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광주비엔날레, 벌써부터 존재감…린드 총감독 "주제 함께 정하자"

입력 : 2015.12.04 09:44
광주비엔날레가 좀 달라졌다. 2년마다 한번, 짝수해에 열리는 '2016 광주비엔날레'는 9개월이 남았다. 하지만 정확히 274일 전부터 광주와 서울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마리아 린드(49) 예술총감독의 행보가 눈에 띈다. 2일 조선대에서 '예술의 중심에서'를 주제로 특강을 한 데 이어 3일 서울로 와 오후 2시 홍익대 홍문관 가람홀에서 포럼을 열었다. 제 11회 광주비엔날레 주제선정을 위한 '오픈 포럼'이다.

이전과는 다른 모양새다. 예술감독을 선정하고, 이후 바로 주제 발표를 해온 것과 달리 포럼을 통해 '주제를 선정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마리아 린드 예술감독은 "'예술은 무엇을 하는가'라는 화두를 놓고 비엔날레 주제를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술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삶을 가장 아름답게 이해하고 표현하는 것"이라며 "2016 광주비엔날레는 정치, 사회, 경제, 과학기술 등 예술을 둘러싼 모든 요소를 스펀지처럼 흡수했다가 꽉 짜내면 전혀 다른 형태의 작품으로 표현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오픈 포럼과 관련, "광주비엔날레가 집단지성의 지혜를 모아 위상을 한 단계 높이고자 마련된 자리"라며 "인문학적 오픈포럼에서 자유롭게 나온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포럼에는 김우창 문학평론가가 '예술과 화평의 이상', 고은 시인이 '예술이 가는 길'을 발제한다. 2부 토론에서는 미술평론가 김영호 중앙대 교수를 좌장으로 린드 총감독, 고은 시인, 김우창 평론가, 사회학자 송호근 교수, 베르너 사세 한양대 석좌교수, 이기중 전남대 교수, 에나 요르트 구투 작가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린드 총감독은 오픈포럼에서 '예술은 무엇을 하는가'라는 주제로 기조발제를 할 예정이다. 총감독에 선임된 후 지역과의 연계성과 예술의 의미에 대해 리서치를 하게 된 건 박양우(57) 광주비엔날레 대표 때문이다.

박양우 대표는 "광주비엔날레 주제는 광주비엔날레의 주제만이 아니라 사회전반의 주제"라며 총감독에게 리서치를 하고 대외에서 논의하고 주제를 설정하자"고 건의했다.

아랍계 이민자 등 주민 참여형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예술이 시민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 탐구해온 린드 총감독은 박 대표의 제의를 수락했다.

"아, 물론 처음에는 부담스러웠겠지요. 하지만 리서치를 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주최측만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하는게 아니라 시민과 작가 미술계, 문화계가 함께 가자는 것이에요."

박양우 대표는 "내년 3월부터 현대미술과 거리를 줄이기 위해 강연프로그램과 영화, 주말학교 등을 잇따라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엔날레를 추진하는 과정까지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광주비엔날레 오프닝 때만 '짠~'하고 개막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을 중심에 놓고 예술에 대한 신뢰 회복, 미래에 대한 상상력, 매개체로서의 예술 등을 키워드로 정치사회, 경제, 과학기술 등에 예술이 하는 역할을 살펴볼 계획이다.

린드 총감독은 "정치 검열을 다루다 보면 지치지 않는가. 급진성, 절박함, 생존 이런 문제를 다루다 보면 궁지로 몰린다"며 "예술을 통해 다시한번 생동감을 갖게 하는 게 큰 목표"라고 말했다. "예술을 위한 예술을 하겠다는 것과는 반대 개념이다. 예술을 잘해서 공동체적 의미, 사회적인 의미를 찾아보게 하겠다는 것이다. 큐레이팅의 어원부터가 라틴어로 '보살피다'는 뜻이잖나."

"작가와 지역기업들과 광주비엔날레 리서치를 하면서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는 린드 총감독은 '2016 광주비엔날레에는 여성작가들과 국내 작가들이 이전보다는 많이 참여할 것이라고 살짝 공개했다. 여성과 남성, 선을 긋기보다는 여성작가들이 가져오는 비평적이면서 긍정적인 힘을 비엔날레 방향성에 녹이겠다는 의지다.

린드 총감독은 2013년 광주비엔날레 국제큐레이터 지도교수로 선임되면서 인연이 닿았다.

박양우 대표는 "광주비엔날레는 세계미술계에서 서울보다는 광주(비엔날레)를 인식하고 있다"면서 "세계적 권위의 인터넷 미술 매체 아트넷이 선정한 세계 7대 비엔날레 중 베니스, 카셀도큐에 이어 톱3위에 올라있다"며 자부심을 보였다.

한편, 창설 20주년을 맞은 광주비엔날레는 펀드레이징 등 공적인 예산 15억원이 늘어 2년간 100억원으로 운영된다. 이 가운데 전시예산은 40억원이다. 2016광주비엔날레는 9월2일 개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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