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ART] 친구 생일 선물로 '그림' 어때요?

입력 : 2016.01.05 03:00   |   수정 : 2016.02.29 13:36

[만족에 투자, 그림 사는 20·30대]

'특정 집단 위한 그림' 인식 변화
젊은 층, 아트페어·갤러리 통해 10만원 안팎 작품 구매 늘어

이혜진(39·직장인)씨는 20대부터 옷 살 돈을 모아 하나둘씩 그림을 샀다. 그렇게 해서 모은 그림 수만 해도 벌써 10여점. 아트페어, 갤러리, 길거리 상점 등 그림을 산 장소는 물론 작품 가격대도 다양하다. 이씨는 "옷을 사며 얻는 만족감은 일시적이지만, 좋아하는 그림을 사고 집에서 보며 얻는 행복은 훨씬 오래간다"고 했다.

'그림은 특정 계층을 위한 것'이라는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유명 작가의 그림을 투자 목적으로 구입하는 게 아니라 취향에 맞는 작품을 사서 즐기는 미술 애호가들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늘고 있다. 돈에 목적을 두기보단 자신의 만족과 즐거움에 투자를 하는 셈이다.

투자 아닌 즐거움

미술을 전공한 김수진(30·직장인)씨의 집에는 엽서만 한 작은 캔버스의 그림이 소복하다. 유학 시절 밥값을 아껴 미술을 전공한 친구들과 길거리 노점에서 그림을 샀다. 김씨는 "100달러(11만8000원) 정도로 독특하고 개성 있는 작품들을 샀다"고 했다. 김씨는 조만간 자신이 그린 그림과 사들인 작품을 모두 벽에 걸어놓을 예정이다.

지난해 9월 서울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어포더블 아트페어에서 젊은 관람객들이 그림을 보고 있다. 이 페어는 투자가 아닌 향유를 목적으로 하는 젊은 관람객을 주 대상으로 한다. /어포더블 아트페어 제공
지난해 9월 서울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어포더블 아트페어에서 젊은 관람객들이 그림을 보고 있다. 이 페어는 투자가 아닌 향유를 목적으로 하는 젊은 관람객을 주 대상으로 한다. /어포더블 아트페어 제공

그림으로 생일 선물을 대신하는 사람도 있다. 최하나(31)씨는 친구 생일마다 선물을 사러 화장품 가게를 기웃거리다 생각을 바꿨다. 적은 돈으로도 살 수 있는 판화나 수채화 등을 주로 찾는다. 최씨는 "한 번 쓰면 없어지는 화장품을 선물하느니 같은 값이면 오래 즐기는 특별한 선물을 주고 싶어 그림을 생각했다"고 했다.

싼값에 그림 살 수 있는 아트페어

수수료가 있는 갤러리를 통하지 않고 손쉽게 그림을 살 수 있는 곳도 늘어났다. 여러 화랑 작품을 한곳에 모아 선보이는 아트페어 중에는 10만원부터 살 수 있는 그림을 내놓는 곳도 많다. 매년 여름 옛 서울역사인 문화역 284에서 열리는 아시아프(ASY AAF)에선 대학생과 청년 작가의 작품을 10만원부터 300만원 정도에 살 수 있다. 소품만이 아니라 대형 작품도 살 수 있다. 지난 9월에 열린 어포더블 아트페어는 50만원, 12월에 열린 홍대 스푼아트페어는 10만원을 작품 가격의 시작점으로 정해놓았다.

우리원 미술품거래사는 "20만~30만원대의 그림을 사는 30대가 많이 늘었다"고 했다. 홍대 스푼아트페어를 주최한 황달성 금산갤러리 대표는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선 꽃 대신 판화나 사진을 선물하는 것이 트렌드"라며 "요즘 미술시장은 투자 목적보다는 순수하게 그림을 좋아하는 30~40대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