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그림과 도시] 늘 가고싶은 곳… 鄕愁를 부르는 '물의 도시' 베네치아

입력 : 2015.05.08 14:39
존 싱어 사전트의 자화상.
9일부터 베네치아 비엔날레가 열린다는 소식에 베네치아에 첫발을 내디뎠던 20여년 전의 기억이 불현듯 떠오른다.

풋내기 배낭여행객이었던 나는 밤기차를 타고 막 새벽 동이 튼 베네치아 산타루치아 역에 내렸다. 기차에서 만난 여행자들과 함께 산 마르코 광장행 수상 버스를 탔다. 잠을 이루지 못해 뻑뻑해진 눈으로 운하의 잔물결이 찰랑대며 반사하는 빛이 들어왔다. 푸른 물안개 속에 감추어졌던, 물에 반쯤 잠긴 도시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었다. 삽시간에 긴장이 풀리며 나는 이 독특한 도시 풍경에 대번에 매료되었다.

내 경험은 베네치아 여행객들 사이에서는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니다. 베네치아는 서기 6세기쯤 이탈리아 반도를 정복한 롬바르디아인들을 피해 달아난 난민들이 아드리아 해의 석호 위에 세운 도시다. 바다 위 여러 섬에 건설된 베네치아에는 차가 다닐 만한 넓은 길이 없다. 커다란 배가 버스, 까만 곤돌라가 택시 역할을 한다. 그러니 베네치아에 도착해서 시내로 가려 하는 여행객은 누구나 수상 버스나 곤돌라를 탈 수밖에 없고, 그 뱃전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베네치아의 첫인상이 되는 것이다.

존 싱어 사전트의 1904년 작 ‘카스텔로의 산 주세페 다리’. / 보스턴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미술관 소장
존 싱어 사전트의 1904년 작 ‘카스텔로의 산 주세페 다리’. / 보스턴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미술관 소장
미국 화가 존 싱어 사전트(1856~1925)의 수채화 '카스텔로의 산 주세페 다리' 역시 배 위에서 본 베네치아의 풍경을 담고 있다.

사전트는 20세기 초 미국과 영국 양쪽에서 최고의 초상화가로 군림했던 인물이다. 그는 늘 어린 시절을 보냈던 이탈리아, 특히 베네치아를 그리워해서 틈날 때마다 이 도시를 찾았다. '카스텔로의 산 주세페 다리'는 곤돌라 위에서 바라본 운하와 다리의 모습을 경쾌하게 묘사하고 있다. 화가가 탄 곤돌라는 일렁이는 물결을 만들어내며 오가는 배들 사이를 날렵하게 빠져나간다. 청량하게 반짝이는 푸른 물빛이 화가가 평생 간직했던 베네치아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을 담은 것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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