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서울시향 갈등 '씁쓸한 뒤끝'

입력 : 2015.07.01 13:34
평소 경찰서 문턱도 넘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출국금지가 되고 자택은 압수수색 당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 사무국 직원은 이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수면제를 다량 복용, 자살을 시도했다.

음악평론가 노먼 레브레히트가 최근 자신의 웹사이트에 글을 남겨 알려진 내용이다.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는 지난해 말 사퇴하면서 막말·성희롱 등을 문제 삼아 자신의 퇴진을 요구한 호소문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이 당사자가 맞는지 확인해달라는 '진정서'를 경찰에 냈다.

이로 인해 압수수색과 출국금지가 이뤄졌다. 경찰은 여전히 사무국 직원을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진정서는 문제 해결을 위해 관공서나 공공기관에 실정이나 사정을 기재해 제출하는 문서다. 그런데 논란을 일으켜 퇴진한 사람이 그 논란을 폭로한 사람을 확인하겠다며 낸 진정이 자살시도란 극단적 상황으로 이어졌다.

경찰이 접수된 진정을 함부로 무시할 순 없겠지만 박 전 대표의 퇴진으로 사실상 매듭 지어진 사건을 몰아붙이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시향 직원들은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문을 냈는데 어느새 가해자로 돌변한 꼴이 됐다.

박 전 대표는 전문경영인 출신으로 서울시향 사무국의 일처리가 답답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또 직원들이 호소문을 낸 배경이 뭔지 궁금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궁금증을 해소하자고 자신이 대표를 지낸 조직을 다시 소용돌이로 몰아넣는 건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지루하게 이어졌던 서울시향 갈등은 '경영 효율성'을 추구하는 대표와 '예술성'만 바라보는 시향의 느슨한 분위기가 충돌한 것이었다. 그것이 호소문의 배경이라면 배경일 지 모른다.

1일 자로 서울시향은 최흥식 전 하나금융지주 사장을 새 대표로 맞이했다. 조직이 새출발하는 마당에 하마터면 비극적 사건이 벌어질 뻔 했다.

서울시향 갈등의 뒤끝이 영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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