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페스티벌 경호업체의 '무지'

입력 : 2015.07.31 09:50
지난 주말 '안산M밸리록페스티벌' 현장 곳곳에서 끓어오르던 불만은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장기하로 인해 폭발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모터헤드의 공연을 보던 중 안전관리업체 '강한친구들'에게 욕설을 듣고 끌려 나갔다고 했다. 팬들이 장기하를 헹가래를 해준 게 빌미가 됐다. 장기하의 공식적인 사과 요구에 '강한 친구들' 측이 "뮤지션 장기하씨가 겪으신 불미스러운 상황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사과문을 보내 상황이 더 악화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피해자가 '뮤지션 장기하'가 아니라 평범한 '직장인 장 모씨'였다면 신속한 사과는 커녕 유야뮤야돼 버리지 않았을까.

'강한 친구들'은 아이돌 그룹 팬들이나 공연장을 자주 찾는 매니아들 사이에선 이미 악명을 떨치고 있었다고한다. 공연의 주인공은 아티스트이기도 하고 공연장을 찾는 수많은 관객이기도 하다. 아티스트는 그 팬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스스로를 연마하고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 이벤트를 준비한다. 그렇게 마련된 축제를 누려야할 고객들이 경호업체의 폭언, 물리적 제압으로 눈살을 찌푸리고 기분을 망치는 일을 왕왕 겪고 있다는 것이다.

장기하의 트윗에 '나도 당했다'는 답글이 주렁주렁 달렸다. 록 페스티벌 현장에서 '강한 친구들'에게 맞아 수술까지 받게 됐다고 주장하는 피해자까지 등장하자 '강한 친구들'은 뒤늦게 30일에야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뮤지션 장기하씨'가 아닌 '관객 여러분' 전체에게 보내는 내용이다. 이들은 "모든 관객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강한친구들'은 본 사태의 해결을 위해 피해 입은 분을 직접 찾아뵙고 정중한 사과와 함께 회복을 위한 모든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하겠다"고 밝혔다. 미연의 사고를 예방하는 임무를 띤 경호요원들의 눈에는 록페스티벌의 슬램이나 스캥킹 등이 위험천만한 난장으로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축제는 원래 무질서의 해방감과 난장의 어우러짐을 즐기는 한바탕 놀이마당이다. '강한친구들' 측은 사과문 말미에 "재발 방지를 위해 전 소속 직원의 안전 관리 교육 강화에 힘쓰겠다"고 덧붙였지만 이보다는 페스티벌 문화와 성격에 대한 사전교육이 더 필요해 보인다.

경호요원들 눈치를 봐야한다면 축제가 흥이 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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