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보성 작가, 한글 회화와 퓨전주의로 현대 미술사를 개척하다

입력 : 2015.10.06 10:39

금보성 작가는 현대 미술사에서 가장 한국적인 소재인 한글로 가장 세계적인 감각을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려 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오롯이 한글을 현대회화로 발전시켜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 한국 현대 미술사의 경이로운 기록이라고도 불린다.

금 작가는 한글에 대해 "하늘과 땅, 사람 등 자연의 원리와 사람의 이치가 담겨있다. 마치 숨겨진 비서나 비기, 또한 종교 같은 존재다"고 표현했다. 한글의 가치와 한국의 정신을 담아낸 그의 작품들은 독창적이고 자극적인 것이 특징이다. 특히 무질서한듯하지만 그 속에는 자로 잰 듯 한 규칙과 질서가 숨어있어 놀라움을 더한다.

사진=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금보성 작가, 자화상, 한글 이름 건물, 방파제
사진=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금보성 작가, 자화상, 한글 이름 건물, 방파제

금 작가는 한글을 통해 한국인의 미래 성장 동력인 '문화 DNA'를 깨우고자 한다. 예술에 있어 한국적인 것이란 풍경이 아닌 정신을 의미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캔버스와 물감 이외에도 돌, 쇠, 종이, 스티로폼, 천, 비닐, 시멘트, 곰팡이 균 등 다양한 재료들을 활용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실험 정신이 새로운 작품영역을 개척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또한, 금보성 작가는 예술 영역뿐 아니라 사회 모든 분야의 산업·상업이 예술과 접목되어 성장하는 흐름 속에서 퓨전주의적 사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퓨전이란 두 가지 이상의 요소가 만나 새로운 조화를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고유의 영역을 파괴하는 것이 아닌 상생의 새로운 변화·생명의 회복 됨을 의미하는 퓨전은, 본래의 가치와 기능 이외에도 또 다른 고유의 것과 만나는 공간이자 새로운 영역이다. 문자와 색채를 이용한 작업을 '퓨전주의'로 명명한 그의 실험적인 작품은, 현대적 작품이 요구하는 요소들을 충족시키고 있다.

'자화상'은 한글 문자와 얼굴 이미지의 본질을 유지한 퓨전주의 작품 중 하나이다. 금 작가는 기존 미술사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법과 철학적 이론을 접목해 또 다른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을 받아 왔다. 앞으로도 그가 만들어갈 미술사에 대해 사람들의 기대가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 작가는 2015년 올해 청주 국제비엔날레와 청주 국제아트페어에서 방파제 풍선을 출품하기도 했다. 어릴 시절 태풍으로부터 마을을 지켜주는 방파제를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작품을 육중하고 무겁지 않으면서도 생동감 있는 컬러로 표현하는 등 고정관념을 바꾸어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방파제는 마치 개인의 건강과 안부를 묻는 행복의 아이콘인 셈이다.

금 작가는 30년의 시간 동안 한글그림 작업에 몰두하며 총 44회의 개인전을 치렀다. 2013년 故 김흥수 화백의 미술관을 인수해 개관한 금보성 아트센터를 통해서, 현재까지도 끊임없는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금보성 아트센터는 창작자들의 영혼의 쉼터가 되고자 하는 바람과 함께, 지난 2년간 약 600여 명의 작가의 초대전을 개최하여 이목을 끈다.

이렇듯 금 작가는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창의성과 실험 정신을 최대한 발휘, 작품 속에 자신만의 정신과 철학을 담았다. 그는 "북한에서 한글작품을 전시하고 싶다"는 바람을 담아 또다시 작품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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