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5.18 09:38

이자람 '이방인의 노래' 연출 맡아
올해 초 동아연극상 신인연출상을 수상한 연극 연출가 박지혜(30)는 판소리에 대해 "마법 같은 장르"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대학로에서 만나 "시공간을 자유롭게 쓰니 스펙터클함이 있어요. 특히 판소리 소리 자체가 놀랍죠"라며 즐거워했다.
"소리꾼이 노래를 하는 순간 매직이 생기거든요. 소리가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내는 소리로 모든 것을 창조할 수 있죠. 무엇이든 표현할 수 있는 거예요. 우주적이라고 할까요(웃음)."
판소리 예찬론을 펼치는 박 연출은 '사천가' '억척가'로 매진 사례를 기록한 스타 소리꾼 이자람(36)이 4년만에 내놓는 신작 '판소리단편선2-이방인의 노래'를 연출한다.
지난해 두산아트센터의 '두산아트랩'을 통해 발표한 주요섭의 단편소설 '추물'과 '살인'을 엮어만든 '판소리단편선1 추물/살인'에 이은 이자람과 두 번째 작업이다. "이자람 씨와 연애하는 마음으로 만나고 있어요. 처음에는 궁금하고 설레다가 만나면서 가끔 싸우기도 했는데, 이제는 좀 더 그녀에 대해 알아가고 좀 더 발견해나가고 있죠. 은밀한 지점을 파고드는 것이 많아졌어요. 이제 본격적으로 연애를 시작한 거죠. 본래 인사만 하는 사이였는데 '추물/살인' 연출을 먼저 제안해주셔서 인연을 맺게 됐어요. 신기했던 것이 제가 원래 주요섭을 좋아했어요. 덕분에 재미있게 작업을 했죠."
지난해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실험상태로 선보인 '판소리단편선2-이방인의 노래'는 이자람이 작·작창을 맡았다. 남미문학의 거장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작품이 바탕이다. '사천가' '억척가'에 이어 '이자람표 브레히트 판소리'의 명맥을 이을 것이라는 기대와 다르게 마르케스의 잘 알려지지 않은 단편 '본 보이지, 미스터 프레지던트(Bon Voyage, Mr.President!)'가 바탕이다.
스위스 제네바에 살고 있는 '라사라'와 '오메로' 부부는 병원 앰뷸런스 기사일이며 허드렛일로 근근히 살아가는 외국인 노동자다. 어느날 이들 앞에 고국의 전직 대통령이 나타난다. 속을 알 수 없는 이 노인은 큰 병을 고치기 위해 이 먼 제네바까지 찾아왔다. 라사라와 오메로는 많은 혼란과 어려움을 겪게 되지만 숱한 오해 끝에 '사람'으로서의 대통령을 만나게 된다.
"라사라는 백인과 흑인의 혼열인데 카리브해의 식민지였던 국가 출신이죠. 근데 나라가 정말 가난해요. 그러니 제네바까지 와서 노동자로 가난하게 살죠. 전직 대통령 때문에 가난하게 산다고 생각하고 그를 미워하는데 그 대통령이 바로 눈앞에 나타난 거죠."
라사라는 병들어 있는 그의 장례식을 통해 돈을 벌려고 하나 전직 대통령은 생각보다 훨씬 가난했다. "결국 대통령을 살리려고 하죠. 수술비를 마련하고. 그가 미웠던 아빠와 같기도 하고. 대통령을 살리는 일이 결국 역사와 과거의 아픔과 화해하는 게 되는 거예요."
연출과 함께 드라마터그(극작술 연구를 뜻하는 것으로 주로 다른 장르를 희곡으로 옮기는 사람을 가리킨다)도 맡은 박 연출은 "이자람이라는 작가가 소설을 자기 관점으로 쓴 것을 가슴 속에 넣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자 했다"고 전했다. "연출로서는 소리꾼이 자유롭게 관객과 만날 수 있도록 제반 상황을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이자람이 자신에게 판소리 극 연출을 제안하기 전까지 보통 사람만큼만 정통 음악에 관심이 있었다는 그는 "연극과 판소리가 비슷한 지점이 있다"고 했다. "판소리는 소리꾼의 예술, 연극은 배우의 예술인데 둘 다 배우가 무대에 어떻게 존재하고 어떻게 자유롭게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가 중요해요."
박지혜와 이자람은 연극과 판소리 작업을 하는데 문학을 기반으로 삼는다는 공통점도 있다. "처음에는 우연히 소설을 가지고 공연을 만들었는데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특히 희곡은 대사가 있어야 하는데, 소설은 서술하고 표현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소설을 희곡으로 옮기다보면 새로운 문법이 발생해요. 대사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죠. 자유롭고, 실험을 해볼 수 잇는 여지가 많은 거예요."
