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 화이민 '클라우드게이트' 무용단, 12년만에 내한…쌀 소재 '라이스'

입력 : 2015.08.12 10:54
대만 출신의 세계적인 안무가 린 화이민(68)이 클라우드 게이트 무용단을 이끌고 12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는다.

1973년 중국어권 최초의 현대무용단인 클라우드 게이트를 창단한 린 화이민은 이후 동양의 전통과 문화를 바탕으로 한 철학·미학적인 움직임들을 녹여낸 작품들을 통해 아시아뿐 아니라 서양 관객들에게 인정 받았다.

어릴 때부터 글쓰기에 소질을 보인 린 화이민은 1969년 저널리즘을 공부하기 위해 장학금을 받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아이오와 주립대학에서 작가 워크숍으로 학위를 받은 그는 재학 시절 동안 연극이나 미술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면서 현대 무용 코스를 수강하기도 했다.

이후 무용에 대한 열정이 커지면서 뉴욕에 있는 마사 그레이엄 현대 무용센터에 등록, 현대 무용을 익혔다. 이를 바탕으로 고국에 돌아가 클라우드 게이트 무용단을 창단한 그는 대만에서 중국 경극의 움직임을 익혔을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는 한국 무용의 역사로 통하는 김천흥 옹과 한영숙 선생으로부터 궁중무용과 승무 등을 배우기도 했다. 일본에서 부토 등의 일본 춤도 익혔다.

동서양을 아우르는 열린 행보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안무작들로 1999년 피나 바우쉬, 지리 킬리안, 머스 커닝햄, 윌리엄 포사이드 등 세계 거장들과 함께 '댄스 유럽'이 선정한 '20세기의 위대한 안무가'로 뽑히기도 했다.

미국 뉴욕 타임스 선정 '2003년 최고의 무용 작품', 2006년 독일의 최고 권위의 평론지 '발레 탄츠·테아터 호이테' 선정 '최고의 안무상', 2013년 아메리칸 댄스 페스티벌 '평생 공로상' 등을 받았다.

지난 2003년 서예의 행서체와 초서체를 무용수의 동작으로 표현한 작품 '행초'로 첫 내한했다. 이번 무대에서 최근작 '라이스(Rice)'를 통해 깊어진 예술 세계를 펼쳐보인다.

지난 2013년 무용단 창단 40주년을 기념해 만든 대작이다. 아시아인들에게 단순한 양식을 넘어 문화이자 삶을 의미하기도 하는 '쌀'을 소재로 삼았다. 이를 통해 인간과 자연, 생명과 소멸, 그리고 부활의 테마를 그린다.

린 화이민은 작품 제작을 위해 대만의 유명한 쌀 생산지인 남동부의 츠상(池上) 지역으로 찾아가 무용수들과 함께 직접 농사에 참여했다.

그곳의 청정한 자연 환경으로부터 받은 영감들을 이 작품 안에 담아냈다.

공연주최사인 LG아트센터는 "산과 들, 흙과 물, 그리고 바람을 무대로 옮겨온 '라이스'는 자연의 순환, 시간의 흐름, 그리고 그와 어우러진 우리의 삶을 느리면서도 힘이 있고, 빠르고도 진중한 움직임들을 통해 조화롭게 풀어낸다"고 소개했다.

부드러운 진흙에 잔잔하게 고인 물의 떨림, 바람에 굽이치는 푸른 벼의 물결, 마치 불타오를 듯 황금빛으로 알차게 익어가는 알곡들….

마치 수십 폭의 그림을 걸어놓은 듯 광활한 자연 풍광을 배경으로 24명에 달하는 무용수들이 빚어내는 역동적인 앙상블이 압도적인 장관을 만들어낸다.

대만 국립 극장을 비롯해 런던의 새들러스 웰스, 싱가포르의 에스플라네이드 등 세계적인 극장들이 제작에 참여했다. 서울 공연을 전후로 파리의 떼아트르 드 라 빌, 뉴욕의 BAM, 모스크바의 체홉 페스티벌 등에서 공연한다.

9월11일 오후 8시·12일 오후 3시. 러닝타임 70분(휴식 없음). 3만~7만원. LG아트센터. 02-200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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