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땅에 놓인 베를린 장벽, 統一의 길을 묻다

입력 : 2015.10.13 03:00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독일에서 한국의 통일을 보다'展]

장벽 실물, 박물관 마당에 옮겨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관장 김왕식) 앞에는 베를린 장벽이 서 있다. 1989년 철거된 높이 3.6m, 두께 0.4m의 장벽 실물이다. 철거 이후 베를린 동쪽 광장에서 전시하다가 2005년 서울 청계천변으로 이전 설치했다. 13일부터 두 달간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리는 특별전 '자유와 평화, 그리고 통일: 독일에서 한국의 통일을 보다'를 앞두고 광화문 광장 옆 박물관 마당으로 잠시 자리를 옮겼다.

특별전‘자유와 평화, 그리고 통일: 독일에서 한국의 통일을 보다’를 위해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정문 앞에 설치된 베를린 장벽의 실물.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제공
특별전‘자유와 평화, 그리고 통일: 독일에서 한국의 통일을 보다’를 위해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정문 앞에 설치된 베를린 장벽의 실물.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제공
분단 당시 서베를린 쪽에 있던 장벽에는 자유와 평화를 희원(希願)하는 낙서가 자유롭게 적혀 있다. 반면 반대쪽 장벽은 공산주의 체제를 상징하듯 낙서 하나 없이 깨끗하다. 전시 기획을 맡은 주익종 학예연구사는 "동독 정부는 주민 탈출을 막기 위해 자동 사격이 가능한 무인(無人) 소총을 장벽에 설치했다"면서 "하지만 서독 정부는 동독과의 끈질긴 협상을 통해서 자동 사격 장치 제거를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올해 광복 70주년과 독일 통일 25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특별전은 동서독 분단·통일 과정에서 쏟아진 포스터와 사진, 편지 등 전시물을 통해 한반도 통일의 힌트를 얻고자 하는 기획이다. 베를린 장벽 설치 직후 철조망을 뛰어넘어 서베를린으로 건너온 동독 경계병의 사진, 서독으로 탈출을 시도하다가 붙잡힌 동독 청년이 성탄절과 연말을 맞아 가족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자연스럽게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심경이 된다.

이번 기획전은 독일과 남북한의 현대사를 시기·주제별로 교차시키면서 보여주는 방식을 택했다. 동서독 분단 과정 이후에 1950년 6·25전쟁을 전시하고, 케네디 대통령의 베를린 연설과 이승만 전 대통령의 한미상호방위조약 가조인(假調印) 직후 연설을 맞물리는 방식이다. 동서독과 남북한의 결정적 차이가 있다면 독일 통일은 '과거형'인 반면, 한반도는 아직 '미래형'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전시회도 '한국의 통일 방정식은?'이라는 질문으로 끝난다. 이번 전시회는 동독사회주의통일당 독재청산재단이 공동 주최하고, 동독박물관이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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