박지혜는 최근 가장 주목받는 극단인 양손프로젝트에 소속됐다. 그녀와 손상규·양조아·양종욱 세 배우가 주축인 공동창작집단이다. 박지혜는 '추물/살인'을 비롯해 양손프로젝트의 '죽음과 소녀'로 동아연극상을 거머쥐었다. 이 극단의 최근작으로 유진오 단편소설을 각색한 '여직공'은 매진을 기록했다.
"점점 기대가 커지니 처음에는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어요. 그런데 사실 저는 저를 위해서 공연을 해요. 지금은 그 마음이 흔들리면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누군가에게 보이고자 하는 마음을 품기 시작하면 재미가 없어지거든요."
하지만 정작 박지혜는 연극연출가가 될 생각이 없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입학하기 전, 서울교대에서 국어교육을 전공하고 졸업까지 했다. 연극원에 들어간 이유도 '문학'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당장은 희곡으로 옮길 소설이 많아 창작 희곡으로 작업할 계획을 아직 세우지 않은 그녀다.
"문학을 비롯해 미술, 영화 등 다른 예술 장르에는 관심이 많았는데 연극에는 흥미가 없었죠. 그런데 2006년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그 때 베를린 비엔날레 기사를 봤는데 한 공간에서 무용, 연극을 하고 한 무대에서 시공간을 다루는 것을 보고 연극에 대한 꿈을 품기 시작했죠."
'판소리단편선2-이방인의 노래' 역시 시공간을 자유롭게 다루는 신선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통영 실험 공연 때보다 관객을 더 적극적으로 초대해요. 관객이 소리꾼과 만났을 때 생길 수 있는 새로운 지점이 있을 겁니다. 그것이 가장 기대돼요."
'판소리단편선2-이방인의 노래'는 한국 관객뿐 아니라 해외 관객도 벌써부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서울 초연 발표와 동시에 '2015 일본 키지무나페스타'에 초청됐다. 프랑스 초청에 관한 건도 논의 중이다. 21~31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러닝타임 80분(인터미션 없음). 3만3000~4만4000원. 판소리만들기-자. 02-2677-5113
올해 초 동아연극상 신인연출상을 수상한 연극 연출가 박지혜(30)는 판소리에 대해 "마법 같은 장르"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대학로에서 만나 "시공간을 자유롭게 쓰니 스펙터클함이 있어요. 특히 판소리 소리 자체가 놀랍죠"라며 즐거워했다.
"소리꾼이 노래를 하는 순간 매직이 생기거든요. 소리가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내는 소리로 모든 것을 창조할 수 있죠. 무엇이든 표현할 수 있는 거예요. 우주적이라고 할까요(웃음)."
판소리 예찬론을 펼치는 박 연출은 '사천가' '억척가'로 매진 사례를 기록한 스타 소리꾼 이자람(36)이 4년만에 내놓는 신작 '판소리단편선2-이방인의 노래'를 연출한다.
지난해 두산아트센터의 '두산아트랩'을 통해 발표한 주요섭의 단편소설 '추물'과 '살인'을 엮어만든 '판소리단편선1 추물/살인'에 이은 이자람과 두 번째 작업이다. "이자람 씨와 연애하는 마음으로 만나고 있어요. 처음에는 궁금하고 설레다가 만나면서 가끔 싸우기도 했는데, 이제는 좀 더 그녀에 대해 알아가고 좀 더 발견해나가고 있죠. 은밀한 지점을 파고드는 것이 많아졌어요. 이제 본격적으로 연애를 시작한 거죠. 본래 인사만 하는 사이였는데 '추물/살인' 연출을 먼저 제안해주셔서 인연을 맺게 됐어요. 신기했던 것이 제가 원래 주요섭을 좋아했어요. 덕분에 재미있게 작업을 했죠."
지난해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실험상태로 선보인 '판소리단편선2-이방인의 노래'는 이자람이 작·작창을 맡았다. 남미문학의 거장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작품이 바탕이다. '사천가' '억척가'에 이어 '이자람표 브레히트 판소리'의 명맥을 이을 것이라는 기대와 다르게 마르케스의 잘 알려지지 않은 단편 '본 보이지, 미스터 프레지던트(Bon Voyage, Mr.President!)'가 바탕이다.
