다.
◇연극계 최고 배우와 관객이 한자리에
"행복했어요. 요즘은 말초적 자극만 꾀하는 작품이 많은데, 작품에서 말하는 것처럼 행복의 의미를 깊게 생각하는 시간이 됐습니다." 이날 7시간 공연을 지켜본 배우 박정자의 평이다. 온몸이 쑤신다며 푸념하는 30~40대 팬들 앞에서 그는 "무릎은 거뜬하다"며 앉았다 섰다를 해 보였다. 몇몇 관객은 "인터미션 때 스트레칭을 했다" "영양제를 먹고 왔다"고 말했다. 배우 이순재는 "연출이 배우를 너무 돌렸다(고생시킨다)"며 웃음지으면서도 "정동환이기에 (전달력이 필요한) 대심문관 역할 등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공연은 오후 2시에 시작해 3시간 40분짜리 1부를 마친 뒤 1시간 여 각자 식사하거나 쉬고 저녁 7시부터 2부 공연으로 이어졌다. 분장실엔 도시락이 배달됐는데, 배우들은 2부를 준비하느라 대부분 한술도 뜨지 않았다.

이 연극은 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에서 최다 금액(1억4000만원)을 지원받은 작품으로 정동환·김태훈·지현준·박윤희 등 유명 배우가 한자리에 모여 '대학로 어벤저스'란 별칭이 붙었다. 이해랑연극상(2009) 수상 배우 정동환(68)의 '대심문관'도 화제지만 특히 눈에 띈 건 2부의 '식객' 역할이다. 능청스러운 몸짓과 상대를 골리는 듯한 문어체 대사를 앞세워 악마의 본질을 얄궂게 해냈다. 호색한 아버지 표도르(박윤희)의 연적(戀敵) 인 첫째 아들 드미트리 역의 김태훈(51) 세종대 교수는 연인 앞에서 방황하는 모습을 표현하려고 무대를 휘젓느라 땀 범벅이었다. 김태훈은 "젊은 시절 열정을 되새기며 '중년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웃었다.
◇3개월 전부터 하루 8시간 맹연습
각색·연출을 맡은 나진한 성결대 교수는 "참을성을 잃은 현대사회에서 긴 호흡으로 불편함을 견디는 해독제 역할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국내 연극은 보통 한두 달 전부터 하루 4시간 연습(개인 연습 제외)을 하는데 이번엔 석 달 전부터 매일 8시간씩 연습하면서 몸을 길들였다. 안무와 배우 움직임으로 텍스트를 해석한 '시어터 댄스'를 도입했는데 동선이 복잡해 그 연습만 거의 한 달이었다. 피사체를 왜곡해 배우의 내면을 설명하는 미러 필름 등 무대 장치도 수시로 이동했다.
2부에서 정신 분열 발작을 일으키는 둘째 아들 이반(지현준)과 이반의 일그러진 자아인 넷째 스메르쟈코프(이기돈)의 긴장 넘치는 대화와 격렬한 몸짓이 압권. 지현준은 "카타토닉(긴장성 병증) 표현 등을 위해 신경정신과 의사를 여러 번 찾아가 물었다"고 했다. 지난 1월 '리처드 3세'로 주목받은 이기돈은 뛰어난 무대 장악력이 인상적이었다.
무대·안무·조명 등 스태프도 체력적으로 힘든 건 마찬가지. 조명 변화 횟수도 400회로 보통 작품의 최대 10배다. 이날은 배우의 노래 장면 등 일부 '연출 과욕'으로 지적된 10분 정도가 삭제돼 무대에 올랐다. 몇몇 늘어지는 부분, 음악과 따로 노는 악단 장면 등은 배우의 호연(好演)에 비해 아쉬움으로 남았다. 19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02)765-1776
◇3개월 전부터 하루 8시간 맹연습
각색·연출을 맡은 나진한 성결대 교수는 "참을성을 잃은 현대사회에서 긴 호흡으로 불편함을 견디는 해독제 역할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국내 연극은 보통 한두 달 전부터 하루 4시간 연습(개인 연습 제외)을 하는데 이번엔 석 달 전부터 매일 8시간씩 연습하면서 몸을 길들였다. 안무와 배우 움직임으로 텍스트를 해석한 '시어터 댄스'를 도입했는데 동선이 복잡해 그 연습만 거의 한 달이었다. 피사체를 왜곡해 배우의 내면을 설명하는 미러 필름 등 무대 장치도 수시로 이동했다.
2부에서 정신 분열 발작을 일으키는 둘째 아들 이반(지현준)과 이반의 일그러진 자아인 넷째 스메르쟈코프(이기돈)의 긴장 넘치는 대화와 격렬한 몸짓이 압권. 지현준은 "카타토닉(긴장성 병증) 표현 등을 위해 신경정신과 의사를 여러 번 찾아가 물었다"고 했다. 지난 1월 '리처드 3세'로 주목받은 이기돈은 뛰어난 무대 장악력이 인상적이었다.
무대·안무·조명 등 스태프도 체력적으로 힘든 건 마찬가지. 조명 변화 횟수도 400회로 보통 작품의 최대 10배다. 이날은 배우의 노래 장면 등 일부 '연출 과욕'으로 지적된 10분 정도가 삭제돼 무대에 올랐다. 몇몇 늘어지는 부분, 음악과 따로 노는 악단 장면 등은 배우의 호연(好演)에 비해 아쉬움으로 남았다. 19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02)765-17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