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도' 논란 와중에… 천경자 '뉴델리' 위작 의혹 제기

입력 : 2016.07.22 03:00

미술품 감정 전문가 이동천 박사 "서명 필체 다른 작품들과 달라"
소장자 "내가 화백께 직접 받아"
미술사학자 "작품 뒷면 미확인… 기본 절차 안 거친 성급한 판단"

위작 의혹이 제기된 천경자의 ‘뉴델리’(1979년 작). /서울시립미술관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서울시립미술관에 전시 중인 천 화백의 그림 한 점이 위작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미술품 감정 분야 전문가인 이동천(51) 박사는 21일 '미술품 감정비책'(라의눈) 출판 기념 기자 간담회를 열고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천 화백의 1주기 추모전 '바람은 불어도 좋다. 어차피 부는 바람이다'에 걸린 1979년 작 '뉴델리'가 위작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뉴델리'는 천 화백이 1979년 인도 스케치 여행을 떠나 현지 남자 두 명이 코끼리를 탄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이 박사는 위작 주장의 핵심 근거로 서명을 들었다. 그는 "작품 왼쪽 아래 '뉴델리'라는 서명이 있는데 '뉴'자를 보면 'ㅠ'에서 아래 왼쪽 획이 밖으로 삐쳤다. 서명에 '뉴'가 들어간 천 화백의 다른 그림 11점을 보면 이런 삐침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또 "천 화백은 서명에 오자(誤字)가 있어도 개칠(改漆)하는 법이 없었는데 이 작품은 포토샵으로 색분해 해보니 서명을 지우고 다시 서명한 흔적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박사는 전시장에 걸려 있는 작품을 직접 봤고 도판의 사진을 찍어 분석했다고 말했다.

이 박사의 주장에 대해 서울시립미술관 임근혜 전시과장은 "작품 확인 절차를 밟았고 출처가 워낙 명확한 작품이라 위작일 리가 없다"며 "객관적 증거 없이 의혹을 제기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뉴델리'는 천 화백이 생전 절친했던 임경식(78) 이목 화랑 전 대표가 소장한 작품이다. 임 전 대표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천 화백이 인도 여행을 다녀오고 몇 해 후인 1980년대 초반 직접 이 작품을 받아서 당시 대구백화점 사장이던 이모씨에게 팔았다. 25년 정도 그분이 가지고 있다가 2008년 내가 다시 샀다. 내가 화백께 직접 받았고, 여러 사람 거친 것도 아닌데 어떻게 가짜일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1976년 천 화백을 처음 만나 1998년 천 화백이 미국으로 갈 때까지 최측근 중 한 명이었다. 미술계에서 아는 사람은 다 아는데 황당하다"고 했다.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씨는 기자와 통화에서 "어머니의 인도 여행 스케치 사진을 25점 가지고 있는데 그중에는 없는 작품이지만, 그렇다고 위작이라는 뜻은 아니다"며 "임 대표는 신뢰하는 분"이라고 했다. 미술사학자 최열씨는 "작품 액자를 떼내고 작품 뒷면과 가려진 부분까지 정확히 보는 게 진위 판별의 기본 절차인데 도판 이미지를 보고 위작이라고 주장하는 건 성급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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