스위스 제네바에 살고 있는 '라사라'와 '오메로' 부부는 병원 앰뷸런스 기사일이며 허드렛일로 근근히 살아가는 외국인 노동자다. 어느날 이들 앞에 고국의 전직 대통령이 나타난다. 속을 알 수 없는 이 노인은 큰 병을 고치기 위해 이 먼 제네바까지 찾아왔다. 라사라와 오메로는 많은 혼란과 어려움을 겪게 되지만 숱한 오해 끝에 '사람'으로서의 대통령을 만나게 된다.
"라사라는 백인과 흑인의 혼열인데 카리브해의 식민지였던 국가 출신이죠. 근데 나라가 정말 가난해요. 그러니 제네바까지 와서 노동자로 가난하게 살죠. 전직 대통령 때문에 가난하게 산다고 생각하고 그를 미워하는데 그 대통령이 바로 눈앞에 나타난 거죠."
라사라는 병들어 있는 그의 장례식을 통해 돈을 벌려고 하나 전직 대통령은 생각보다 훨씬 가난했다. "결국 대통령을 살리려고 하죠. 수술비를 마련하고. 그가 미웠던 아빠와 같기도 하고. 대통령을 살리는 일이 결국 역사와 과거의 아픔과 화해하는 게 되는 거예요."
연출과 함께 드라마터그(극작술 연구를 뜻하는 것으로 주로 다른 장르를 희곡으로 옮기는 사람을 가리킨다)도 맡은 박 연출은 "이자람이라는 작가가 소설을 자기 관점으로 쓴 것을 가슴 속에 넣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자 했다"고 전했다. "연출로서는 소리꾼이 자유롭게 관객과 만날 수 있도록 제반 상황을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이자람이 자신에게 판소리 극 연출을 제안하기 전까지 보통 사람만큼만 정통 음악에 관심이 있었다는 그는 "연극과 판소리가 비슷한 지점이 있다"고 했다. "판소리는 소리꾼의 예술, 연극은 배우의 예술인데 둘 다 배우가 무대에 어떻게 존재하고 어떻게 자유롭게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가 중요해요."
박지혜와 이자람은 연극과 판소리 작업을 하는데 문학을 기반으로 삼는다는 공통점도 있다. "처음에는 우연히 소설을 가지고 공연을 만들었는데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특히 희곡은 대사가 있어야 하는데, 소설은 서술하고 표현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소설을 희곡으로 옮기다보면 새로운 문법이 발생해요. 대사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죠. 자유롭고, 실험을 해볼 수 잇는 여지가 많은 거예요."
박지혜는 최근 가장 주목받는 극단인 양손프로젝트에 소속됐다. 그녀와 손상규·양조아·양종욱 세 배우가 주축인 공동창작집단이다. 박지혜는 '추물/살인'을 비롯해 양손프로젝트의 '죽음과 소녀'로 동아연극상을 거머쥐었다. 이 극단의 최근작으로 유진오 단편소설을 각색한 '여직공'은 매진을 기록했다.
"점점 기대가 커지니 처음에는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어요. 그런데 사실 저는 저를 위해서 공연을 해요. 지금은 그 마음이 흔들리면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누군가에게 보이고자 하는 마음을 품기 시작하면 재미가 없어지거든요."
하지만 정작 박지혜는 연극연출가가 될 생각이 없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입학하기 전, 서울교대에서 국어교육을 전공하고 졸업까지 했다. 연극원에 들어간 이유도 '문학'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당장은 희곡으로 옮길 소설이 많아 창작 희곡으로 작업할 계획을 아직 세우지 않은 그녀다.
"문학을 비롯해 미술, 영화 등 다른 예술 장르에는 관심이 많았는데 연극에는 흥미가 없었죠. 그런데 2006년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그 때 베를린 비엔날레 기사를 봤는데 한 공간에서 무용, 연극을 하고 한 무대에서 시공간을 다루는 것을 보고 연극에 대한 꿈을 품기 시작했죠."
'판소리단편선2-이방인의 노래' 역시 시공간을 자유롭게 다루는 신선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통영 실험 공연 때보다 관객을 더 적극적으로 초대해요. 관객이 소리꾼과 만났을 때 생길 수 있는 새로운 지점이 있을 겁니다. 그것이 가장 기대돼요."
'판소리단편선2-이방인의 노래'는 한국 관객뿐 아니라 해외 관객도 벌써부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서울 초연 발표와 동시에 '2015 일본 키지무나페스타'에 초청됐다. 프랑스 초청에 관한 건도 논의 중이다. 21~31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러닝타임 80분(인터미션 없음). 3만3000~4만4000원. 판소리만들기-자. 02-2677-5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