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둘, 셋 '얼굴 춤'을 추세요!"… 무대에 펼쳐질 '단군神話'

입력 : 2015.05.21 03:00   |   수정 : 2015.05.21 09:15

[창작 춤극 '神市―태양의 축제' 연습장 미리 가보니]

총괄 안무 맡은 국수호 감독 따라 웅족·호족 치열한 전투 등 선보여

"하나, 둘, 셋, 넷, 잡고, 안아! 위를 봐! 실제 무대선 천 길이가 천장에서부터 9m야."

지난 주말 세종문화회관 연습실. 나이 든 안무가가 서울시무용단 단원들의 춤 연습을 지도하고 있었다. 그의 몸짓이 젊은 무용수 못지않게 유려하고 우아했다. "'얼굴 춤'을 추세요"라고 외치기도 했다. 무슨 얘긴지 나중에 물어보니 "춤을 출 때 얼굴 표정도 몸짓에 맞춰 연기를 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창작 무용의 거장이라 불리는 국수호(67) 디딤무용단 예술감독이다. 그가 총괄 안무를 맡은 이 작품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한국 상고사(上古史)를 춤으로 표현하는 '신시(神市)―태양의 축제'. 실로 오랜만에 보는 대형 역사 춤극(劇)이다. 유희성이 연출을 맡았고, 신동엽·박수정 등의 무용수가 출연한다. 국수호는 "제 역사 춤극의 완결판이 될 겁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지난 주말 세종문화회관 연습실에서 서울시무용단 단원들이 안무자 국수호(오른쪽 줄무늬 옷 입은 이)의 지도를 받으며 창작 춤극‘신시—태양의 축제’를 연습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지난 주말 세종문화회관 연습실에서 서울시무용단 단원들이 안무자 국수호(오른쪽 줄무늬 옷 입은 이)의 지도를 받으며 창작 춤극‘신시—태양의 축제’를 연습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1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국수호 전 국립무용단장(줄무늬 옷)이 광복 70주년 기념 무용작품인 '신시(神市)-태양의 축제' 연습현장을 지휘하고 있다. /5월 21~2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성형주 기자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이수자인 국수호는 서울예대·중앙대 교수와 국립무용단장을 지냈으며, 88 서울올림픽과 2002 월드컵 개막식의 총괄 안무를 맡았다. '고구려' '그 새벽의 땅'(백제), '천마총의 비밀'(신라), '가야' 같은 역사 춤극을 만들며 삼국시대 춤을 무대에서 재현했다. 이번 '신시'는 고조선 건국 전의 단군신화 이야기다. 환웅(桓雄)이 하늘에서 내려온 뒤 웅족(熊族)과 호족(虎族)이 치열한 전투를 벌인다. 잠깐, 아까 '완결판'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렇다. 이제 더 이상 과거로 올라갈 곳이 없는 셈이다.

국수호의 손을 거쳐 나오는 고대의 춤들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대치동에 있는 그의 사무실은 미술사학자의 방으로 착각할 만큼 온갖 도록과 자료들로 가득하다. "고구려 벽화나 석굴암을 연구하지 않고 어떻게 옛 춤을 만들 수 있겠습니까?" 이번 작품 무용수들의 동작에서도 사천왕상의 힘찬 몸짓과 십일면관음보살상의 가녀린 손짓이 눈에 띄었다. 발레나 현대 무용 같은 동작도 보였다. "시원적(始原的)인 것과 현대적인 것의 공존을 시도했습니다."

앞뒤 폭 40m에 이르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광활한 무대에서 펼치는 이번 공연은 배경이 오래된 만큼이나 통도 크다. 무용수는 50여명, 대형 태양신과 조상신 등 5개의 거석상(巨石像)이 웅장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태양신은 그가 고조선과 일치하는 문명이라 믿는 홍산(紅山) 문화의 흑피옥(黑皮玉·검게 칠한 옥돌 조각상) 유물에서 따 왔다. "무용이 얼마나 역동적인 장르인지 아시게 될 겁니다."

▷21~2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공연 시간 75분, (02)399-1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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