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만 한 유물 속… 대만고궁박물원이 살아있다

입력 : 2016.12.29 23:27

학고재갤러리 '함영저화' 특별전
신석기 시대부터 청대까지 6000여년의 중국 고문물 131점

'소중현대(小中顯大).' '작은 것에서 더 크게 드러난다'는 뜻의 이 말은 중국 명대 후기의 문인 동기창(董其昌)이 강조한 문구다. 예술의 아름다움에서도 이치는 통한다. 손바닥만 한 작은 예술품에서 정교함은 더 빛을 발하고, 인간 한계를 뛰어넘는 신기에 가까운 손재주는 대작(大作)의 압도감 못지않은 감동을 준다.

청대(18~19세기) 약병으로 사용된‘남색 유리문방도 비연호’. 높이 6.5㎝ 자그만 유리병을 깎아 문방(文房)을 새겼다. /학고재갤러리
청대(18~19세기) 약병으로 사용된‘남색 유리문방도 비연호’. 높이 6.5㎝ 자그만 유리병을 깎아 문방(文房)을 새겼다. /학고재갤러리
동양 문화권에서 세밀함은 일본의 특징처럼 알려져 있지만, 원류는 중국이다. 중국 고문물이 지닌 정교함의 진수를 엿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 본관에서 열리고 있는 '함영저화(含英咀華): 중국 고문물 특별전'이다. 풀이하자면 '꽃봉오리를 물고 꽃의 꿀샘에 고인 꿀맛까지 본다'는 의미다. 밖은 칼바람 쌩쌩 부는 한겨울이지만 전시장 안은 백화제방(百花齊放)한 봄날처럼 예술이 만개해 있다. 신석기 시대부터 청대까지 6000여년에 걸친 고문물 131점이 진열대를 가득 채웠다.

남송 원대에 만든 '청백유 수골나한상'(12~14세기)은 고된 수행으로 뼈만 앙상하게 남았지만 세상을 다 품은 듯 온화한 미소를 지닌 노인의 조각상이다. 14㎝밖에 안 되는 작은 크기지만 앙상한 늑골, 이마 주름까지 생생하게 표현했다. 신석기 시대 '하가점문화 채회 삼족 도격'은 4000여년 전 유물인데 추상화처럼 현대적인 기하학 무늬가 그려져 있다. 지름 4㎝ 남짓한 금방울 '서진 금제상감 보석 요령'(3~4세기)엔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이 장식돼 있고, 청대(18~19세기) 쓰이던 작은 약병들엔 문방사우와 인간 군상이 오밀조밀 새겨져 있다. 전시 기획은 35년간 대만에서 활동한 중국 문물 전문가 박외종씨가 맡았다. 박씨는 "크기는 작지만 대만 컬렉터들이 가진 중상급 유물"이라며 "대만 고궁박물원의 축소판으로 보면 된다"고 했다. 1월 25일까지. (02)720-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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